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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Jan 14. 2022

진실을 회복하지 못했던 수많은 관계들에게 바친다

[이상 02]

감정이라는 넓은 띠 사이에는 친구, 연인, 가족 등 수많은 형태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어떤 이들의 사랑을 절친한 친구, 혹은 병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감정을 부정해 온 역사가 있으며, 2021년의 지금까지도 그것은 이어지고 있다. 색이 다른 감정으로 덧씌워진 사랑이라는 감정을 희생당한 이들을 화가 로메인 브룩스가 동성 연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위로하고자 한다. 


1. Romaine Brooks, <Ida Rubinstein>

                                   

2. Romaine Brooks, <Renata Borgatti, Au Piano>



여성 피아니스트 르네타 보가티를 모델로 하는 작품이다. 짧은 머리에 어두운 색의 옷을 입은 여성을 음악 예술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제시하였다. 기존의 성별 이분법 속에서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능동적인 여성 이미지를 상정하였다. '남성의 차림새'를 한 여성을 모델로 하여 의도적으로 젠더 규범을 전복함으로써 레즈비언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3. Romaine Brooks, <Chasseresse>





연인 나탈리 바니를 모델로 한 작품이라고 추정된다. 부분적 누드는 여성의 섹슈얼리티, 관능성을 표현한다. 브룩스의 여성 누드가 여성의 신체를 관능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레즈비언적으로 에로티시즘을 그렸다는 평이 존재한다. 반면 무채색의 험준한 풍경과 염소의 배치, 두터운 모피는 여성의 야성성과 신화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자세의 선명한 선과 굳건한 표정은 기존의 여성 이미지가 함의하던 부드러움이라는 가치보다 힘과 권위에 집중하는 여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무채색이 지배적인, '남성복'을 입은 여성들이 가득한 그림을 통해 브룩스가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고백한 셈이라고 여긴다. 여성을 남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종의 커밍아웃이며, 파격적이고 예술적 의도가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여 높은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두움의 색채와 짧은 머리, 양장을 남성의 전유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화가 브룩스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통해 어떻게 그의 성적 지향을 유추하는지, 성적 지향 자체로도 파격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이 공간에서 만큼은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한 사람만이 유일하게 포착할 수 있는 그들의 순간을 보았을 때, '남성복'을 입은 여자나 예술로서의 커밍아웃이라는 거창한 언어를 말하기보다 사랑이라는 단순한 감정을 느끼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사진과 퍼포먼스에 나타난 젠더 트러블-

              복장 도착과 양성적 이미지의 젠더 전복적 의미와 수행성,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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