진로탄력성
작년 연말 한 친구를 상담했던 적이 있다.
많은 구직자들이 그렇듯 그도 가을 내내 하반기 공채를 준비했지만 연말이 다 되도록 어느 기업에도 합격하지 못했다고 하며 풀이 죽어 있었다. 그는 무척 초조한 마음이라며 상담실로 나를 찾아왔고 연말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며 불안해 하였다.
여름께 구직 활동을 시작할 즈음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고 이대로만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확신을 했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줄줄이 최종 면접에서 낙방하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겨울이 되자 완전히 기운을 잃은 상태라고 고백하였다. 그가 지난 6개월간 지원한 기업의 숫자만 해도 서른 곳이 넘었고 최종면접까지 올라간 기업도 다른 구직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아 꽤 준비된 친구라는 느낌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불안함은 옆에서 보기에 딱할 만큼 심각해 보였다.
가끔씩 불수의적으로 얼굴 근육이 씰룩거리기도 하고 작은 말에도 크게 상처 받는 모습이 취업이고 뭐고 지금은 당장 휴식이 필요하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하는게 아닌가 자뭇 걱정스럽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는 상담실을 자주 찾아오며 빠르게 안정되어 갔고 평소의 열정적인 모습으로 회복해 갔다.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새 봄이 되기 전에 원하는 기업에 합격하여 기쁘게 축하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학 내내 진로상담실을 찾아왔으며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할 주제가 없을 때에도 상담실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자신을 돌볼 줄 알았다.
반면 이 친구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또 한명의 친구도 생각이 난다.
그도 학창시절 매우 열심히 노력했고 목표로 하는 기업에 입사를 하기 위해 차분하게 잘 준비해 온 학생이였다. 자심감도 있었고 실력도 있었기에 누가 봐도 높은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친구였다. 그러나 그는 그해 본인이 가장 희망하던 기업의 최종면접에서 탈락하였다. 무척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실력도 출중하고 준비도 많이 했기 때문에 곁에서 보는 나도 속이 상하고 대신 화가 나는데 당사자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묻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다.
헌데 그는 그해 겨울 모든 짐을 싸서 고향집으로 내려갔고 학교에서 더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1년 6개월이 지난 여름 방학 무렵 그를 학교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어디에 입사를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1년 6개월의 시간은 꽤 긴 시간인데...그 간의 그의 소식도 궁금하였다. 상담실에 들어선 그는 굉장히 머뭇거리며 낯설어 하였다. 조금 익숙해 지자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지난 1년 6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페인처럼 지냈다고 하였다. 전공 책도 영어 책도 단 한권도 읽지 않았고 거의 아무도 만나지 않았으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노라며 웃어보였다.
단정하던 그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고 부스스한 머리모양과 정돈되지 않은 옷차림이 그의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리고 아팠다.
'대충 놀았'다는 말을 얼버무리는 그는 야간 빌딩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번거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다시 나를 찾아온 이유를 묻자 그냥 선생님이 궁금하여 찾아왔노라고 하였다. (내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 맞을테지만..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만남이고 점심도 먹지 않았다는 말에 상담은 저만큼 밀어두고 그와 나는 김밥 두줄을 사다놓고 우걱 우걱 먹으면서 지난 날의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오라고 이야기하고 헤어졌으나 그는 그 이후로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고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소식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날 그가 입고 있었던 초록색의 추리닝 바지가 내 시야에 흐릿하게 남아 불쑥불쑥 떠오르면 괜히 지금도 마음이 좋지 않다.
물론 그 후로 ...그는 자신의 열정과 잠재력을 회복하여 잘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좋겠다. 다시금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왔을 거라고 믿고싶다.
두 청년의 사례를 적긴 하였지만 이 친구들 이외에도 경력단절 여성이나 중장년들의 진로상담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례들도 부지기수이다.
