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사에서 ‘기억되는 교사’로, 이제는 나를 설계할 때
한국 사회의 직업 문화는 이미 크게 변했다.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속하는 흐름은 약해지고, 개인은 더 나은 기회와 성장을 찾아 이동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20·30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직보다 개인의 기술과 역량이 우선 가치를 갖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전문성을 기본 단위로 삼아 커리어를 설계하고, 스스로의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구축하려 한다. 이 변화는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 흐름이 아니다. 의료, 법률, 공공,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사회는 그 전문성을 기준으로 새로운 신뢰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교직은 여전히 오래된 구조 속에 머물러 있다. 교사는 이직이 어려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경력 설계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도 한다.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스스로의 전문 역량을 체계적으로 확장하거나 경력을 능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약한 편이다. 이러한 문화는 교사의 소진을 방치하고, 교직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에게도 성장의 기회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OECD TALIS(국제교사·교장 학습조사)에서도 교육직이 높은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이는 과중 업무뿐 아니라 직업적 성장의 감각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교사에게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말은 지나친 자기 홍보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브랜드란 본질적으로 신뢰와 전문성의 축적을 의미한다. 특정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학생·학부모·동료 교사에게 “그 분야라면 그 교사”라는 인식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 현장에서의 브랜드에 가깝다. 예를 들어 과학교육, 독서교육, 예술교육, 생활교육, 상담, 평가, 연구수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사는 충분히 전문성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성은 공교육의 품질을 높이고, 학교 안팎에서 믿음을 형성하며, 학생들에게는 더욱 깊은 배움의 경험을 제공한다.
나 역시 초임 시절 대규모 컴퓨터실 구축, 감사 대응, 시설 개선 등 갑작스러운 사업을 맡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에는 부담스럽고 버거웠지만, 그 경험은 이후 과학교육과 창의성 교육 연구, 영재교육 지도, 교육과정 운영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주어진 업무를 소모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나의 관심 분야와 연결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뼛속 깊이 깨달았다. 업무가 교사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토대로 교사가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사의 역량은 혼자 교실에 앉아 고민한다고 해서만 자라지 않는다. 동료와 수업을 나누고, 고민을 듣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교내형·교간형 전문적학습공동체, 다모임과 같은 연구모임은 교사의 수업을 ‘혼자 만드는 것’에서 ‘함께 다듬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다. 나 역시 초임 시절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동료들과 논의하며 큰 자극을 받았다. 학생 참여형 구조와 목표 지향적 설계는 교과서 중심으로 사고하던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고, 그 경험은 이후 수업과 연구를 결합한 커리어 방향을 잡는 전환점이 되었다. 한 사람의 영감이 공동체에서 증폭될 때 교사의 성장은 훨씬 빠르고 깊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교사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활용할 수 있는 통로들은 존재한다. 교사 연수, 생애주기별 연수, 교육연구년제 등은 교사가 관심 분야를 꾸준히 탐구하도록 돕는 제도들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인공지능 등 미래 교육 분야 대학원 과정에 대한 학비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와 연구공동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교사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는 동시에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든든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결국 교사의 성장은 혼자의 번뜩임보다, 함께 배우고 실험하고 나누는 공동체 속에서 더 단단하게 자란다.
경력관리는 교사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학교 문화를 더 건강하게 변화시키며, 학부모의 신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교육의 신뢰는 교사 한 사람의 전문성과 성실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사교육의 일타강사가 브랜드와 역량으로 신뢰를 얻는 것처럼, 공교육 교사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공교육 전체의 질과 신뢰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교사로 성장하고 싶은가?” 교사는 직업적 안정성을 갖고 있지만, 그 안정성 위에서 성장을 멈출 이유는 없다. 교사에게도 스스로의 서사를 설계할 권리가 있고, 경력관리를 통해 전문성을 확장할 책임도 있다. 빅토르 프랭클은 “사람은 조건의 존재가 아니라 의지의 존재”라고 말했다. 교사의 성장 역시 조건이 아니라 의지에서 출발한다. 공교육의 미래는 개별 교사의 전문성과 성장에 달려 있다. 학생을 위해, 학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교사는 더욱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상인천초등학교 교감)
#교사경력관리 #교사브랜드 #교사전문성 #공교육 #교사성장 #연구공동체 #전문적학습공동체 #전학공 #교사연수 #교사생애주기 #교육연구년제 #교사커리어 #교사정체성 #교사자기계발 #교사클래스 #별의별교육연구소 #김대성 #초등교감 #장학사경험 #교사이야기 #교육칼럼 #신문칼럼 #교직생활 #교사번아웃 #교사멘탈헬스 #경쟁사회 #개인브랜드 #직업정체성 #전문가로사는법 #교사성찰 #수업연구 #수업공개 #수업나눔 #교사협력 #교사네트워크 #미래교육 #인공지능교육 #AI교육 #영재교육 #과학교육 #창의성교육 #교사학습공동체 #교육정책 #교사연구모임 #다모임 #교사커뮤니티 #공교육신뢰 #학부모신뢰 #학생성장 #좋은교사 #기억에남는교사 #스타교사 #교사브랜딩 #워라밸 #조용한사직 #교사경력전환 #교육전문가 #정년까지행복하게 #교사희망 #젊은교사 #중견교사 #후반기교사 #교사진로탐색 #두번째커리어 #교육리더십 #학교혁신 #수업혁신 #교사롤모델 #교사동기부여 #교사자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