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송아지

어미소와 생이별당한 송아지가 벌인 탈주극

by 도시탈

# 집 나간 송아지


면사무소 직원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는데 전화벨이 신경질적으로 울려댄다. 동네 형이 흥분한 목소리로 뭐라 뭐라 말하더니 전화를 끊는다.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급하다, 송아지, 와달라' 이 정도 단어가 파편처럼 기억에 남는다.


면 직원과는 다음을 기약하고 서둘러 전화를 건다. 급한척하더니 정작 본인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쯤 되면 파편 조각이 된 단어들과 다급했던 목소리를 결합해 상황을 구성하고 해석해야 한다.

"지금 송아지를 낳는 중인데 급하니 빨리 와달라."

이 정도면 훌륭한 해석이라 스스로 흡족해하며 차를 몰아 농장으로 달려간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축사로 뛰어간다. 그런데 이 양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축사도 조용하다. 속으로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하면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전화벨이 다시 울린다.

"야, 축사 말고 오미자 밭 위쪽으로 올라와."

"뭐요? 송아지를 산에서 낳는 거요?"

"축사 뒤쪽에 밧줄 있으니 그거 가지고 빨리 올라와."

'갓 낳은 송아지를 밧줄로 묶나? 뭐야?' 하면서 밧줄을 들고 부리나케 산을 오른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장면이 생각과는 영 딴판이다. 형은 씩씩거리며 뭔가를 노려보고 있고, 오미자밭 위쪽 산소자리에 송아지 한 마리가 갇혀 있다. 송아지 역시 큰 눈 부릅뜨고 씩씩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보아하니 송아지를 낳기는커녕 축사에 있던 송아지가 탈출을 했고, 이 양반 송아지 꽁무니를 따라 뛰어다니다 운 좋게도 막다른 공간에 가두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밧줄로 묶어야 축사로 몰고 가는데, 자리를 뜨자니 다시 도망갈듯하자 만만한 나를 부른 게 분명하다.


"야, 이놈의 송아지가 축사를 빠져나오더니 산속으로 도망치지 뭐냐. 마치 늘 다니던 길처럼 능숙하게 도망을 치네. 망할 놈! 얼마 전 어미를 내다 팔았거든."

"그러게 같이 팔지 이게 무슨 난리요 난리가. 난 송아지 낳는 줄 알고 열일 제쳐두고 달려왔더니......"


필자가 보기에 송아지는 죄가 없고, 송아지와 어미소를 생이별시킨 형이 죄인이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부모 자식 간 생이별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