당장의 생계곤란과 자녀양육의 문제가 있는데 건강상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면 상담실은 무거운 침묵으로 말을 잇기조차 힘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성인들의 진로상담에서는 시간을 다퉈 구직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분들도 많다. 상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기도 하고 낙담하고 상처받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생각은 분노감이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충성했던 조직에서 나와 내 자신을 증명하기 어려워질 때 느껴지는 정체성의 혼란감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알아주는 회사와 높았던 지위, 이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의 자기 자신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진로 문제로 인해 한동안 몸이 아프고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도 많다.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한 즈음이지만 그런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일자리 자체가 귀하기도 하며 내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상의할 전문가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가 아닌데 현실 속에서 좌절감을 맛볼 외부 요인이 너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상호비교나 경쟁심리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한 개인이 일의 세계로 입문하여 자신의 경력을 구축해 나가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를 하게 되는 진로 발달의 패러다임은 현재와 같은 불안정하고 다변화하는 성인 진로발달을 설명하기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개인마다 다른 퇴직의 시기와 다양한 직업선택의 가능성, 길어진 평균수명은 단선적인 진로발달의 모델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진로분야에서의 특징 중 하나는 직업 선택 과정에서의 개인과 일을 합리적으로 매칭해 준다는 개념이 후퇴하고 적응의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게 ‘ 잘 어울리는’ 직업을 연결해 준다는 매칭이론의 전제조건은 ‘어떤 직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특성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때’라야 의미가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개인이 어떻게 진로의 변화에 적응할 것인가, 사회 변화가 요구하는 갖가지 진로 상황에서 어떻게 유연하게 처할 것인가, 이렇게 변하는 사회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관리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Collard, Epperheimer, & Saign, 1996; Conner, 1993; London, 1993).
이러한 배경하에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진로탄력성이다.
진로탄력성은 진로와 관련하여 역경이 닥쳤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응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Noe, Noe, & Bachhuber, 1990, p.341). 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은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특성으로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등장한 개념이었다.
탄력성 이론은 Werner(1993)의 카우아이 섬 종단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심리학인 Werner(1993)는 양육 환경이 자녀의 건강한 심리사회적 발달을 이끌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외부와는 상당히 단절된 섬에서 종단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구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이론적 가정과는 반대되는 사례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열악하고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 아동들도 매우 매력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사례들을 목격하면서 환경적인 고초나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을 발견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탄력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하와이 카우아이 섬 종단연구에서 드러난 탄력적인 사람들의 특성은 긍정적인 기질, 발달된 인지와 학업 기술, 내적 통제감, 현실적인 학업과 직업에 대한 계획, 취미생활에 기쁨, 강한 책임감, 타인을 돕기, 과도기 동안 기회를 포착하기, 최소한 하나 이상의 무조건적인 관계, 종교와 내적 신념을 갖는 것을 포함하였다.
1970년대 탄력성 연구는 대다수 부모의 신체 질환, 알콜 중독이나 학대와 같은 심각한 고위험 가족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동들에 초점을 두었으며 (Bernard, 1996), 그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많은 아동들은 탄력적인 특성들과 성공적인 삶 사이의 관련성에 주목하였다.
이후 London과 Mone(1987)은 탄력성이라는 용어를 개인적, 직업적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심각한 위기 요인들을 극복해 낸 사람들을 설명하는데 사용하였다.
진로탄력성이라는 용어는 London(1983)의 진로동기이론(Career Motivation Theoy)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새로운 진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진로탄력성은 탄력성의 확장된 정의이다. 진로 탄력성은 진로스트레스와 진로장벽을 극복하는 핵심 요소이며(London & Mone, 1987), 진로 탄력성이 높은 개인은 불확실하고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표 달성과 직업 적응 및 성공을 추구하는 특성 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진로동기모델은 London(1983)이 Lazarus(1966)의 스트레스 대처 모형에 근거하여 제시한 이론으로 진로 동기란 직업탐색, 직업수용, 조직에 머물기로 결정하기, 진로계획 변경, 훈련 탐색과 새로운 직업 경험 탐색, 진로목표 수립 과 성취노력 등을 포함한 진로와 관련된 동기를 의미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London(1983)의 진로동기 모델은 다차원인 구인으로 진로통찰(career insight), 진로정체감(career identity), 진로탄력성(career resilience)으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진로행동을 이끌게 된다.
