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 우리는 ‘거인의 벽’ 앞에 서 있는가?

유동성이라는 파도와 대학 서열화라는 입시, 본질을 외면한 처방에 대하여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어디일까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어디에서 갈라질까. 과거 우리에게 부동산은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자 노후와 가정 경제를 책임져 주는 든든한 재테크 수단, 다시 말해 건전한 ‘투자’의 대상이었다.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와 부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고, 부동산은 더 이상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울 강남과 비(非)강남, 수도권과 지방을 가르는 견고한 ‘부의 경계’를 쌓아 올리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집은 사는 공간이 아니라 넘어야 할 벽이 되었고, 그 벽의 높이는 세대와 지역을 가르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거인의 벽을 떠올리다

이 단절된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이 떠오른다. 인류는 거인을 피해 거대한 벽을 쌓았고, 그 안에서 안전을 명분 삼아 계급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벽은 모두를 지켜주기보다는, 누군가를 안으로 들이고 누군가를 밖으로 밀어내는 기준이 된다.

우리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희소한 자원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그 벽은 누군가의 기회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안전과 질서를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배제와 단절이 함께 자란다. 부동산이라는 이름의 벽은 그렇게 오늘도 높아지고 있다.


바닷물이 차오르는 갯벌에서 물을 퍼내는 사람들

최근 정부는 강남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무리한 대출로 인한 사회적 격차를 줄이겠다며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앞으로 더 강력한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반복된다. 취지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정책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밀물이 거세게 들어차는 갯벌에서, 바닷물은 그대로 둔 채 바가지로 물을 퍼 나르는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에는 대출에 대출이 겹치며 실제 자산 가치보다 훨씬 많은 돈이 풀려 있다. ‘유동성’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바닷물이 이미 차올라 있는 상태다. 물을 빼지 않은 채, 물 위에 떠 있는 집값만 억지로 누른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리 없다.

인위적인 규제와 엄포는 잠시 숨을 고르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한된 임기 안에서 대출 이자나 경기 침체라는 폭탄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오히려 빚이라는 폭탄을 더 키워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저금리라는 달콤한 유혹 뒤에는 반드시 상환이라는 냉혹한 대가가 따른다. 물의 부력을 사람이 거스를 수 없듯, 실물 경제의 흐름 역시 억지로 눌러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입시 지옥과 부동산 규제의 평행이론

교육자로 살아오며 늘 교육 현장을 고민해 온 나에게, 지금의 경제 상황은 우리 교육의 현실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부동산 정책이 유동성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집값 억제에만 매달리듯, 교육 정책 역시 ‘대학 서열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주변만 손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 초·중학교 교육 혁신을 아무리 외쳐도, 입시의 최종 목적지가 서열화된 대학 구조로 고정돼 있는 한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대학 간판 하나를 얻기 위해 정신과 시간, 그리고 막대한 비용을 소모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손실이며, 국가적인 비효율이다.


국립대 졸업장에 이름을 지울 수는 없을까

그래서 때로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국립대만이라도 졸업장에 대학 이름을 지울 수는 없을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의 경쟁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 서열을 유지하기 위한 소모전에 가깝다.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처방은 또 다른 사교육의 풍선 효과만 낳을 뿐이다. 입시의 벽을 그대로 둔 채 교육 혁신을 말하는 것은, 부동산 유동성을 그대로 둔 채 집값만 잡겠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역시 뼈 속까지 교사인가

얼마 전, 아는 선생님들과 모임을 가졌다. 만나기 전에는 “오늘은 제발 교육 이야기는 하지 말고 편하게 쉬다 오자”고 다짐했지만, 결국 헤어질 때까지 교육 이야기만 하다 돌아왔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교육이었다. 나 역시 뼛속까지 교사인가 싶어 쓴웃음이 났다.

집에 돌아오니 고등학생인 두 자녀가 있었다. 교육 칼럼을 쓰는 전문가이기 전에, 나는 입시 앞에서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한 명의 부모다. 과도한 경쟁과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 앞에서 느끼는 답답함은, 전문가의 언어로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두 개의 벽 앞에서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벽, 그리고 입시라는 견고한 벽. 우리 사회는 지금 이 두 개의 ‘거인의 벽’ 앞에 서 있다. 벽을 더 높이 쌓으며 안쪽을 지키는 것이 과연 해답일까, 아니면 벽을 허무는 용기를 내야 할 때일까.

경제의 흐름과 교육의 미래를 동시에 고민하며, 오늘도 나는 이 벽 앞에서 망설인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이 질문만은 남겨두고 싶다. 우리는 과연 본질을 마주하고 있는가, 아니면 또다시 벽의 그림자만 다듬고 있는가.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별의별 교육연구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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