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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하는가

진로소명(Calling and Vocation)을 통한 삶의 의미



얼마 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을 얻은 2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중년 여성의 병으로 치부되던 화병(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이 최근 들어 20대에게도 늘어나서 2013년 1만3,850명이던 20대 화병 환자가 2015년 1만5,425명(증가율 11.3%)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화병 평균 증가율(3.8%)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한숨을 자주 쉬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20대가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심리적인 어려움은 직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현실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조절의 어려움 그리고 감정 조절의 어려움에 기인한다.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며 막연한 낙관을 하기에는 고용상황은 좋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6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외환위기 이래 가장 높았다. 

이런 통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삶의 만족도 평가의 결과였다.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6.0점으로 이는 OECD 평균인 6.6점보다 낮은 점수로 전체 39개국 중 26위에 해당하였다. 만족도점수는 Gallup World Poll에서 11점척도(0∼10점)로 측정된 주관적 삶에 대한 만족도 문항의 응답 평균 점수로서, 값이 클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데 대한민국은 이 점수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하였다. (통계청, 2013). 더욱이 삶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생을 포기하는 자살률은 OECD 회원 국가 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연령대별로 비교하였을 때는 20대 자살사망자가 전체사망자의 47.2%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통계청, 2012).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의 삶, 특히 20대의 삶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 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삶의 만족도란 개인이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해 총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만족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임영진, 2012) 삶의 만족은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삶의 질이나 주관적 안녕감과 유사한 개념으로 긍정심리학에서 평가되고 있다(정일진 등, 2014). 또한 이현철과 최성보(2012)는 삶의 만족도가 삶의 질에 대한 주관적인 측면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삶의 질은 사회과학에서 객관적인 지표로서 행복을 연구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라면(Layard, 2006)  주관적 안녕감이 의미하는 행복한 삶은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가진 개인들이 공통적으로 합의할 수 있고 가능한 한 적은 고통과 가능한 한 많은 즐거움을 가진 상태라는 쾌락주의적 전통에서 출발하고 있다 (Baumgardner &Crothers, 2009). 이런 입장에서 Diener(1984)는 자신의 삶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삶의 만족, 즐거움이나 편안함 등의 긍정정서, 그리고 슬픔이나 분노 등의부정정서의 세 가지를 포함하는 주관적 안녕감을 제안했다. 따라서 주관적 안녕감이 높은 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정서적으로 즐겁고 편안한 감정을 자주 많이 느끼는 반면,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은 드물고 약하게 느끼게 된다. 즉, 주관적 안녕감은 삶의 만족도와 같은 인지적, 평가적 측면과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와 같은 정서적, 경험적 측면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임영진 등, 2012).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을 만나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진로결정의 문제를 다루기 앞서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한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삶에 대한 총체적인 회의감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무가치감을 가진 채 탐색하는 진로 대안들이 무의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생의 시기는 발달단계상 후기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에 대한 정체감을 확립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삶을 구성하며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해야할 발달과업이 있다(오현숙, 2008).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발달과업 중의 하나가 진로선택과 준비인데 진로선택은 성장과정에서 개인의 경험,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찰결과, 중요한 타인에 대한 동일시, 꿈과 환상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임은미 등, 2013). 

Super(1953)는 그의 전생애 진로발달모델에서 대학생 시기는 성인초기 전환기로 직업과 직업세계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고 직업에 대한 생각이 보다 구체화되는 시기라 칭하였다. 이어지는 단계 에서 이들은 1~2개의 선택한 직업을 실제 시험해 보고 이 경험을 통해 직업선택을 확고히 하거나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등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고 하였다. 대학생 시기는 현실적으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진로나 직업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발달의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취업난과 일자리의 부족으로 탐색을 위한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의 고민을 조사한 설문조사들에서도 진로문제가 가장 중요한 고민으로 나타나고 있다(인터넷 경향신문, 2011). 이러한 현상은 현대의 청년들이 청년기가 길어지면서 일을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한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만큼 대학생들을 위한 진로상담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진로 선택에서 일의 의미나 목적의 추구가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부분인데 (박주현․유성경, 2012) 이는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를 발견하는 것은 이들의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심예린, 2010; 양난미․이은경, 2012). 

어디든 들어가고 보자는 절박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자신에 대한 탐색을 빼놓고 행한 진로 의사 결정이 불행한 직장생활 더 나아가 불행한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진로선택의 어려움의 시기에는 삶의 목적과 일의 의미에 대해서 신중하게 탐색할 필요가 있다. 

진로결정 마저도 취업률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현실이고 자신의 재능이나 흥미와 무관하게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진학하는 것을 한마디로 설명 할 수도 없겠지만 변화하는 세계에서 진로 적응성을 높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하여 진로적응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가운데 하나로 일의 의미를 부여하는 소명이 제기되었고(신윤정, 2013) 일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가치로서 진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진로소명(Calling and Vocation)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충만하게 느끼거나 사회적으로 헌신하도록 이끄는 진로소명을 이끄는 가치들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장진이, 이지연, 2014). 

진로 소명(Calling) 이란 한 개인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사회에 이로울 수 있을 지를 염두에 두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하여 동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Dik & Duffy, 2009, 신윤정, 2013). 그리고 진로소명은 성공적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며 적 응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권선영․ 김명소, 2014).

본래 소명은 기독교적 의미에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신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에서 출발하였으나 (Davidson & Caddell, 1994; 양난미, 이은경, 2012에서 재인용), 현대에는 종교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 일에 대한 개인의 충만감, 목적의식 등을 의미하게 되었다. 소명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신윤정, 2013; 장진이․이지연, 2014). 

