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캄보디아로 갔을까?

고립된 청년, 무너진 사회안전망, 그리고 이윤 앞에 무력해진 국가의 민낯

2025년 가을,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에서 감금되고, 사망하고, 불법 범죄 조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충격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누군가는 "거길 왜 갔느냐"며 쉽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하지만 정말 이 비극은 그들의 잘못으로만 끝낼 수 있는 일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청년들이 같은 방식으로 빠져들었을 리 없다. 눈을 돌려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이 사건은 개인의 판단력 부족 이전에,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구조적 결핍과 위기의 거울이다.


고립된 청년들, 정보의 섬에 갇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청년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단지 고수익에 눈이 먼 무모한 사람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들이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멘토나 조언자, 사회적 지지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고립된 섬처럼 살아온 흔적이 짙다.

청년들은 수많은 유혹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정제되지 않은 채 SNS나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될 때, 건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관계'다. 부모, 선배, 친구,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맺어진 관계망은 위기의 순간, 위험을 막아주는 안전망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관계망이 작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는 ‘캄보디아’라는 낯선 나라가 오히려 기회의 땅처럼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돈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회

우리는 지금, 돈이 인간의 가치를 규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이 많으면 존경을 받고, 돈이 없으면 조롱받는다. 예의와 도덕, 책임과 정직 같은 가치는 점점 무게를 잃고, 눈에 보이는 소비와 자산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런 배금주의적 분위기가 단지 일부 계층의 사고방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은근한 합의처럼 퍼져 있다는 데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무리한 투자와 ‘한 방’을 꿈꾸는 태도는 점점 일상이 되었다.

특히 SNS는 이런 흐름을 더욱 부추긴다. 잘 사는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은 알고리즘을 타고 끊임없이 노출되며,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은 비교의 프레임 속에 놓이게 된다.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에게 현실은 불공정하고, 희망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한때는 부정했던 말들 “돈이면 다 된다”, “성공만 하면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이 이제는 농담이 아닌 현실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공정함보다 결과, 과정보다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가난을 수치로 여기고 돈을 목표가 아닌 존재의 조건으로 인식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너진 국가의 외교적 책임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대한민국 대사관의 무력함이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대사관에서는 ‘근무 시간 내에 방문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탈출을 도운 건 국가가 아닌 현지 교민과 선교사들이었다.

청년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교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부패한 현지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나서야 할 때가 있었다. 오히려 이 사건이 외교부와 대사관의 기능을 되묻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늦었지만 대통령이 나서고, 경찰청이 현지 데스크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 뒷수습이 아니라, 그 전에 막을 수 있었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캄보디아가 아닌, 한국의 문제다

이 사건은 단지 캄보디아라는 타국에서 벌어진 한국 청년의 비극이 아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로맨스 스캠 등 이미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디지털 범죄 구조가 국경을 넘어 확장된 결과다.

범죄조직은 단순한 해외 거점만이 아니라, 한국 내에 모집책, 현금 인출책, 물밑 운영자까지 정교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아무리 한 국가에서 척결한다 해도, 이 문제는 구조적으로 한국 내부에서 발원된 문제다. 디지털 인프라를 악용한 범죄를 막지 않으면, 캄보디아가 아니라 또 다른 국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범죄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를 노린다

범죄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 취업이 어렵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지 못한 사람들을 노린다.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안 속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 역시 만약 고립되고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면, ‘좋은 제안’처럼 들리는 유혹을 무시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범죄를 단지 개인의 일탈로 보지 말아야 한다. 사회 구조가 만든 취약지대에서 자란 범죄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사회가 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이들을 보호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캄보디아에 가지 말자’는 단순한 방침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내의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범죄를 뿌리 뽑는 것,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튼튼한 사회관계망과 경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되묻는다. 청년들은 왜 캄보디아로 갔는가.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이 사회가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들을 버린 건, 그들 자신이 아니라 우리 사회다.


2025. 10. 14.(화)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김대성


#청년문제 #캄보디아사건 #해외범죄 #배금주의 #사회적안전망 #고립된청년 #청년고립 #사회구조적문제 #청년빈곤 #정보격차 #멘토부재 #디지털범죄 #보이스피싱 #불법도박 #로맨스스캠 #SNS플렉스 #상대적박탈감 #불공정사회 #양극화사회 #청년실업 #헬조선 #청년위기 #사회적관계망 #윤리붕괴 #사회문제 #청년사기피해 #청년범죄피해 #공정사회 #사회적무관심 #캄보디아청년 #사회구조 #청년정책 #정의로운사회 #사람보다돈 #인간가치하락 #청년자립 #외교부무책임 #대사관기능부재 #소극행정 #청년정책실패 #청년희망실종 #사회적응원 #사회적책임 #공론의장 #구조적폭력 #범죄구조 #청년탈출기 #신뢰사회 #공감칼럼 #사회탓하지말고개선하자




매거진의 이전글국가전산망 마비가 드러낸 행정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