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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에서 고려해야 할 점

-진로탐색(career exploration)-

모 도서관에서 주관한 저자 강연회가 있는 날이었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보다 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고 하니 무척 기쁘고 들뜬 마음이었다. 자신의 진로이든 자녀의 진로이든 진로문제에 관심이 있어 모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통분모 하나를 만들어 놓은 셈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기에 충분하였다. 강연 날은 소풍날처럼 기다려졌고 과연 어떤 분들이 모였을까 무척 기대가 되었다. 이른 아침 서둘러 강의장에 도착하였다. 담당 사서 분이 강의는 2시간 정도 하고 질문을 1시간 정도 받아 달라는 정중한 부탁을 하셨다. ‘진로, 고민하고 답하다’라는 제목처럼...독자들의 질문이 있고 그에 맞는 대답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고작 두 시간의 강연에서 무엇을 전달하면 좋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가 마법사도 아닌데 청중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모든 문제의 답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로상담은 그런 일도 아니지만 독자의 기대와 주최 측의 요구를 완전히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참가한 이들은 자녀의 진로가 고민이라서 참석한 분부터 자신의 노후 경력이나 경력단절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참여한 분까지 실로 다양하였다. 짧게 주어진 시간동안 포괄적인 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강의는 자연스럽게 진로 탐색분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기본적인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단 두 시간이 주어졌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취한 테마가 진로탐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동안 전달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였다.                

진로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진로탐색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쉬운 듯도 하나 매우 어렵기도 하다. 해본적도 없는 진로탐색을 어디서부터 하라는 것일까? 정답 찾기에 익숙한 우리가 진로탐색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탐색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하는 걸까? 진로탐색을 잘 하고 있다는 대답을 한다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야 하는걸까?     

   

물론 강연은 일상의 사례를 들어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을 택하지만 진로탐색은 늘 모호하다.      

책을 보거나 유명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아도 결론은 진로탐색을 해보라는 이야기로 끝이 나지만 그게 무슨 말인가?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면 '진로탐색을 해 보세요'라고 할 때 진로탐색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진로탐색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는 단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용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진로탐색을 전 생애 다양한 경력변화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추세이다(Niles, Anderson, & Goodnough, 1998). 지금처럼 빠른 변화의 시대에는 진로탐색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가 일종의 적응기제로 여겨지기도 한다(Zikic & Klech, 2006).           

그러나 진로탐색의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거나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진로선택에서 우리는 다양한 우연의 요소에 영향을 받고 사회,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개인의 나이나 성별, 흥미나 가치 등에 대해서 영향을 받는다. 더 나아가 정치적 혹은 경제적 환경이나 지리적 조건도 개인의 진로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촌지역이나 도시지역이냐 어떤 가정에서 성장하였으며 어떤 교육제도의 혜택을 받았는가가 진로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연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 놓인 개인은 진로탐색에 있어서도 수많은 ‘기회’와 ‘장벽’을 경험하게 된다.      


‘진로탐색’이라고 할 때 전통적인 진로이론에서는 자신의 희망분야에 관한 정보를 모으거나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고나 진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위 환경을 돌러 보는 것들을 의미하였다(Hall, 1986).  다시 말해, 진로 탐색과정은 대개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진로계획을 세우며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가치를 탐색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였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 바라본다면 진로에서 수반되는 일정 부분의 우연의 요소, 예측할 수 없는 모호성 , 불확실성을 동반하는 것으로 이해며 진로상담전문가 들은 내담자의 진로탐색을 대하는 정서적 상태를 파악하고 진로탐색 과정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려 조력하기도 한다. 진로탐색의 이런 불편한 측면을 참을성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유연성을 길러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Flum & Kaplan, 2006)              

       

초기 진로이론에서는 체계적인 탐색의 과정을 거쳐 일정한 시도를 해본 뒤에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형성해 나간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상담을 해보면 일부는 진로탐색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없거나 진로탐색자체가 장벽에 가로 막혀져 있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진로탐색을 해 보세요' 라는 일방향의 말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점이 있으며 그 말로 인해 더 큰 상심에 빠지는 대상이 있다는 점에 대해 강조하는 이들이 적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 상담을 해 오면서 진로 상담 전문가는 다양한 내담자에 대한 민감성과 감수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차례 느껴왔다.           

몽고나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들과 진로상담을 할 때도 그랬고 장애를 가진 여성을 기업 내 상담실에서 만났을 때도 경험한 사실이엇다.                     


진로탐색 자체에 장벽이 있는 이들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필요가 있다. 탐색의 기회 자체가 매우 부족하고 자신감이 낮거나 가진 기술이 없으며 처한 환경 속에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그들에게는 진로탐색의 과정은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과거 한 사범대 여대생을 진로상담 했을 때 그 학생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만을 하고 졸업반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서는 한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었었다.      

그러나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임용고시 등을 치러낼 준비나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에 싸여 상담을 요청하였다.      

