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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조건, 감정의 용광로

마음의 창을 닦으며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글을 '논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글은 '감정'이다.

모든 글은 감정에서 출발한다. 감정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자 동기다.

열등감, 우월감, 화남, 분노, 기쁨, 자랑...

어떤 글이든, 지식을 전달하는 글조차도 결국 감정이 있어야 쓸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글을 쓰기 어렵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감정이 용광로처럼 생각을 녹여야 한다.

고맙게도, 나는 안방 화장대 한켠을 글을 쓰는 장소로 집사람에게 양도받았다.

조건은 단 하나,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는 것.

오늘도 12시가 지나 의무감에, 혹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결핍될 때, 힘들 때, 고민이 많을 때, 생각에 사로잡힐 때.

그런데 지금의 나는 배부르게 먹고,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특별한 결핍 없이, 다만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앉아 있다.

이렇게 글을 써본 것이 얼마만인가 싶다.

고등학생 시절, 문학소년처럼 철학책에 빠져 철학자를 꿈꾸었다.

신규 교사 시절에는 매일 교단 일기를 학급 홈페이지에 올리며

아이들과 하루의 일과를 공유했다.

하지만 요즘은 독서도, 글도 시들해졌다.

무기력한 나날들, 적응은 되었지만 부담스러운 직장생활.

매년 새로운 일을 익히고 배우느라 바쁘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학교를 떠날 때는 작은 교실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넓은 세상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교육청 작은 사무실에 갇혀

맡은 업무만 반복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거꾸로, 학교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은 생각에 달려 있다."

그 말이 참 맞는 듯하다.

학교와 교육청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내 마음이 변한 것 같다.

요즘 나는 사람의 마음에도

차량의 운전석처럼 세상을 보는 '창'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은 그 창에 특정한 스티커가 붙어

그것만 계속 보게 된다.

어떤 날은 빨간 셀로판지가 씌워져

세상을 한 가지 색으로 바라보게 된다.

명상, 요가, 성찰...

결국 이 모든 것은 마음의 유리를 깨끗이 닦는 과정이 아닐까?

고정관념, 편견, 어림짐작.

"저 사람은 이럴 거야."

"저 상황은 분명 이렇게 될 거야."

사실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내 마음이 편한 대로 판단해 버린다.

유튜브 속 온갖 선동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찾아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어떤 생각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

깨끗하고 투명한 시야로

세상을 객관적이고 넓게 바라보는 것.

마음 수양과 더불어

세상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이다.

긍정적이다. 희망적이다.

부정적이다. 불만스럽다.

이 모든 감정은 결국,

세상을 한쪽 면만 보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좋고 나쁨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일, 사물,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늦은 밤, 잠이 오는 눈을 감으며

마음을 비우고 다시 잠을 청한다.

2025.3.2.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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