그의 이론에서 제시한 진로통찰이란 자신 의 진로에 대하여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작업 환경을 이해하고 (진로통찰력), 설정된 목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진로정체감) 불안정한 직업 상황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능력(진로탄력성) 을 말한다. (London, 1998).
이러한 진로동기의 요소들은 최종적으로 진로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Carless & Bernath, 2007; Rhodes & Doering, 1983).
London(1997)은 자신의 탄력성 개념이 일종의 개인 성격특성으로서 Holland(1985)의 개념 정의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London은 진로탄력성 이란 강인성(Kobasa, Maddi, & Kahn, 1982)과도 개념적으로 유사하며, McClelland(1965)의 성취동기와도 개념적으로 관련성이 있고 Dawis와 Lofquist (1984)의 직업적응이론의 유연성 개념과도 유사하 다고 보았다. 즉 “직업적응에 강한 사람들은 인내심, 유연성, 반응성(reactiveness: 장벽을 이겨내기 위해 행동 취하기)이 특징으로 강하다(p.83)”는 것이다.
이렇듯 London의 진로탄력성과 개념적으로 유사하다고 언급한 이론들의 공통성을 요약해 보면, 진로탄력성이란 예상하지 못한 직업 환경 의 변화에 적응하는 개인의 특정한 특질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진로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진로 목표 방해, 불확실성, 동료와의 관계 악화 등 일이나 진로와 관련한 부정적인 진로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London과 Mone(1987)에 따르면 진로탄력성의 하위요인은 자신감, 성취욕구,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경향, 때에 적절하게 독립적이고도 협동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등 네 가지 구성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London과 Mone(1987)은 이상의 진로탄력성 하위요소들을 표현하는 행동지표들로 변화에 쉽게 적응하기, 최선을 다하기, 진로목표를 얻기위해 필요한 것을 주도적으로 하기, 대중적이지 않을 때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명확히 말하기, 새로운 학습기술이 필요한 과제 찾기, 혁신적이기 등 여섯 가지 지표들을 제시하였다.
이후 London(1997)은 진로탄력성 개념의 복잡성을 정리하여 진로탄력성의 하위요인을 자기효능감, 위험감수, 낮은 의존성 등 3가지 하위영역으로 나누고 각 하위영역별로 세부 구인을 다시 설정하다.
London(1993a)은 진로탄력성의 상황적 변인과 개인적 변인을 모두 고려하였기에 어떤 상황적 요소는 탄력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업무 수행, 자율성, 개인적 통제와 재량권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하여 탄력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또한 학습과 기술 개발, 조직변화를 통하여서도 탄력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하였다.
진로탄력성과 관련된 상황적 변인으로서 강화, 조직의 경력계획, 경영자 측의 지지가 있으며 (London, 1993a), 직업 역할 현저성, 직무 동기부여 자각, 관리자의 지지적인 대화 기술은 진로동기이론의 진로탄력성 요소에 정적상관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Noe, Noe, & Bachhuber, 1990). 개인적 변인으로는 지각된 임파워먼트와 진로발달 지지가 진로탄력성과 관련됨을 밝혀내고 낮은 특성불안, 내적 통제성, 높은 자존감, 낙관성, 자기효능감, 만족감, 문제해결기술이 진로탄력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았다. (London, 1998).
한편 진로탄력성을 학습을 통해 계발될 수 있는 일종의 능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Collard et al., 1996). Collard(1996)등이 제기한 진로자립 모델은 진로탄력성을 학습하여 계발 할 수 있는 일종의 능력으로 보았다. 이것은 Krumboltz(1996)의 진로상담 학습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Collard et al., 1996), Krumboltz는 진로상담의 목표를 내담자가 끊임없이 변하는 직업 환경 속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흥미, 신념, 가치, 근로 습관 등의 개인 특성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은 학습적 관점에 근거해보면 진로탄력성이란 급변하는 사회구조와 직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진로발달의 측면에서 학습을 통해 계발해야할 주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정의할 수 있다.
Collard 와 Epperheimer 및 Saign(1996)은 진로 자립의 개념을 묘하사기 위해 여섯 개의 요소들을 포함하는 진로자립 바퀴를 제시하였는데 여섯 개의 핵심 특성은 자기인식, 가치지향, 계속교육에 몰두하기, 미래지향, 관계성, 유연성 등이다.
