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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May 09. 2019

보티첼리가 표현한 봄의 진실, 프리마베라

[1호][그리미01]

완연한 봄의 기운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지금 수많은 꽃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필자는 이맘때쯤 이러한 정경을 보면 꼭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이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초기 대표 작가인 보티첼리의 작품으로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림이 르네상스 초기 작품으로 미술사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 당시 역사적 상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주목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본고에서는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 봄의 기운을 가득 담은 ‘프리마베라’ 속 숨겨진 도상학적 의미와 함께 역사적 의미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프리마베라'는 이탈리아어로 ‘봄’ 또는 ‘청춘’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이름은 르네상스의 화가이자 미술역사가인 조르조 바시리가 1550년경 메디치 가의 카스텔로 별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이렇게 이름 붙여진 것은 단순히 봄의 정경을 담은 그림이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알레고리’의 의미를 지닌다. 알레고리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지 않고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법을 뜻한다.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알레고리 미술 작품인 ‘프리마베라’가 무엇을 은유했는가는 그림이 그려진 배경에 대한 두 가지 학설을 통해 알아볼 것이다.


출처 양정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5: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 399p

우선 그림 자체의 도상학적 의미를 알아보자. 오렌지가 열린 과수원에 신화 속 9명의 인물이 등장하며화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메마른 대지 위 서풍의 신인 제피로스가 따뜻한 입김을 불면서 메마른 겨울 나무가 꽃과 열매를 맺게 되는 봄이 시작된다. 제피로스가 클로리스라는 요정에게 다가가고 있고 바로 옆 장면에서 제피로스와 닿은 클로리스가 꽃의 신 플로라로 변하며 꽃을 뿌린다. 가운데에는 오렌지 나무의 아치와 하늘빛을 받는 비너스가 있다. 따뜻한 날씨로 비너스는 자신이 입었던 겉옷을 벗어 들고 있다. 비너스가 갖는 생식력으로 봄은 완성되며 완전한 봄을 기뻐하며 삼미신(순결·사랑·아름다움)이 마주보며 춤을 추고 있고 비너스의 위쪽에는 눈을 가린 큐피드가 날아다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왼쪽에 위치한 헤르메스(머큐리)는 다가오는 먹구름을 막고 있다.

프리마베라의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는 모두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들로 이 그림이 고전 주제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리스·로마 고전시기로의 회귀를 필두로 한 르네상스 운동의 주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등장인물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해석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반 하여 다양하고 이러한 해석들이 의뢰배경과 이어져 ‘프리마베라’가 그려진 배경에 대한 학설도 분분하다.

‘프리마베라’의 중심인물은 가운데에 위치한 비너스이다. 비너스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신임을 고려할 때 이 그림은 메디치 가문의 혼사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혼사와 관련된 해석이 메디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끈 위대한 로렌초가 그의 사촌인 피에르 프란체스코 데 메디치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그림을 의뢰했다는 학설로 이어졌다. 피렌체 출신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메디치 가문의 의뢰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그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 역시 메디치 가문의 외뢰작이다.) ‘프리마베라’ 속 오렌지 나무 역시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 그림이 메디치 가문과 관련됨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프리마베라’에 대한 남아있는 첫 문서 자료 또한 피에르 프란체스코 데 메디치의 소장품 목록이기 때문에 신빙성 있는 학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한 결혼의 축하보다는 로렌조 메디치라는 인물과 당시 피렌체의 역사적인 상황에 무게를 둔 해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비너스를 위대한 로마 제국 시조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로서 그림에 담았다는 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네이아스가 로마를 세우는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아이네이아스는 비너스와 트로이의 귀족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에서 탈출해서 로마 제국을 세우러 이탈리아로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풍랑을 만났다. 지중해 남쪽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 도착해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사랑에 빠져 로마 제국을 세우는 것을 다 잊어 여왕과 사랑을 나누는 일에만 전념했다. 이에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통해 아이네이아스를 구해오도록 시켰고 아이네이아스가 정신을 차리고 로마로 돌아와 위대한 로마제국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비너스뿐만 아니라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등장은 피렌체에는 서풍이 불면 봄이 온다는 믿음과 관련이 있다. 피렌체는 서풍을 타고 동방으로 무역을 하며 크게 성장하며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그렇게 이제 피렌체의 시대가 봄처럼 활짝 핀다는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닐까. 실제 로렌조 메디치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것’을 외치며 피렌체가 로마제국과 같은 세상의 중심이 되기를 염원했고 그 결과 피렌체의 정치적•문화적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밖에도 프리마베라의 해석은 다양하다. 필자는 그 중 당시 이를 주문했던 이가 피렌체의 전성기를 이끈 로렌초 데 메디치라는 점과 당시 역사적 상황을 엮어 프리마베라의 비너스를 찬란한 로마 제국의 어머니로 해석한 내용을 소개해보았다.


미술사의 묘미는 이처럼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마베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며 각자가 끌리는 해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봄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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