그 학생은 진로탐색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못했고 따라서 진로탐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직업의 고정관념 등에 사로잡혀 탐색자체를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진로목표를 특정 직업 하나에 두고 그것만을 고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쟁지역의 시민이나 난민 등은 진로탐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들의 진로성숙을 돕기가 무척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이 놓은 상황은 생명의 안전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활동을 통해 살아남는 것마저도 힘겨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한 개인의 인구통계학적 특징과 사회경제적 환경 등이 진로탐색을 방해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때 상담과정에서 '진로탐색을 해 보라'는 말이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진로상담의 일반적인 케이스로 개인의 진로 무결정이나 다양한 부적응 관련 요소들도 장벽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진로무질서 이론에서 소개하는 하나의 유형인 ‘목표 지향형’들은 적절한 진로탐색에 실패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특정한 목표에 과도하게 초점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목표에 과잉 몰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선택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경우나 두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서 지속적으로 생각이 왔다갔다하는 ‘시계추유형’도 진로탐색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진로상담자들은 내담자들의 기본적인 자기 탐색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가치나 목표 그리고 우유부단한 성격과 일-가정에 대한 압력이나 중요한 타인들의 영향 등을 충분히 살펴펴고 이러한 내적 외적 압력과 갈등을 다루기 위해 개입하게 된다.

                     

적극적인 진로탐색은 개인의 진로목표를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실험이나 사전 점검 등을 할 수 있기 하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해서 만족감을 높일 수도 있다. 진로 탐색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으며 희망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진로탐색의 유익이다. 진로상담자는 이 과정을 충분히 지지하고 격려함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경력관련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특히 실업 기간 등의 어려운 시기에 이루어지는 진로탐색은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게 되거나 고용가능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탐색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안함과 조바심을 다루어 나갈 수 있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경력 환경에서는 ‘진로탐색’의 역량이 개인의 적응성을 높이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로탐색이 무조건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괴도하게 빈번한 진로탐색은 한 직장에 근무하는 것을 방해할 수있다. 예상할 수 있듯이 과도한 이직이나 전직은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경력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자발적 퇴사의 경향성이나 잦은 이직은 끊임없는 다음 선택지에 대한 탐색 경향을 수반한다(Boswell, Boudreau, & Dunford, 2004).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잘못된 정보에 이끌리게 되거나 자신이 관심 있는 것만을 뒷받침해 주는 선택적 지각을 통해 오히려 부적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경향은 의사결정에 대한 불안감이나 어떤 대안에 대한 불충분한 탐색, 혹은 어떤 정보에 대한 왜곡된 습득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런 이들은 자칫 무관한 일을 지속적으로 넘나들고 커리어를 개발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수동적인 탐색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결정을 확신하는 정보만을 취합하여 자기 생각을 강화하는 탐색을 하게 된다.                     

진로상담자는 내담자가 진로탐색의 과정에 동참하여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진로탐색을 수행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진로 정보를 인지하는데 있어서 왜곡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부적절한 진로탐색의 과정에 개입하여 진로의사결정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따라서 ‘진로탐색을 해라’라는 말 보다는 조심스럽게 내담자의 진로탐색 과정 자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며 그들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부적응적인 진로탐색이 있는지 면밀히 평가해보아야 하는데 최우선적으로 진로탐색의 의지 자체가 있는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의지 자체가 없다면 내담자가 처한 맥락 속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접근하여야 한다. 또한 진로상담자는 모두에게 동일한 진로탐색과 진로목표가 가능하다는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우연 사건이나 예측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내담자가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진로상담의 과정을 크게 탐색하기 - 이해하기 - 실행하기 로 이루어지는데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진로를 탐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S. D. Brown & Ryan Krane, 2000).           


첫 번째 요소는 상담과정에서 내담자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해 글로 적어보는 활동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기나 낙서 같은 글도 모두 좋다.      

두 번째 요소는 개별화된 심리검사의 해석과 피드백이다. 이 과정에서는 수련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진로탐색에서 객관적 검사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직업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S. D. Brown과 Ryan Krane(2001)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관찰 결과를 덧붙였다. “내담자들에게 어떤 개입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물어본 연구 결과들에서, 일관되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된 것은 진로정보를 찾아보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과 관련된 활동이었다.” 이 부분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굉장히 많이 느끼고 동의하는 부분이다.      

정보가 없어서 목표를 잡지 못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었을 때 놀랄만큼 자기주도적으로 진로를 탐색해 나가고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이들을 목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네 번째로 상담자는 대리학습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전공 분야에서 성 공한 롤모델들을 내담자에게 소개할 수 있다. 유투브도 좋고 누군가를 직접 만나보아도 좋다. 이런 부분은 사회적 관계, 그리고 SNS 인맥도 도움이 된다. 동경하는 대상을 가깝게 보고 그들의 일상을 관찰해 볼 수 있다.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내담자의 진로선택에 대한 지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지지가 포함된다. 내담자들에게 우리의 인맥이 닿는 사람들과 연락할 기회를 주는 등 내담자가 전문적인 인맥을 넓히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응원과 격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은 각각이 다 중요하지만, 다섯 가지를 모두 조합하면 가장 강력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진로상담자로써 내담자가 자신의 진로행동계획을 세우도록 도우려면, 내담자와의 토론, 개선, 예행연습, 변경 등 수많은 일들이 필요하다. 내담자들은 그 과정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며, 진로 상담자들은 내담자가 계획을 실천에 옮길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진로관련 분야에서 누군가를 조력하고자 할 때 ‘진로 탐색'이라는 말에 담김 의미와 가치 그리고 한계와 효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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