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일기] 작성일: 16/10/24
* 2012년(만 21세)부터 2018년(만 28세)까지 경험했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일기 시리즈
* 아래 글의 최초작성일은 16/10/24, 만 25세 때이고 라이더 에피소드이다.
배달을 하다 보면 관심 있게 살피지 않더라도 손님과 그 집의 분위기를 대충 알 수가 있다. 흘러나오는 티비소리, 풍겨 나오는 냄새, 공기로 느껴지는 온기, 신발장이 정리가 잘 되어 있는지 등등... 이 중 가장 잘 인식되는 것은 손님의 옷차림인데, 추정컨대 남자 손님의 한 1~2퍼센트 정도는 팬티바람 또는 런닝 바람으로 나온다. 물론 문을 열고서는 키가 작은 젊은 여자가 서 있으니 놀라고 후다닥 들어가 다시 옷을 입고 나오거나, 다른 분이 머쓱해하며 대신 계산을 해 주신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신을 문신으로 도배한 사람이 담배를 문 채로 계산을 한다던지, 잘 모르겠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의 집단 안으로 연기를 헤치고 들어가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던지, 피시방에서 <햄버거 시키신 분!> 소리를 지른다던지, 퀵 사무실에 배달을 가서 희롱을 당한다던지 등은(이상은 실제 경험들) 별 감흥이 없다. 그래서 팬티바람으로 나오는 남자 손님들도 별 느낌이 없다. 평소에 당황스러움의 감정 역치가 많이 높은 편이라 가슴털 많은 손님이 드로즈에 상의탈의하고 나온다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주아주 드물게, 한 0.01 정도의 확률로 굉장히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팬티만 입고 나오는 여자>다. 처음 경험은 S원룸이었다. 긴 상의에 살짝 보일 듯 말 듯 한 속옷 차림새가 아니고 그냥 문자 그대로 팬티바람의 여자였다. 내가 너무나 당황한 이유는... 보통 배달원으로는 남자가 올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에... 간혹 팬티 바람의 남자 손님들은 이해가 가지만은, 젊은 여자 손님이? 음식을 꺼낸다고 잠깐 쪼그려 앉아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그 손님의 생식기 부근에 닿은 적이 있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 번이 아니라는 것. 브라탑 차림의 아주머니도 있었고 보통 삼각팬티바람이면 젊은 여자들인 사례가 더 많았던 것 같음.
팬티바람의 남자 손님들이 당황하여 황급히 들어가 옷을 다시 입고 나온다던지 하는 행위는 배달원인 나를 여자인 인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티바람의 여자 손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다른 배달원에게 물어봤는데 자기네들도 가끔 마주하는 일이라고 함. 싸구려 성인물에서 나올법한 장면은 아닌 것이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그냥 후줄근한 팬티들을 종종 마주해서 짜증 나고 불쾌하다고.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든 어쩌든 당연히 자유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옷을 입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배달원도 인간이라고요... 그래 뭐 어느 정도 입은 옷이 팬티였으면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이상의 글은 2016년도에 쓰인 것으로 대부분 비대면으로 배달하는 현재는 많이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