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편
2020년 8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내 인생 계획대로라면 2학년 2학기 때 교환학생을 무조건 가야 된다"면서 무작정 교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밴쿠버에 있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UBC)로 신청했는데,
평상시에 이 학교는 인기가 매우 높아서 학점 평점이 4.5 만점이 아니면 가기 힘들다는 괴담이 떠돌았다.
당시 나의 학점은 4.24/4.5였고, '코시국을 믿어보자!'며 UBC 아니면 아무 데도 안 갈 사람처럼,
교환학교를 어디로 갈지 5순위까지 쓸 수 있는데도 UBC 하나만 지원했다.
그리고 결과는 너무 다행히도 합격이었다.
이렇게 학교에서 뽑아주기만 하면 알아서 척척 진행될 줄 알았던 교환학생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장벽에 부딪혔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백신접종]이었다.
당시에는 백신을 맞아야만 해외 비자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의사/간호사들이 백신접종을 다 맞고 이제 막 교사들이 맞던 참이라, 일반인인 내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명처럼 학원 강사들은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당시 학원에서 강사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나는 원장님께서 '백신 맞을 사람?'을 물어볼 날만 애가 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1주가 지나고, 2주가 지나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결국 원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백신 얘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학원을 그만둘 것도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원장님, 저 혹시 저희 학원 강사들은 백신 안 맞나요?"
"아 그거, 오늘 오후 4시까지 신청이라고 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백신을 거부하는 것 같아서 우리 학원에서 백신 맞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원장님과 대화를 하고 있던 시각은 오후 3시 50분..
백신 신청서를 다시 찾아서 양식에 맞춰 내용을 적고 구청까지 보내는 게 10분 안에 가능할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보낸 시간 오후 3시 59분 50초]
성공이다!
나도 드디어 백신을 맞고 캐나다에 가겠구나 싶었을 때,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근데 00 선생님만 백신 맞게 해 주는 건 차별일 수도 있을 텐데..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물어봐줘요. 구청 사람한테는 제가 부탁해 볼게요"
'아,, 너무 나만 생각했구나. 그런데 구청 사람이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내가 신청한 내용까지 반려되지는 않을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의 교환학생 준비는 언제나 변수 투성이었기 때문에, 사소한 계획 변동 하나하나가 모두 불안하기만 했다.
"쌤, 구청 사람이 내일 오후 6시까지로 신청 기간을 미뤄 준대요!"
그 날 저녁, 학원 원장님께 위와 같은 문자를 받았다.
한 숨 돌리고, 학원 강사 단톡방으로 달려가 백신 맞고 싶은 사람을 조사한 후 직접 양식을 적어 원장님께 전달했다.
원장님께서는 내일 학원 가는 대로 신청서를 넣겠다고 하셨고, 이제 비자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저녁, 원장님께 한 번 더 문자를 받게 된다.
"어.. 어쩌지, 오늘 학원 일이 너무 바빠서 깜빡했네, 구청에 신청서를 못 보냈어"
너무 당황스러웠다.
뭐가 안 돼도 진짜 안 되려나 보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일단 지금이라도 이메일을 보냈으니 답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그 날 밤,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온갖 경로를 찾아봤지만, 학원 강사로서 맞는 것이 아니면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결국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답장 왔어요, 신청한 학원 쌤들 백신 다 맞을 수 있대.
아직 시작도 안 한 교환학생이었는데,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만 같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외치고,
드디어 백신 접종을 하러 가는 날이 왔다.
보건소에서 대기표를 받고, 학원 강사로서 백신을 맞는다고 설명한 후
드디어 나의 소중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었다.
백신을 맞은 후 15분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길래, 보건소 사람들에게 질문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영문 증명서는 어디서 발급받을 수 있어요?
COOV 앱만 다운 받으면 다 인증할 수 있나요?
비자 신청할 때 이거로만 해도 되는 거죠?
물음표 살인마가 되어 보건소 사람들을 한참 괴롭히고 난 후에야 발걸음을 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캐나다 정부] 백신 관련 제도 변경..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UBC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또 제도가 변경되었다구요?
방금 백신 맞고 왔는데?
타이밍도 무심하지, 이번엔 어떤 내용일까 노심초사하며 이메일을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