특히 이론의 6가지 요소들은 2가지씩 짝을 지워 3가지 영역으로 나뉠 수 있다.
진로자립을 이루고 있는 세 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다.
첫째 ‘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를 향하는지’의 영역은 개인이 자신의 진로 흥미, 가치, 기술, 행동양식을 평가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확인한다.
둘째, ‘무엇을 하고 있는가’의 영역은 개인의 전문 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기술적 또는 기능적 직무 기술로, 개인의 시장 가치를 유지하도록 돕고 때로는 변화에 발맞추어 끊임없는 개선을 요구한다.
셋째,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일하는가’의 영역은 업무 효율성에 기여하는 업무 전략 기술로 현대사회 직장에서 고용주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주도성, 리더십, 팀워크, 의사소통, 사고, 문제해결기술과 같은 기술을 포함하며, 이러한 기술들은 개인의 고용가치를 유치하고 효율성을 증대하도록 돕는다. (Collrdm, Epperheimer & Saign, 1996).
진로자립 모델은 진로 탄력성의 세 가지 영역을 구분하였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의 자기이해와 내적 동기 및 욕구를 알아보는 개인 영역과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무 기술 영역, 그리고 개인과 직장 환경의 조화를 위한 업무 전략 기술 영역은 직업 세계에서 적응해야 하는 개인과 환경 모두를 고려한 다면적 접근 이라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가는 환경 속에서 조직은 더 이상 개인에게 직업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개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세계의 난관에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
개인을 둘러싼 경력환경의 변동성으로 인해 개인은 누구나 일생에 한 두번쯤 진로발달의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에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는’ 탄력성과 같은 하나의 독립된 개인특성을 찾아낼 필요가 증가하고 있다 (유현실, 2013).
현재의 직업적 불안정성이 높아가는 사회 맥락에서 진로연구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정리하면 진로탄력성은 기본적으로 진로와 관련된 어떠한 역경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는 진로탄력성 개념의 모체인 탄력성 개념 자체가 개인이 역경으로부터 회복하여 역경 이전의 기능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되기 때문인데, 탄력성 개념에는 ‘역경(adversity)’과 ‘되돌아 옴(bouncing back)’이 핵심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Carver, 1998; Garmezy, 1991). 따라서 진로탄력성은 개인이 진로와 관련하여 경험하는 역경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이러한 상황이 개인에게 부적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한다. 따라서 진로탄력성은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기능적인 대처(functional coping)라는 관점에서 개념 정의할 수 있다. 즉 실직이나 해고, 승진누락과 같이 진로 상의 진보에 가로막혀진 상황이나 장벽에 대하여 기능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를 진로탄력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진로탄력성은 진로상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정서의 힘과 정서조절 능력에 주목한다.
최근 심리적 탄력성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탄력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한 경우에도 스스로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 내고, 이러한 긍정인 정서를 활용하여 삶의 좌절과 실패를 자신에게 교훈이 되는 내적 성장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Salovey et al., 1999). 즉 실직과 같은 진로 상의 위기에 직면할 때 개인은 부정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데, 진로탄력적인 사람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를 인식하고 이를 기능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서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로탄력성 개념을 성인 진로상담에 적용해보면, 역경에 직면하고 있는 내담자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불안이나 분노, 우울과 고통의 감정을 적절히 인식하고 수용하며, 기능적으로 조절 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즉 진로탄력성은 실직이나 보직변경 등과 같은 직업 관련한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정서조절 능력의 활용을 포괄하는 기능적 대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로상담자들은 구직과정이나 직장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 개인을 돕는 방법으로써 탄력성의 특성들을 적극적으로 증진시키도록 하고 있으나 (Rickwood et al.,2004),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국내에서 진로탄력성과 관련된 연구들은 시작단계이다.
진로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관련 변인들에 대한 심도있는 탐색과 더불어 진로탄력성과 관련된 역경 극복의 대처 기술에 대한 연구 및 다양한 대상 (여성, 중장년, 시니어, 청년구직자)들의 진로탄력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