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동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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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제 발 아래 두는 도도한 생명체였다. 만두 앞에서 또 뒤에서 늘 안쓰러운 건 고등어일 수밖에 없는 나는 만두의 무심한 성격에 맞춰 딱 그만큼만 만두를 대했다. 만두도 그 정도가 적당하다는 듯 필요할 때만 우리 부부에게 아양을 떨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훌쩍 벗어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밀림의 왕자 같은 태도를 이어나갔다. 그 무엇도 아쉬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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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치며 만두의 상태만을 지켜보던 마지막 며칠은 후회와 미안한 감정 뿐이었다. 반 자발적 노동착취에 가까운 워커홀릭이었던 내가 혹시나 다른 집사보다 좀 더 불성실해서 만두가 더 아팠던 건 아닌지 돌아보며 스스로 어둡게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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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발치를 해도 완치가 어려운 구내염 탓에 약으로 버티는 것도 4년을 넘어가자 더 이상 염증을 누르지 못했다. 만두의 얼굴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 시간 침과 농으로 얼룩졌고 닦아도 닦아도 원래 얼굴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입속이 아프니 자가 그루밍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두번은 꼭 얼굴을 씻겨주고 고등어가 옆에서 틈틈이 돕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건강한 다른 집 고양이들처럼 귀여운 때의 사진을 많이 찍어두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1년 동안은 각막부종까지 앓게 되어 시력도 점차 잃어가는 중이었다. 안약과 가루약을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만두와 나는 조금씩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결코 만만찮은 병원비와 약값도 겨우 감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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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버티는 삶을 살면서도 먹을 때만큼은 어느 고양이보다 건강하다 착각할 정도로 먹성이 좋던 만두는 마지막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누워만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업무를 접어두고 만두를 안은 채로 밤을 새웠다. 해가 지기 직전의 다음 날 늦은 오후, 무서운 꿈을 꾸듯 무의식 상태에서 허공에 대고 네 발로 저항하며 도망쳐 달리는 것만 같은 모습으로 한참을 떨다가 남아있는 모든 배설물을 내 품에 쏟아낸 만두는 작은 몸짓까지 완전히 멈추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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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년, 우리 집 서열 1위로 살다 간 만두를 묻어주고 돌아오던 길, 해안도로 해수면은 유독 까맣고 언뜻 반짝거렸다. 노오란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지다가 금세 꺼지기도 했다. 마치 황초록색 눈동자로 무심히 눈길을 주다 눈꺼풀을 깜빡이며 이내 딴 곳을 쳐다보던 만두의 표정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