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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 교육감 무혐의 의견 불송치 추진 환영

아동학대 신고,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삼켜선 안 된다

정상적인 지도가 수사 대상이 되는 교실

한 교사가 학생의 생활 태도를 지도했다. 학부모는 아이가 기분이 상했다며 정서적 학대를 주장했고, 교육청에 민원이 접수되었다. 사건은 곧바로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졌고, 사실관계 확인도 채 이뤄지기 전에 담당기관의 조사 요청이 학교로 전달됐다. 교사는 충격을 받았고, 이후 모든 지도 상황에서 말을 아끼게 되었다. “지금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자기검열은 어느새 그의 일상이 되었다.

이는 비단 한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정당한 생활지도나 상담조차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고 이후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교사는 감정적 소진, 직업적 자존감의 상실, 학급 운영의 혼란까지 감당해야 한다.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다가간 교사일수록 상처가 깊어진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고도 비극적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밝힌 ‘교육감 무혐의 의견 시 불송치’ 법 개정 추진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수사의 자동화 구조 속에서 교육적 정당성을 일정 부분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가 현실의 교실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실행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첫째, 교육감 의견서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보완해야 한다

현재 교육감 의견서는 교육청 내 교권보호 전담부서가 실무를 맡고 있다. 변호사, 장학사, 교육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행정 중심의 검토로 축소될 경우 현장의 실제 상황과 교사의 교육 의도는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교사는 단순히 규칙을 강요하는 존재가 아니다.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설득하고, 조율하며, 감정을 다독이는 존재다. 따라서 교육감 의견서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서류상의 정리로는 부족하다. 학교 학교 관리자, 교사, 의사, 아동심리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활동보호위원회(가칭)’를 상설화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행정이 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의견서에는 교육적 맥락과 지도 의도, 상황별 대응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정당한 교육활동이었다”고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지도했는가”를 서술해야 신뢰받는 판단이 된다.


둘째,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표준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이는 아동 보호를 위한 장치지만, 교사에게는 때로 불합리한 구조로 작동한다. 교사는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사실상 수사 절차에 들어가고, 방어권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교육청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증하는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학부모나 신고인의 주장뿐 아니라, 교사의 상담일지, 지도 계획, 시간대별 기록, 생활기록부 등의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필요시 보건교사나 상담교사, 관련 교직원의 진술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단순한 의견서가 아닌 객관적 근거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교육감 의견서에는 이러한 사실관계 확인서(증거와 판단의 흐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과 경찰이 교육적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으며, 불송치의 결정이 신뢰받을 수 있다.


셋째, 정서적 학대 기준의 명확화와 악의적 신고 억제 장치가 필요하다

정서적 학대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다. 교육활동의 언행 중 일부가 학생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왜곡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아동보호 전문가, 법조인,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공동 기준 마련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판단 요소를 세분화해 반복성, 의도성, 교육적 맥락, 사후 조치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명백히 악의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 신고가 확인될 경우, 교권침해로 판단해 행정적 제재(과태료·특별교육 등)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단, 선의의 신고가 위축되지 않도록 오용과 악용의 구분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공교육의 회복은 교사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교육의 의지를 꺾는 순간, 아이들의 배움도 함께 멈춘다.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오해와 신고가 일상화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에게로 돌아간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만나는 보호자다. 그들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실은 의심이 아니라 신뢰로 운영되어야 한다. 교사를 지키는 일은 곧 아이를 지키는 일이다.

이번 ‘교육감 무혐의 의견 불송치’ 추진이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교사의 말보다 교사의 눈빛이 더 조심스러운 시대다. 이 제도가 교실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제도는 멀리 있지만, 교사의 위축은 바로 옆에 있다. 이제는 그 간극을 좁힐 시간이다.


2025. 11.3.(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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