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ost i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앙데팡당 Oct 09. 2020

미술, 공간 그리고 우주

[2호][berry]

몬드리안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미술 시간에서였다. 처음 마주한 네모나고 빨강, 노랑, 파랑 등 몇 가지 색깔로만 이루어진 몬드리안 작품은 단순해 보였고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E앙데팡당 세미나를 하면서 미술과 과학의 연계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고 ‘테마현대미술노트’ 과학 파트를 읽으면서 <Fost it> 2호 주제인 ‘공간’과 연결 지어 글을 써보면 어떨까 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에 미술, 공간, 과학과 관련된 미술사조를 찾기 시작했고, 이렇게 알게 된 것이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이다. 


‘신조형주의’는 몬드리안의 조형 세계를 상징하는 공식적인 명칭이며, 이는 수직과 수평의 비대칭적 관계를 추구하는 이론이다.* 몬드리안은 이러한 신조형주의를 주장하면서 추상이 지니고 있는 비구상성이 단순히 시각적인 장식성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직과 수평의 조형적 요소들에 상징적인 표현을 대입했다.** 이렇게 대입된 것이 우주적인 공간개념이다. 


신조형주의의 '정적균형’은 우주적 공간개념을 보여주는 원리로, 지면과 인간의 직립형태, 즉 중력과 인간의 직립자세에서 착상된 것이다.*** 수직을 지구의 운동법칙 중 자전으로, 수평을 공전으로 적용한 조형이다. 이러한 수직과 수평은 만나 조화를 이루고 공간을 형성하며, 각 부분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완벽한 통일성을 보이기도 한다. 작은 네모 직각 공간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수직과 수평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각기 다른 크기의 네모 직각들이 서로 조화롭게 있다. 이는 하나의 통일성을 느끼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몬드리안은 수직과 수평의 직선과 이것들이 만들어 내는 네모 직각꼴로, 작품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표현하였고,****‘신조형주의’ 이론을 작품에 담았다. 수직과 수평에 우주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추상이 지닌 비구상성이 패턴화 되어 장식성으로 국한되지 않게 하였고, N차원 우주의 입체적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표현한 것을 통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냈다.


E앙데팡당 세미나가 시발점이 되어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서 몬드리안이 자신의 작품에 철학적이고 심오한 이론을 접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몬드리안 작품을 아직 단순한 그림, 따라 그리기 쉬운 그림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몬드리안 작품을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재 몬드리안 작품은 패턴성과 장식성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은 자신의 작품이 단순히 시각적인 장식성에 머물지 않기를 바랐던 몬드리안의 의도와는 상충하는 상황이다. 앞서,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를 비롯해 몬드리안이 자신의 작품에 담은 우주적 요소들과 공간개념에 관해 설명했다. 이렇게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품에 여러 가지 우주적 조형원리를 비롯해 다양한 원리를 담았는데, 여러분들은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면 이러한 우주적 개념과 공간적 원리가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작가의 의도와 반대로 소비되는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 김형진. 『자연과학을 본질로 하는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공간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2006). 46p.

** 위의 논문 47p.

*** 위의 논문 49p.

****위의 논문 50p.

매거진의 이전글 새롭게 탄생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