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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대문 Nov 29. 2023

태양 실종 사건!!!

15 시가 되면 가로등이 켜지고

한 여름, 집에 가래도 가지 않고 신나게 번쩍 거리던 태양이 귀신같이 자취를 감췄다. 그야말로 실종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할 정도로 얼굴을 볼 수 가 없다. 저번주에는 내내 흐려서, 이번주에는 내내 비가 와서, 그 전에는 내내 바람이 불어서. 등등 얼굴을 내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눈을 떠도 흐리멍텅한 하늘이요, 잠을 잘 때도 새카만 어둠이니 아침인지, 낮인지, 밤인지 구분하기가 약간, 호들갑 더해서 정말 쉽지가 않다. 오죽하면 거리의 가로등이 15시면 반짝 하고 들어올 정도니.


14:45분의 하늘. 이미 해가 지고 있다…가로등도 반짝.




11월에 들어서는 순간 부터 독일에서 배출해낸 수많은 저명한 인사들이 떠오른다. 프리드리히부터 니체, 하이데거, 칸트 등등. 그들이 사색하며 생가겡 잠기고 토론을 거치던 그 이면에는 해뜨지 않는 11월이 있었으리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일반의 소시민인 나도 자꾸 사색에 잠기다 못해 꼬르륵 가라앉을 정도니, 뇌의 주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은 오죽했으랴.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입꼬리도 추욱 쳐졌다.


11월 초 알록달록하게 나뭇잎들을 물들어가는 가을바람이 홀랑 떠나고 나자 쌀쌀한 바람이 온통 독일을 덮었다.


흐릿하게 밝아오는 창 밖으로 저 구름 위 어딘가에 태양이 떠올랐겠지, 하고 짐작하고, 15시가 되면 깜깜해져가는 하늘을 보며, 저 구름 위 어딘가 태양이 지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살아내다 보면, 다른 나라에서 ‘겨울사진’하고 올린 사진에 햇살이 반짝- 한 것을 보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해리포터를 사랑한 이들이라면 ‘디멘터의 하늘’이라는 표현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실런지.


이번주 맨날 비 예보. 태양 한점 없을 일주일의 기상예보


정말 맨날 흐리고 맨날 춥고 맨날 비가온다. 종종 이렇게 오는 비를 ‘분무기 비’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우산은 무용지물이 되는 녀석이다. 옷은 젖고, 우산을 꺼낼라치면 금세 멎는듯 했다가 다시 흘뿌려대고. 그래서 방수되는 도톰한 외투가 없으면 눈물짓는 하루가 된다.


그래도 11월 27일이 되면 태양의 빈자리를 메꿔줄, 겨울의 꽃!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마켓에 관한 이야기는 곧 따끈한 핫초고와 글리봐인과 함게 다시 등장할 예정이니 오늘은 태양이 실종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생존에 대헤서 좀 더 이야기 해볼려고 한다.


해가 안 뜨는 것 정도야 뭐, 큰일인가. 싶겠지만 생각보다 큰 일이다. 나도 한때는 내가 날씨에 이렇게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인줄 몰랐다. 그 때는 해가 떴다 하면 우르르 몰려나가 햇빛아래 서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누리는 독일인들이 꽤나 유난스러워 보였달까.


그런데 태양을 못 받으니 축축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주워담기가 쉽지가 않다. 농도 조절을 잘못한 슬라임처럼, 침대위에 질퍽, 책상 위에 질퍽, 심지어는 방바닥에 질퍽 하고 늘어진다. 어찌어찌 흘러내리는 몸과 마음을 주워담아 보아도 지끈거리는 두통이 온통 하루를 넘치게 채운다.


이럴때, 무기력과 우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비타민 D“, 그리고 “운동”이 필수이다.


우울은 수용성이라 씻으면 사라진다는 유명한 명언이 있다. 여기에 숟가락 하나 얹어보자면 무기역은 햇빛 결여이니 비타민 D로 치유를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하루에 몸을 으쌰으쌰 움직이는 상활운동까지 더해진다면 해뜨지 않는 독일의 겨울일 이겨 낼 기본은 갖춘 것이다.


이 겨울이 힘들어 휴가를 모으고 모아 태양의 도시로 도망치는 이들도 봤다. 썬글라스를 척 얹은 사진 하나를 프로필로 바꾸면서 ‘나는 태양과 함께 있지롱!’ 하는 동료의 사진이 얼마나 귀엽던지.

그래도 몇년을 살아내 보니 여름에는 밤이 아쉬워 온통 잠들지 않는 나라였다가 겨울이 되면 겨울잠에드는 나라가 되는, 자연의 섭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시간이 아주 싫지만은 않다.


진득하게 도서관에 앉아있는 시간도 어째 억울하지도 않고, 책을 펼치면 술술 들어오는 기적도 맛본다. 그뿐이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벽난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도 마실 수 있다. 밤이 길어지니 잠들지 못하는 시간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이 밤에 잡아먹히지만 않을 수 있다면야.


헤가 떠있다고 항상 좋은 날이 아니듯, 해가 없다고 항상 나쁜날도 아니다. 그 당연한 진리를 온 몸으로 배우며 체감한다.




그래도 삼주 내내 태양 얼굴 한 자락도 못 본 것은 좀 억울하니, 오늘은 집에 가서 실종신고를 하기는 해야겠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태양도 출근은 해야지!


오늘의 독일 생활 팁

1 겨울철 필수품은 비타민 D

2 방수가 되는 도톰한 외투 하나는 꼭 장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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