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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Apr 09. 2020

무엇이 표준이 될 것인가? - 1

[새무07]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문화인류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같은 생각이나 문화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언어는 정신을 구성하며 사상을 형성하고 행동양식이 된다. 한 국가의 입장에서 고유한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힘이자 권력이다. 


오늘날에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 활발하다. 그에 따라 새로운 용어들이나 유행어도 빠르게 생겨난다. 한편 모바일에서는 긴 텍스트는 부담이 된다. 화면을 눈으로 보면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인식하고 공유하기 위해 우리는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사용한다. 마우스를 이용하여 화면에 있는 메뉴를 선택하고, 원하는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의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에 있는 아이콘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문자 언어를 시각화한 그림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먼저 그림언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의 종류를 알아보고 각각의 개념을 살펴보자. 



아이콘 (Icon)

Icon은 ‘상(像)’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eikoon’에서 왔다. 미술에서 Icon은 동방정교회의 신앙의 대상인 그리스도, 성모, 성인 등을 그린 것을 의미하며 ‘이콘’이라고도 한다. 오늘날 Icon(아이콘)은 컴퓨터나 핸드폰에서 정보를 표시하는 조그만 그림이나 기호를 뜻한다. 아이콘은 각종 프로그램, 명령어, 또는 데이터 파일들을 쉽게 지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각에 해당되는 조그만 그림 또는 기호를 만들어 화면에 표시한 것이다. 아이콘은 정보의 내용을 사람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을 함축할 수 있으며, 대상의 닮은 꼴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어 형태와 의미가 대응하는 특징이 있다. 또 누구나 보았을 때 의미를 알아야하기 때문에 국제표준기구(ISO)나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하기도 한다.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발달함에 따라 언어의 대안으로서 연구개발되고 있으며, 컴퓨터 문화 보급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아이소타입 (Isotype)

아이소타입은 ‘국제 그림글자 교육기구 (International System of Typographic Picture Education)’의 약어이다. 아이소타입은 1920년대에 철학자이며 교육자이자 오스트리아 빈의 박물관장이던 노이라트가 창안하였는데, 그는 간략화된 도형을 이용해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말로 만들어 교육용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아이소타입은 일정한 사상을 나타내기 위해 문자와 숫자를 사용하는 대신에 상징적 도형이나 정해진 기호를 조합시켜 보다 시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노이라트는 그림의 뜻을 설명하는 문장을 확립시키기 위하여 2,000개 이상의 기호를 수록한 시각사전과 기호의 문법을 만드는 시도도 하였다. 아이소타입은 통계 도표나 교과서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 도표의 내용을 명쾌하고 효과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아이소타입은 언어를 초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써 현대적 시각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픽토그램 (Pictogram) 

픽토그램은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이다. 픽토그램은 사물, 시설, 행위, 개념 등을 상징적이고 단순한 그림으로 나타내 대상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 그림문자이자 상징문자이다. 따라서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누구라도 픽토그램을 보기만 하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픽토그램은 국가적·국제적이며, 약속체계·기호체계·상징체계이자 규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식적인 형태가 정해져 있거나 각각 사용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화장실,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공공시설에 사용되는 픽토그램은 한국산업규격(KS)으로 제정해 사용하고 있다. 



심벌 (Symbol)

심벌은 사물을 전달하는 매개적 작용을 하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그리스어의 symbolon(符信)이 그 어원이며, 상징이라고도 한다. 심벌은 매우 다의적인 개념인데, 예를들어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든지, 왕관은 왕위의 상징인 것처럼, 눈이나 귀 등으로 직접 지각할 수 없는 의미나 가치 등을 어떤 유사성에 의해서 구상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다의적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있어야 의미를 알 수 있으며, 지역이나 종교, 환경 등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아이콘, 아이소타입, 픽토그램은 보편적이며 표준 디자인이 정해지기도 하며 공식적이고 국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심벌은 규격화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의미를 공유하는 사회에서는 약속된 것만이 그 의미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언어적인 특징이 있다. 그러나 직관적인 아이콘과 아이소타입, 픽토그램과는 달리 맥락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소외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림 언어는 시각적이고 직관적이기에 한 눈에 알아보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미지로 남기 때문에 무언가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디지털 속에서 그림 언어는 한 공동체, 한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각적 언어들이 어떻게 규정되어 사용되어 왔는지에 대해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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