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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한 조건

포스트 모던 진로 이론(Creer theory) , 카오스 이론

“ 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 한 영화제에서 배우 황정민 씨가 했던 수상 소감이다. 당시에 그는 <너는 내 운명> 이란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수상소감으로 앞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영화는 배우와 감독뿐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는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배우로서 황정민 씨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수상 소감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이리라. 황정민 씨의 이 수상 소감이 감동적인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수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그의 인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의 세계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1인 기업가, 독립 프리랜서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그들 역시 혼자 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혼자만의 힘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컨설팅부터 사업 제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 1인 가구나 나 홀로족을 위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대학가에서도 바쁜 시간, 친구와 밥 먹을 시간조차 맞추기 어려운 학생들이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도서관 가고, 혼자 인터넷 강의를 듣고 혼자 노는 나날. 그야말로 혼자서 생활하지 못하면 대학생활을 그만큼 견뎌내기 어렵게 되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해야 할 것도 많고 시간도 없고, 각각의 취향을 모두 고려하기에는 스스로도 여유가 없기에 자발적으로 혼자를 택한다. 끊임없는 카톡 메시지나 SNS상의 친구의 글에 댓글을 달긴 하지만 결국 오롯이 혼자인 삶이 요즘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누군가 올린 블로그에서 혼자 밥 먹기의 레벨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 글 밑에 많은 댓글을 달았다. 나는 1 수준(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기), 혹은 2 수준(학생 식당에서 밥 먹기), 아직까지는 4 수준(분식집에서 혼자 밥 먹기)이라는 웃지 못할 댓글을 보면서 ‘나는 몇 레벨인가?’ 조용히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최고 수준인 9 수준-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까지 도전해 봐야 되나? 이런 생각도 해본 것 같다)  

혼자 밥조차 못 먹는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대학시절 선배의 말도 생각이 나지만 핸드폰에 저장된 친구는 꽤 되는데 왜 함께 밥 먹자고 편하게 말할 사람이 없는 걸까? 우울했던 날도 있다.      


얼마 전 지인 한분이 회사 퇴직을 하고 작은 연구소를 오픈하였다. 조직생활에서 왕성하게 일할 때와 달리 요새는 날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혼자 있는 사무실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고 점심때가 훌쩍 지나 짜장 라면을 혼자 비벼 먹곤 했는데 얼마 전엔 어디에서도 연락이 없는 이틀을 보내고 스팸 메시지조차 무척 반가웠다는  그분의 말속에서 현대 생활의 한 단면을 본 것 같아 마음 한편은 짠 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나만 혼자인걸까?      

하지만 외로운 날만큼 많은 이들에 둘러싸여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잠깐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면 조금  편안해진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저히 혼자서는 이루지 못했을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지 않았는가? 외롭기도 하지만 함께 어울려 즐겁기도 했었잖아.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는 몇 가지의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중 중요한 전제의 하나는 ‘우리는 원래 혼자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존재론적 불안에 시달리는지도 모르겠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는 원래 혼자라는 말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 혼자라는 말이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는 혼자이지만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우리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친구, 가족, 동료, 연인, 배우자, 부모, 형제, 자매들. 그래서 이들과의 만남이 더 소중한 것이다. 좋은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 네트워크는 실존적 불안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좋은 관계는 우리의 행복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회과학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연구를 수행한 ‘조지 베일런트’는 무려 72년 동안 814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대상자 중에는 하버드 생을 비롯하여 이민자 가정의 사람들 뿐 아니라 IQ가 매우 높은 집단의 사람들이 고르게 분포하였다. 매년 2년씩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5년마다 건강검진을 하였으며 15년에 걸쳐 면담조사를 수행한 70년 간의 종단연구에서 밝힌 행복의 조건은 돈, 명예, 사회적 계급, 지성이 아니라 행복한 ‘인간관계’였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진로를 찾는 많은 이들도 마음에 담아 두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 삶에서 기회라는 것은 우리의 정당한 노력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많은 부분 주변 사람을 통해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시 세 끼]라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나영석 PD]의 특강을 들으러 갔을 때 객석의 한 대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였다.

“ 삼시 세 끼의 출연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시나요?"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영석 PD의 대답의 요지는 이랬다.

“ 저와 가까운 인연들, 그리고 주변의 평판입니다. 출연자와 친구 같은 마음으로 찍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평소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 선정하게 됩니다.” 나 PD의 답변을 들으면서 평상시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던 기억이 있다

.  

무한 경쟁의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동료나 친구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점수를 받으려고, 동료보다 먼저 승진하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로 고독하게 질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외로운 질주 뒤에 얻은 승리를 함께 축복하고 축하해 줄 친구와 동료가 없다면 그런 승리는 단팥 빠진 찐빵이 아닐까?      


최근의 진로상담 이론분야에서는 <카오스 이론>이라는 것이 등장하였다. 카오스 이론에서는 우리의 환경은 너무도 복잡하여 예측할 수 없기에 개인을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체계적 존재로 간주하면서 삶의 도전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주체로 성장하고 발달해 가야 함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계획되지 않은 사건, 비선형 변화, 불예측성, 지속적인 변화와 같은 도전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Pryor와 Bright(2011)는 카오스 이론에 인간의 영성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5가지 강조 점은 첫째,  연결(connection)이다. 연결은 우리가 인간 공동체, 세상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상호 연결되었는지에 초점을 둔다. 두 번째는 목적(purpose)으로, 인간의 의미 감각, 목적 그리고 중요성에 초점을 둔다. 세 번째 초월(transcendence)로 이해를 초월하는 위대한 힘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강조한다. 네 번째 조화(harmony)로 “모두를 이해 가능한 전체로 어울리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다섯  번째 소명(calling)으로, 사람들이 삶을 부르심의 결과(*진로에서는 소명의 의미가 종교적인 개념이 아닌 삶의 가치와 목적의 추구 친사회적 경향성과 유사하게 간주한다)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연과 기회가 혼재한 커리어의 현장에서는 많은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어떤 만남이 어떤 시작이 우리를 원하는 그곳으로 데려다 줄지 알기 어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만한 관계가  뒷받침될 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고 기회의 가능성도 많아지며 우리의 능력도 빛을 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독립된 개인이지만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협력해 나가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해 간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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