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모01]
에르제: 땡땡 hergé:tintin 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전시 기간 2019 12 21-2019 04 03
4/3일까지 전시가 연장된 에르제: 땡땡전(이하 땡땡전)을 보고 왔다. 총 10여 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작가의 그림과 만화가 완성되는 과정이 전시의 주요 볼거리이다. 간략히 관을 소개하자면 1, 2관은 조르주 프로스페 레미, 즉 에르제의 유화 작품과 수집품이 소개되어있다. 만화가를 직업으로 삼았지만, 작가의 꿈 역시 갖고 있었던 만큼 미술품 수집에 큰 흥미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3 관부터 9관까지는 땡땡을 포함한 그의 다른 만화들과 제작 배경이 전시되어있고 10관은 포토존이다. 사실 굳이 10관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시 입구부터 출구까지 귀엽게 꾸며져 있어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다.
땡땡전을 포함하여 요즈음 ‘인스타그램용’이라는 평을 받는 전시가 많다. 호평인지 혹평인지는 모르겠다만, 재미있는 말이다. 전시에 간다는 일 자체가 어느 정도 허영심을 채우기 위함도 있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은 과시하고픈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매체다. (과시욕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과시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잘살고 있다는 증거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렇게 아카이브 된다면 기획자뿐 아니라 관람객의 여러 시점으로 바라본 전시가 보존되는 것이니 전시에도 좋은 일이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글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땡땡전은 작가 회고전이라는 본래 목적에 잘 부합한다.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시를 보며 알 수 있다. 상당히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으며 인간적인 매력이 넘쳤던 것 같다.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그것도 한 세기 전 유럽 백인 남성의 이야기이다 보니!) 인종 문제나 친나치 행보 등 지금 시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으레 회고전이 그렇듯 이 모든 인간적 결함은 긍정적으로 덮인다. 인종 차별은 그의 중국인 친구 ‘창총첸’씨와 친분으로, 친나치 신문에 만화를 연재한 건 종전 후 무혐의를 받은 것으로 덮인다. 무결한 인간임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듯이 말이다. 똑똑하고 사회에 관심 많았던 백인 남성이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현실과 타협하며 살았다, 를 포장하는 서사는 보이는 것 이면의 인간성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만화가 회고전이니만큼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만화 진행과정을 담은 스케치 작업이 많았다. 스케치된 종이를 보는 건 언제나 재밌는 일이다. 뭐랄까 cg전의 영화 촬영 현장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인쇄된 선에서 볼 수 없는 두꺼운 연필선은 인간적이고 정겹다. 스케치와 완성본을 대조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장면은 스케치와 똑같지만 어떤 장면은 아예 빠지거나 구도가 바뀌기도 한다. 땡땡과 아독선장이 처음으로 만나는 부분은 특히 많은 수정이 보인다.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엿보였다.가장 좋았던 장소는 역시 마지막 10관과 24권의 만화책이 비치된 특별전시실. 다락방 느낌을 주는 공간이 아주 아늑하니 좋다. 얇은 책과 칸칸이 가득 찬 말풍선이 귀여우나.. 유럽의 개그 코드는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4/3일까지 각종 사이트에서 할인하고 있고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도 할인이 있다. 대학생이라면 학교에 따라 1+1 이벤트도 받을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보러 가시길! [A 모01, 201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