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뀐 건 나의 마음뿐..

직장에서의 애환, 그리고 변화와 희망을 향한 다짐

출발선에 섰던 그날의 마음

6년 전,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한 학교의 교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 교육’을 더 넓은 시야로 보고 싶었다.
교육청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그런 가능성을 품게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학생과 교사를 돕고,
지역 교육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그 선택은 단순한 승진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생각을 정책과 행정에 녹여,
교실과 현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
교사로서의 온기와 행정가로서의 시야를 모두 갖춘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때의 나는 ‘나만 잘하면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품었고,
그 믿음이야말로 시험 준비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 업무는 이미 결정된 내용을 정확하게, 빠르게, 문제없이 집행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정책의 큰 줄기는 상부에서 내려오고,
내 역할은 그 줄기를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머릿속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수많은 벽과 절차를 넘어야 했다.

회의에서는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보다는
문제의 소지가 없는 발언, 이미 기조에 맞춰진 이야기들이 선호됐다.
그게 조직에서 오래 버티는 방법이기도 했다.
안전한 선택이 나를 지켜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날카로운 생각과 열정이 서서히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조직의 구조와 한계

많은 조직이 여전히 피라미드 구조 속에 있다.
결정권과 자원은 꼭대기에 집중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행’이 주된 역할이 된다.
이 방식은 과거의 ‘정답 있는 시대’에는 효율적이었다.
위에서 명확한 목표를 세우면, 아래에서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회와 교육의 환경은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목표를 정하는 것부터가 함께 토론하고,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시대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만 기다리다 보면,
현장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반영되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결정은 늦어지고,
실제 필요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기 쉽다.
이제는 권한이 적절히 분산되고,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


거버넌스의 진짜 의미

거버넌스는 단순히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다.
그 속에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형식적인 회의와 보고는 거버넌스가 될 수 없다.
약자나 소수 의견이 실제 결정 과정에 반영되고,
그 의견이 실행 단계까지 이어져야 진짜 의미를 갖는다.

뛰어난 리더 한 명이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리더가 떠나면,
다시 예전의 권위적인 구조로 돌아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사람’보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민주적인 구조, 권한의 적절한 분배, 합의와 조율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어야
어떤 리더가 오더라도 조직이 건강하게 굴러간다.


직장인의 보람과 만족

기업 경영에서도 이제는 고객만족만이 전부가 아니다.
직원만족이 고객만족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원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때,
고객에게도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건 교육 현장도 다르지 않다.

교사, 장학사, 교육행정직 모두가
“내 일이 가치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그 만족감은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업무의 의미, 존중받는 분위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 속에서 싹튼다.
직장에서의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지만 지속적인 인정과 신뢰에서 자라난다.


나의 작은 다짐

학교로 돌아가는 발령을 앞둔 지금,
교육청에서 보낸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애환과 보람이 뒤섞인 긴 여정이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동료들과 나눴던 작은 웃음과,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나를 버티게 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그 목소리가 당장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작은 물결이 모이면 결국 큰 흐름이 된다고 믿는다.
나는 그 흐름의 시작이 되는 한 방울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도 지키고 싶은 태도다.


희망의 한 조각

어느 직장이든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로를 지지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 어려움은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업무가 힘들어도 동료의 짧은 한마디 응원,
내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는 회의,
작은 성과를 함께 기뻐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 직장은 충분히 버틸 만한 곳이 된다.

이제 나는, 나의 생각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려 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의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더 나은 길을 찾고 싶다.
그것이 내가 품고 있는 작은 희망이며,
동시에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나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동료와 함께 성장하며,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그 길 위에 서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오늘도 마음 깊이 작은 응원을 보낸다.


2025. 8. 15.(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장학사 #교육행정 #교육청근무 #교육청생활 #교육청업무 #교육정책 #교육행정가 #교육리더십 #교육혁신 #교육조직문화 #거버넌스 #교육거버넌스 #조직문화 #직장문화 #직원만족 #조직만족 #교직원행복 #교육현장 #교사에서행정가로 #교육현장의목소리 #교육청경험 #교육청장학사 #교육청이야기 #교육현실 #이상과현실 #조직의한계 #조직변화 #시스템개혁 #민주적조직 #권한분산 #교육행정철학 #별의별교육연구소 #김대성 #브런치작가 #교육칼럼 #직장인칼럼 #교직원칼럼 #교사칼럼 #직장인의보람 #직장인성찰 #직장인희망 #업무의의미 #자율성과존중 #작은희망 #직장에서행복찾기 #조직의미래 #교육행정비판 #교육행정대안 #현장의목소리 #교육자의길 #작은다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꾸로 본 교육,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