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듯하지만 만들지 못한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가 던지는 한국 문화에 대한 묵직한 질문

오랜만의 여유, 그리고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예상치 못한 오전의 공백이 생겼다.
간만에 마음의 틈이 생겨, 그간 미루어뒀던 영화를 제대로 보기로 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이전에 띄엄띄엄 보았던 그 작품을,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감상했다.

그리고 다시금 확인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K팝 매니아를 겨냥한 유쾌한 상업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외부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 ‘재해석의 미학’이었다.


이질감 없는 이국적 감성, 그 이유는?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한국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무대, 한국의 신화와 설화, 한국의 풍경, 그리고 K팝.

하지만 놀랍도록 이질감이 없다.
심지어 한국인인 나조차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왜일까?

그 답은 이 영화가 철저히 해외의 시선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의 시각, 외국의 감성, 외국의 리듬과 서사로
‘한국’을 바라보고 풀어낸 결과였다.

한국인이 한국을 소개하면 설명하려 들지만,
외국인이 한국을 소개하면 감탄과 질문으로 풀어낸다.
그 차이가 바로 감성의 간극을 메우고,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스토리’로 이어진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처음 봤던 그 감정처럼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보며,
마치 어릴 적 아라비안나이트나 알라딘을 처음 봤을 때의 신비로움이 되살아났다.

낯선데 아름답고, 이질적인데 공감되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몰입된다.

그런 감정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다는 건
놀라움 이상의 충격이었다.
이 영화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이유,
그리고 한국을 소재로 했음에도 ‘글로벌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일본의 기획력 + 미국의 스케일 + 한국의 문화 = 기막힌 융합

이 영화는 일본 소니와 미국 넷플릭스의 합작이다.
일본은 오랜 세월 애니메이션과 서사 구축의 장인이다.
미국은 스토리의 보편성과 확장성, 그리고 플랫폼과 자본을 쥐고 있다.

그들이 K팝과 한국 문화를 결합하니,
‘문화 콘텐츠의 최종본’이 탄생한 것이다.

일본 애니의 디테일,
헐리우드 영화의 전개 방식,
넷플릭스가 보장한 세계적인 유통.

그리고 그 위에 덧씌워진 한국의 음악과 정서.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협업이 낳은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다.


픽사의 <코코>, 그리고 한국의 부재

나는 문득 픽사의 <코코>가 떠올랐다.
멕시코 소년 ‘미겔’이 죽은 이들의 세계를 여행하며
음악, 가족, 기억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야기.

<코코>는 멕시코 문화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기반이 되었지만,
그 감동은 전 세계에 통했다.
이것이 문화 콘텐츠가 지녀야 할 방향성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우리도 <코코>나 <데몬헌터스>처럼
문화적 정체성과 감성적 보편성이 조화를 이루는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문화강국’은 스스로 만들 때 완성된다

김구 선생님이 말한 ‘문화강국’은
단지 우리 문화를 세계인이 즐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
그것이 진짜 문화강국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는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만들 수 없다.
투자의 안목도, 작가의 인력풀도, 감독의 역량도,
무엇보다 플랫폼도 없다.

우리는 지금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갔다’며 환호하지만,
정작 그 문화 상품은 우리가 아닌 외국 자본과 감각으로 포장된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그 문화는
어쩌면 문화적 침탈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반성과 동시에, 희망을 담아

그렇다고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분명히 한국 문화의 무한한 잠재력을 증명한 사례다.
우리는 무한한 콘텐츠의 원천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의 시선은 이미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가능성을 우리 손으로 기획하고
그 서사를 우리 감각으로 풀어내며
그 정서를 우리 플랫폼으로 전할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믿음부터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통해
나는 한국 문화의 위대함을 보았고,
동시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능성도 보았다.

지금이야말로 ‘창작국가 한국’으로 나아갈 결정적 순간이다.
우리의 문화는 더 이상 설명이나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직접 창조하고 설계할 수 있는 자산이다.

누군가 만든 ‘한국’을 보기만 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우리가 직접 우리의 한국을 그려내는 시대,
그 문화강국의 서막을 지금부터 함께 열어가야 한다.


2025. 8. 31.(일)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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