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처녀 시집보내기

아쉽지만 보내야지요

by 도시탈

# 산골 처녀 시집보내기


제게 딸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여럿입니다. 우리 집안은 유전적으로 아들이 많은 집안인데, 유독 저만 딸부자랍니다. 딸이 많다는 점도 유별나지만,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하니 확실히 별나긴 합니다.

이쯤 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제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보기하고 다르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답니다. 이 나이에도 아직은 생산력이 왕성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낳는다고 전부가 아니더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낳기보다 키우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게 맞습디다. (물론, 출산의 고통이야 짐작이 갑니다만.) 그런 면에서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는 사실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어쨌거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키웠답니다. 한데 이놈들 크면서 적잖이 속도 썩히더군요. 뜻하지 않은 요인이 계기가 되어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보내고, 때로는 병이 들어 아비 가슴을 아프게도 하더군요. 차라리 제가 아픈 것이 났겠단 생각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자식 키울 준비가 부족했던 제 탓이 제일 큽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특히나, 어미도 없이 딸을 키운다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경험하셨겠지만, 사내자식보다 딸아이가 손이 훨씬 많이 가더군요. 그러나 고맙게도 그 수많은 고비들을 넘어 잘 커주더군요. 어쩌면 제가 기른 것이 아니고 제 놈들 스스로 성장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딸아이가 폭풍성장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시집을 가겠다고 나서더군요. 올 것이 왔다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섭섭합디다. 어찌 키웠는데 벌써 제 짝을 찾아가겠다고 난리지, 라는 생각에 괘씸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러나 어찌합니까. 다 큰 딸년을 평생 품에 안고 살 수는 없지요. 보내야지요.


산골에서는 며느리 보기가 어렵지 딸 치우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요즘 추세라면 도시라고 예외가 아닌 듯하지만, 이곳 산골은 최근 들어 딸 부잣집이 아주 흔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산속 귀한 약초들을 먹고살아서 그런지 대부분 자식수가 많습니다. 그것도 여식으로 말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산골처녀 시집보내기’라는 비상 프로젝트를 가동하기에 이릅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선 사돈들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이왕 믿고 내 여식을 데려갔으니 겹사돈 하자는 것이지요. 대부분은 흔쾌히 수락을 합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는 반응도 없지는 않습니다. 제 딴엔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사돈 양반들 생각은 달랐던 게지요.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결연한 의지도 엿보입니다. 하긴, 작년에는 딸들이 잘 팔려나가기에 마을 어르신들이 치우지 못한 딸들까지 제 여식으로 위장해 시집을 보내기도 했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열심히 딸 홍보에 나서봅니다. 홍보물은 제가 초안을 잡고 아들 녀석을 꼬드겨 포토샵으로 예쁘게 포장을 합니다. 물론, 딸들 중 제일 예쁜 녀석을 모델로 삼았지요. 그 게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겹사돈을 불사하는 열혈 사돈도 계셨고, 못난 제 여식을 흔쾌히 받아주신 새내기 사돈도 계십니다. 자식 놈 실물도 보지 않은 채 저를 믿고 혼사를 성사시킨 것이지요. 어떤 분은 청첩장을 자주 돌린다고 눈총을 주기도 하지만, 혼기가 찬 딸이 많다 보니 짐짓 모른 체 넘어갑니다. 아직도 시집을 보내야 될 녀석들이 많지만, 또 다른 방법이 생길 테니 걱정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제 딸아이 이름도 말하지 않았네요. 딸들이 싫어하는 촌스런 이름이라 저도 밝히기 민망한 이름이지만, 이름이 ‘미자’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많아서 이름도 모두 동일하게 지었답니다. 그렇다고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저는 피부색만으로도 제 아이들을 전부 구분해냅니다. 어찌 아비 되는 자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참, 성도 제 성을 따르지 않고 제 농장 이름을 따서 ‘오’가로 했답니다. ‘오미자’라는 이름 석 자가 떡하니 호적에 오른 것이지요. 세상이 좋아져서 그것도 가능하더이다.

마지막으로 제 딸아이를 거두어주신 사돈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하객으로 자리를 빛내주신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한분씩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되오나 이 글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족)

지금은 시집보낼 오미자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