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향이 타고 남긴 재는 외부 충격(바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흔적을 남기지만, 모기향이 자신을 불태운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가을이 되니 사무실에 불청객이 날아든다.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가을이라고 찾아오는 객들을 사전에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은 없다. 오면 오는 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주인공은 바로 모기다.
사무실이 주변에 숲이 울창한 산중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야산을 깎아 만든 농장에 있다 보니 모기란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무실 창에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지만 갑갑함을 느끼는 날은 모두 열고 온전히 시야를 확보하고 막힘없는 바람을 즐긴다. 모기란 놈은 이 틈을 놓치지 않는다. 순발력이 대단한 놈들이다.
모기란 놈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때는 늦었다. 원시적 전투력으로 무장한 침투병들을 토벌하기 위한 전투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본 결과 모기향을 피우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
모기향은 어디에 놓고 피우느냐에 따라 자신을 태우고 남긴 흔적이 형태를 달리한다. 창문 쪽 테이블 위에 놓고 피우면 바람 영향으로 본래 형태를 가늠하기도 힘들어진다. 반면 안쪽 깊숙한 곳에 놓고 향을 피우면 물성만 달리했지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다. 때로는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잔존물 형태로만 보면 전자는 혼돈이고 후자는 질서를 상징한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향을 피운 목적은 달성했다. 드디어 몰래 침투한 적을 물리친 것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어떤 요인들이 얼마만의 강도로 충격을 주느냐에 따라 결과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외부 영향에 따른 변화와 상관없이 당초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외형적 결과는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를 억압하고 파괴하려는 어떤 외부 요인도 우리 자유의지만 꺾이지 않는다면 자유인을 향한 여정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령 좌충우돌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그것은 과정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다. 자유인을 향한 독자들의 분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