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생각해서 잘 된 기억이 없다. '맞겠지? 맞아'했으나 아슬아슬하게 틀린다. 머리칼을 쥐어잡고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은 또 어땠나. 때를 놓쳐 식어버렸거나 너무 갈고 다듬어 쓸모없는 부스러기만 남은 경우가 많았다. 나에게 있어 재고는 오류고, 심사숙고는 머뭇거림일 뿐이다. 단 한 번, '탁'하고 들어왔을때 '딱'하는 소리를 내며 실행에 옮길 때 흡족할 확률이 높다. 그런줄 알면서도 '탁' 소리에 '딱' 반응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주위를 서성거린다.
터키 전통빵이라는 시미트, 머리속으로 과정을 그려본다. 반죽은 이렇게 이렇게가 맞겠지? 아닌가? 틀렸으면 어쩌지. 당밀은 이렇게? 글쎄. 맞겠지? 아닌가? 국내산 참깨 비싸다. 중국산 쓸 걸 그랬나. 아니 아프리카산이 훨씬 싸던데 그래도 국내산을 써야지 아니 아프리카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의심하고, 따지고, 쪼개고, 이유를 들먹이는 바람에 단순한 빵이 시끄럽고, 복잡하고, 불순해지려 한다.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어 털어내고 제자리에서 통통 뛰어 남아있는 잡것들을 비워낸다. '이건 이거야!'로 시작해 '먹을만 하면 됐잖아!'로 끝나면 그만이다. 내가 지닌 질서에 따라 내 뜻대로 탁.딱. 흘러간다. '탁'하고 나온 시미트, '딱' 먹을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