Dik과 Duffy(2009)는 진로 소명을 세 가지의 하위요인으로 구분하였는데 자기를 넘어서는 외적 자원(종교, 가족, 사회의 기대 및 요구, 운명)에서 자신의 역할이 기원했다고 자각하는 ‘초월적 부름(transcendent summons)’, 일과 관련된 자신의 행동에 더 넓은 삶의 의미, 목적을 연결시켜 자각하는 ‘목적/의미(purpose/meaning)’, 타인지향적인 가치나 목표를 동기의 주요한 원천으로 지니는 ‘친사회적 지향(prosocial orientation)’이 하위차원이다.

진로소명과 삶의 만족도 간 관계를 살펴본 여러 선행연구들은 진로소명이 삶의 만족도를 유의하게 예측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난미와 이은경(2012)의 연구결과에서 진로소명이 삶의 만족도에 유의한 정적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나타났고 소명을 가지고 일하는 직장인들은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정민영, 2014). 뿐만 아니라 일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직업에서도 높은 만족도, 더 적은 직업스트레스를 보이며 수행이 좋고 근무기간이 더 길었다(Claes & Ruiz Quintanilla, 1994; Mottaz, 1985).

Duffy와 Sedlacek(2007)는 소명을 지닌 대학생들은 자신이 가진 흥미와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진로 결정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의 진로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일에서 목적과 의미를 추구하려는 열망이 진로 결정 과정에 많은 영향을 줄뿐더러(Lips-Wiersma, 2002; Young & Valach, 2004), 더 나아가 긍정적인 일 수행, 직업 만족, 안녕감과 같은 변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 (Isaksen, 2000; Wrzesniewski & Dutton, 2001)은 일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긍정적인 진로 결정에 중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소명(calling) 이란 직업적 활동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게 하고 자신의 일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특정 직업을 선택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일이나 업무를 소명으로서 재구조화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한다. (신윤정, 2013; Dik & Duffy,2009; Duffy, Allen, Autin & Bott, 2013). 즉, 소명은 개인이나 사회에 유익을 제공하여 개인적 성취감을 가져다주고, 종국적으로 개인의 삶의 목적과 의미로 자리매김 된다(Wrzesniewski, 2002: 232; Hall & Chandler, 2005:162-163). 

이러한 의미에서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Seligman, 2002).  

현대에는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활동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삶의 영역과 인생의 주기를 통합하는 전생애적 차원에서 진로개발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이지원․ 송보라․ 이주연․ 이지향․ 이기학,2014).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대학입학 시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소명에 대한 이해 없이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진학을 결정한다. 국내 현실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진학할 때 충분한 진로탐색을 거쳐  자신의 학과를 결정하고 진학을 한 경우보다 대학에 들어온 뒤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대학에 왔어도 자신이 속한 전공학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고 상담수의 학생들은 불안한 미래와 전공학과에 대한 불만족으로 부적응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는 것이 여러 보고서에도 조사된 바 있다.(장대운, 박진현, 나동진 및 이영식, 1986; 서울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1996)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학업에 열중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매진해야 할 청년의 시기에 무엇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회의감에 휩싸인 청년들의 문제는 대학 입학 후에도 자신의 성향과 전공의 불일치, 전공학과의 불투명한 취업전망 등으로 자신의 전공에 대한 적응이 힘들게 한다. (임문정, 2000).

어느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학생의 경우 30.7%가 소득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하였고, 남녀를 불문하고23.1%가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하였다. 또한 이영민, 이수영, 임정연(2014)의 연구에서도 지속적인 취업률 정체 혹은 하락에 따라 대학생들이 적성 및 소질과 무관한 분야로 취업을 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하였다. 이렇듯 현대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소명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기 보다는 소득이 많은 직업, 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관련 연구들의 결과들의 종합해 보면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명을 낮게 지각하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이는 개인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소명은 특히 학생 시기에 진로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시기가 실질적인 직업 선택을 해 구체인 탐색을 하고, 세부인 계획을 세우는 단계(Super, 1953)이고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일을 도구적으로 보지 않고,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재정 보상을 넘어 더 높은 직업 만족과 수행, 더 긴 근무기간, 더 적은 직업 스트레스를 보이며 (Claes & Ruiz Quintanilla, 1994; Knoop, 1994a, 1994b; Mottaz, 1985) 타인 지향으로 일하는 사람은 직무 수행능력이 뛰어나고(Bing & Burroughs, 2001) 보상에 관계없이 직무에 만족을 느낀다는 (King, Miles, & Day, 1993) 연구 결과들도 이러한 논의들을 뒷받침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 소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진로결정과 관련된 과제들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인 진로결정 자기효능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Dik, Eldridge, Steger & Duffy, 2012)는 점에서 대학생들의 진로상담에서 진로소명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대학생대상의 진로상담에서 진로관련 구체적 행동을 조언하거나 지도하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진로소명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진로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며 진로의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삶 전반적인 만족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대학시절은 사회에 진출하는 첫 발을 내딛을 진로를 선택하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중요한데, 대학생의 진로상담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주제가 진로소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국외에서는 Dik과 Steger(2008)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명을 초점으로 두고 진로상담을 실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있었다. 연구 결과, 소명초점 진로결정 상담을 통해 소명을 갖게 된 학생들이 진로결정 자기효능감이 높았고, 일을 하는데 있어 내재적 동기를 가지며,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대학생 진로결정을 다루는 상담에서 내담자의 진로소명을 명확히 하는 상담을 진행한다면 그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진로결정 자기효능감이 높아질 것이며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 또한 좋아질 것이다. 이는 개인상담 장면 뿐만 아니라 대학생 집단 셀프 코칭 등과 같은 집단상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데, 집단상담 회기 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로소명에 대해 탐색하고 구체화시켜 취업 준비단계에 있는 대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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