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앙데팡당 Apr 18. 2020

무엇이 표준이 될 것인가? - 2

[새무08]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 속 이모티콘은 어떨까? 이모티콘은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다. 요즘은 감정과 상황을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이모티콘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인종, 가족의 형태, 커플의 모습을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다. 행동을 하는 이모티콘도 여성과 남성 두 종류씩 제작하였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은 “빈은 다르게 본다”는 캠페인과 함께 새로운 표지판을 내세웠다. 기존의 남성으로 그려진 표지판을 여성으로, 아이를 보호하는 여성이 남성으로 바꾼 성평등 표지판이다. 당국은 “말과 그림은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상징한다”고 하며 기존 안내판의 절반 가량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빈은 공사장의 표지판에서도 ‘여성’의 모습을 등장시킬 계획이었으나 유럽의 법률에 맞지 않아서 추진되지 못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이런 복장은 공사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여성 인부는 치마를 입고 안전모도 하지 않은 채 찰랑이는 머릿결을 자랑하며 공사를 한다는 말인가?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여성을 등장시켰는데 정작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대로인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스위스 제네바 에서 횡단보도 표지판의 절반을 여성 그림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표지판에는 임신한 여성, 지팡이를 든 나이 많은 여성, 아프로 파마 머리를 한 여성을 포함한 6가지 종류의 여성 그림을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네바 시장은 이번 표지판 변경 프로젝트를 성평등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위한 시의 결정이라고 하며 “전통적으로 공공장소는 남성이 설계해왔다, 이번 표지판 변경은 그 공공장소의 일부를 여성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표지판의 대부분의 모습은 남성이며,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모성이 강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성은 이제서야 공공장소의 일부를 찾게 된 것이다. 제네바 시장의 말은 기존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의 존재가 어떠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9년 7월, 양천구는 화장실 표지판을 색깔에 따른 성별 구분을 없앴다.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 색상 통일하는 대신 층별로 표지판 색을 다르게 칠하는 계획을 내세웠다. 그동안 여자화장실은 빨간색, 남자화장실은 파란색으로 구분되어왔는데 색에 따른 구분은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양천구는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는 만큼 생활 가까이에 닿아 있는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국가나 도시의 이러한 표지판과 안내판 교체사업은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이 따른다. 기존의 등장 인물이 남성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아닌지, 여성은 머리가 길고 몸매가 부각되는 형태로만 표현된다는 지적도 따르며 표지판 그림을 바꾸는 것이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표준’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동안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며 일상을 보내왔다. 그러나 ‘표준’의  뒷면에 가려진 존재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콘이나 픽토그램과 같이 직관적이고 단순한 그림언어일수록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이 고스란히 담긴다. 불편한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단순히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부 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다양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인 만큼 표준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 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86318.html

https://www.yna.co.kr/view/AKR20200118000300088?input=1195m 

https://newsis.com/view/?id=NISX20190705_0000702746&cID=10801&pID=14000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이 표준이 될 것인가?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