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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Aug 10. 2022

들어온 놈

원주민이 외지인을 싸잡아 부르는 말

# 들어온 놈


'들어온 놈' 소리 듣지 마라. 외지인을 싸잡아 '들어온 놈'이라 부르는 원주민도 문제지만, 외지인 모두를 욕먹게끔 원인을 제공한 외지인이 더 문제다. 


앞선 글에서 원주민을 외계인처럼 대하라 했다. 원주민을 이상하다 여기지 말고 토착민을 이해하라는 소리였다. 외지인과 원주민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무관하게 어차피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유 불문하고 적당한 선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게 최선이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대부분 그렇게 어울려 살아간다. 


하지만 원주민의 감정선을 건드릴 경우 호칭이 '들어온 놈'으로 되살아난다. 개인으로 끝나지도 않고 집단에 대한 반발로 확대되기도 한다. 서로에게 위험한 신호다.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원인 제공자인 외지인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원주민이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가 중요하다. 별 의도 없이 내뱉은 외지인의 말 한마디를 원주민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다면 그게 진실이 된다. 원주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구체적 사례 몇 가지를 들겠다.


첫째, 원주민을 무시하는 경우다. 돈이든 배움이든 원주민이 가진 상대적 열등감을 자극하는 말과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도시에서 살았다고 돈이 많으면 얼마나 많고 배웠으면 얼마나 더 배웠는지 모르겠다. 시골에서는 나이 50이 넘으면 학력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학을 나왔어도 초등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사람과 어울려 비슷하게 살아간다. 농사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원주민이 몇 수 위다.

 

둘째, 너무 이기적으로 보일 경우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간혹 경계선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원주민도 그러하지만 외지인 중에도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 본능에 충실하다 보니 그런 것인지 땅에 한이 맺혀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관행을 인정하지 못하고 땅 반평도 아까워 다툼을 일으킨다면 누굴 욕하겠는가.


셋째, 민원대장이다. 외지인 중에 툭하면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이해 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되도록 삼가야 된다. 사람들은 내용에 앞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 먼저 이해한다. 원주민 은 외지인이 민원을 제기한 사실 자체를 욕하고 나무란다. 


이 외에도 원주민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위 사례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조그마한 부주의로 원인 제공자가 되어 외지인 전체가 싸잡아 들어온 놈 소리를 듣게 해서야 되겠는가.


사족)

참고로 공무원이 꺼리는 3대 민원인을 소개한다. 공무원은 꽁지머리, 빡빡머리, 생활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경계한다. 아마도 개성이 강한 탓에 오해를 사는 듯하다. 진실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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