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만두 1

1.5와 2 사이 어디쯤

by 다른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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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태어나 한 달 뒤쯤 횡격막 파열 사고를 당해 바로 우리 집에 옮겨오게 되면서 그 뒤로는 한 번도 바깥에 나가본 적 없는 쫄보 겁쟁이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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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생활이 얼마나 길었는지 알 수 없지만 능수능란한 표정으로 철저히 목적에 맞게 행동하며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마치 옆집 할매처럼 시크한 삼색냥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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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의 평온하고 안일한 제일 서열을 만두가 단숨에 뒤집은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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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자마자 만난 어느 커플이 침을 흘리며 길가에 앉아 있던 만두를 지나치지 못하고 동물병원에 데려가 항생제 몇 알로 잠시 구내염을 가라앉힌 채 동글동글 노랗고 자그마한 만두를 내 앞에 쓱 내민 순간 그 손길을 거절하기란 참 어려웠다. 유전적 구내염을 앓는 고양이는 함부로 데려오면 안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불쌍한데 좀 키워줘요 하던, 텐션 넘치는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젊은 커플은 그저 좋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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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심약하고 물정 모르는 고등어는 이사 온 집에 적응하기도 힘든 상황에 느닷없이 까칠한 만두까지 들이닥치자 일주일 넘게 식음을 전폐하며 단식투쟁으로 버티다가 어느 순간 포기하듯 만두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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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성격만이 사회생활 으뜸 기술인 것만 같았다. 니가 나를 받아들이든 말든 우린 같이 살 거야, 유노? 언더스탠? 하듯 집 구석구석 어슬렁거리며 모든 파악을 끝낸 만두는 고등어를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어떤 날은 친절하게, 어떤 날은 무심하고 귀찮다는 듯 그저 불성실하게 핥아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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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양이 이쁜이와 떨어진 후 한 번도 동족의 습도 가득한 그루밍을 경험해 보지 못한 고등어는 완벽하지도 않고 엉망진창인 만두의 그 무심한 그루밍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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