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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Nov 01. 2020

공간 이야기 : 도시에 관하여

[오리02]

각자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공간을 둘러보자. 

과연 당신의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공간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을 빼고 이야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도시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삶을 꾸려가는 공간이다. 그런 도시는 과연 현재 어떤 공간인가. 왜 도시가 좋은가? 라는 물음에 ‘깨끗하고, 쾌적하다’는 답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당장 강남과 같은 서울 도심으로 나가서 주위를 둘러봐도 정제된 듯한 거리 모양새와 독특하면서도 깔끔한 건물이 주는 인상은 꽤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런 도심 공간은 대게 사회에서 ‘깨끗하고 깔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존재들을 배제하고, 제거하며 구축된다. 우리의 도시는 ‘우리’라는 단어 아래 모두를 포용하고 있는가? 오늘의 글은 여기에 의문을 던지고 활동을 펼친 예술가 그룹을 소개하며 도시 공간에 관한 재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서울퀴어콜렉티브'

 2020년 7월,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자동차와 협업하여 차세대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사업을 선보였다. 다양성과 확장성, 개방성을 목표로 장르 제한 없이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협업하는 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에  2020년, ‘서울퀴어콜렉티브’ 팀이 그 중 한 팀으로 선정되었다. 서울퀴어콜렉티브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종로3가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타자화되어 밀려나가는 소수 집단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결성된 프로젝트팀이다. 이들은 종로3가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그러나 어느 순간 도시 미관을 해치는 문제적 존재로 낙인찍힌 남성 젠더퀴어(동성애자), 쪽방촌 거주민, 노숙자, 탑골공원의 빈민 노인, 성매매 여성 등의 소수 집단들을 ‘도시 퀴어’라고 명명한다. 도시의 위계 구조에서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밀려나 있는 도시 퀴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여 그들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서울퀴어 콜렉티브의 목표이다.'
-출처 :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브로셔-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타자의 연대기>, <타자 종로 3가/ 종로 3가 타자>, <평평하게 겹쳐진> 등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종로 3가를 중심으로 도시 공간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의 부피감을 살린다.  근대에 들어 사회는 도시의 미관에 관한 특정 기준을 세우고, 이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암묵적 압력을 가해왔다. 그 과정에서 ’도시 퀴어‘들은 자연히 도시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당당히 도시민으로서 전유할 수 있는 도시 공간도 사라졌다. 소수의 권력층에 의해 시작되었을지 모르는 이 도시 미관 정비는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 퀴어들의 존재를 잊게 했고, 도시 공간에 그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버젓이 숨 쉬며 살아가는 존재를 사회에 의해 치워져야 할 존재로 규정하며 만들어진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배제를 통해 성취한 도시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도시는 사람의 유형에 따라 살아갈, 활동할 구역이 나누어진 도시가 아니라 그 경계를 밟고 일어서 모두가 모두의 존재를 인식하고, 존재하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의 도시로 나아가기를 갈망해야 하지 않을까?

       


'리슨투더시티'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에 결성된 예술, 디자인, 도시 건축 콜렉티브로 주로 도시의 기록되지 않는 역사들, 존재들을 가시화해왔다. 이들의 홈페이지에는 이 그룹 활동의 관심과 목적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래의 글은 그 일부를 발췌해온 것이다.     

'저희가 하는 활동들은 비단 환경이나 도시환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간을 소유하는 권력의 관계’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많은 모순과 폭력은 땅과 관련하여 나타납니다. 강과 산 공기 물뿐만 아니라 거리와 광장 그리고 도시는 하나의 공통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선조의 것도 당대의 것도 미래의 누군가를 위한 것도 아닌 모든 이들의 공유재여야 하는 장소들은 국가와 소수 이익집단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습니다.' -출처 : 리슨투더시티 홈페이지 http://www.listentothecity.org/-

 이들은 '누구'의 것이 되어버린 도시 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도시가 '공통'의 것이 되도록 잊히고, 배제되었던 존재들을 가시화한다.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재난 상황에서 혹은 재난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와 <재난도시>였다.      

 도시가, 혹은 삶의 공간이 '누구'의 공간으로 특정된다는 것은 모든 것이 그들을 기준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난, 사회문화 혜택, 정비 사업 등등 모두 그러하다. 이는 '누구'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지 복지의 대상으로만 상정되어버릴 위험성을 가진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도시민으로서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될 수밖에 없고, 도시를 형성하는 데에 그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된다. 리슨투더시티의 활동은 나에게 도시에 적합한 존재의 기준이 존재하는가?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도시에서 객체로 살 수밖에 없는가? 라는 질문들을 던지게 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비가시적 폭력성을 인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가 당당히 도시를 점유하는 '우리'의 도시를 위하여.


[사진 출처 : 서울특별시 사진기록화 사업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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