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을 떠나 학교로, 다시 나만의 길 위에서
요즘 들어 내가 푹 빠져 있는 생각이 있다.
바로 ‘모든 것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보기’다.
정면에서만 보던 것을 한 번 뒤집어 보고, 익숙한 틀을 살짝 비틀어 보는 일.
특히 교육과 관련된 주제에 이런 시선을 들이대면, 의외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온 말과 제도, 오래 굳어진 관습이 조금은 다른 표정을 짓는다.
그 재미에 빠져 요즘은 매일 교육 칼럼을 쓴다.
글을 쓰는 동안은 내가 교사도, 장학사도 아닌, 한 명의 자유로운 사색가가 된다.
거꾸로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난다.
마치 오래된 서랍 속에서 잊고 있던 사진 한 장을 발견했을 때처럼, 새삼스러운 놀라움이 마음을 두드린다.
오늘, 6년 만의 교육청 생활을 마무리하는 발령을 받는다.
책상 위에 남겨둔 서류와 메모, 아직 결재판에 꽂히지 못한 문서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가슴 한켠에는 설렘과 기대가 부풀어 오르지만, 다른 한켠에는 홀가분함과 미련이 함께 묻어난다.
특히 내가 맡았던 학교 민원 업무는 최근 가장 뜨거운 현안 중 하나였다.
학부모, 교사, 학생, 교육청… 서로의 입장과 감정이 촘촘하게 얽힌 채 팽팽하게 맞서는 자리였다.
계획만 세우고 준비만 하다가, 결론을 보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는 건 생각보다 허전했다.
마치 실타래를 한참 풀다가 마지막 한 올을 남기고 손을 놓는 기분이었다.
칼럼에 실을 사진을 요청받았을 때, 최근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10년 전 사진을 보냈다.
그 속의 나는 피부가 맑고, 머리칼은 까맣고 빛났다. 표정은 조금 더 단순했고, 눈빛은 한층 가벼웠다.
반면 오늘 거울 속의 나는 피부에 세월이 남긴 주름이 자리하고, 머리는 반백이 되었다.
그 거울은 원래 민원 전화를 받거나 숨이 막히는 순간, 표정을 점검하려고 달아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거울이 조용히 묻는 듯했다.
“이 10년 동안, 너는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잃었니?”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 건 외모만이 아니다.
생각하는 방식, 하루를 채우는 우선순위, 관계를 대하는 태도까지 모두 달라졌다.
예전에는 시키는 일을 묵묵히 따르고, 남들이 하는 말에만 귀 기울이며 살았다.
그게 안전하고, 그게 정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40대 후반이 된 지금, 나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내 하루를 나의 생각과 하고 싶은 일로 채우고 싶다.
나라는 한 사람의 색과 목소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교육청의 행정은 철저하고 촘촘하다.
보고와 결재, 반복되는 지시와 기한에 맞춘 일정.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사실을 잊어갔다.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건 40대의 두 번째 사춘기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자유롭게, 나다운 속도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오랫동안 잠겨 있던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싶은 갈증 같은 것.
주변에서는 말한다. 교감이 되면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나는 교감으로서의 직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종이 울리고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다시 개인 ‘김대성’이 된다.
자유로운 교육 비평가로서, 틀을 뒤집고 고정관념을 흔드는 글을 쓰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교육청에서 보낸 날들은 늘 늦은 저녁과 주말 근무로 이어졌다.
그 속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그 시간을 나만의 목소리로 채울 것이다.
우리 교육의 한계를 거꾸로 바라보고, 새로운 길을 상상하며, 그것을 글로 남기고 싶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장학사 시절의 생각을 정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을 바라본다.
작은 글이 메아리가 되고, 그 메아리가 나비효과가 되어,
메마른 교육의 땅에 작은 샛물이 스며드는 날을 꿈꾼다.
나의 글이 거대한 강물은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의 목마름을 잠시 적셔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2025. 8. 8. (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거꾸로보기 #교육칼럼 #자기성찰 #삶의전환점 #교감발령 #교육청생활 #교육행정 #교사의성찰 #두번째사춘기 #나다움 #삶의우선순위 #중년의성찰 #교육비평 #교육담론 #나의목소리 #글쓰는교사 #교육자의길 #삶과교육 #행정과현장 #자유로운사색 #교사의삶 #행정가의삶 #인생후반전 #나만의길 #사색의힘 #교육혁신 #교육담론형성 #삶을되돌아보다 #나를깨우다 #틀을뒤집다 #새로운출발 #발령이야기 #교감과교사사이 #교육행정의현실 #나를찾는여정 #교육자의철학 #삶의기록 #일상의철학 #나의다짐 #내안의목소리 #자기발견 #삶과글쓰기 #중년의자유 #교육과인생 #틀을넘어서 #메아리되는글 #교육현장의목소리 #변화의출발점 #교육자의에세이 #김대성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