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읽고 댓글 달기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이 있지만, 글을 읽지도 않고 댓글을 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읽은 척 매뉴얼' 같은 책이 유행한 때가 있었다. 대부분 고전을 요약한 책들인데 동혁도 애용했다. 설령 해당 책 전문을 읽었다 하더라도 내용이 난해하거나 핵심을 짚어내기 어려운 경우 활용했다. 나름 효용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책이 팔리는 이유리라.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 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저런 돌팔이' 하며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감수한다.
귀농 이후 가끔씩 친구들에게 산골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언젠가 책을 낼 요량으로 글을 축적해오다, 친구들에게 잊히지 않을 정도 간격으로 글을 공유한다. 친구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산골 생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제법 반응을 보인다. 부지런한 친구들은 댓글로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아주 간혹 읽은 척 매뉴얼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로 인해 웃곤 한다.
몇 년 전 '산골 처녀 시집보내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오미자 생산 유통에 관한 이야기인데, '미자'가 여성 이름으로 읽히기에 제목을 그리 달았다. 글 쓰기 연습 삼아 오미자 농사 과정을 여자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묘사했다. 정성으로 키운 오미자를 수확해 판매하니, 미자년을 시집보낸다 표현한 것이다. 고생스럽게 키운 여식을 떠나보내는 아비 마음으로 글을 전개했다.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이랬다.
"딸아이를 어렵게 키웠구나. 서운하겠다. 왜 연락을 하지 않았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바로잡자니 서로가 민망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고맙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이해한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정이 많아 모든 글에 좋아요와 댓글로 소통하려 노력한다. 그러자니 모든 글을 다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때로는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마치 '읽은 척 매뉴얼'만 읽고도 완독 한듯한 효과를 냈듯이 말이다. 욕심인지 모르지만 내용까지도 읽어준다면 더욱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