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대림미술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Serious Fun: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전시를 다녀왔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하이메 아욘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작품들은 어디선가 본 듯 친근한 느낌이었다. 어릴 적 한 번쯤 꿈꾸었거나 상상해보았을 법한 캐릭터들이 작가의 손에 의해 마법처럼 현실에 나타난 것 같았다.
우리는 아욘의 꿈속에 오랫동안 살았어.
그리고 지금은 네 앞에 있지.
상상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 줄 아니?
바로, 꿈꿨기 때문이야.
갤러리는 이들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주는 일곱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화, 조각, 오브제, 가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는 ‘Checkmate: 트라팔가르의 체스 경기’라는 테마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던 <The Tournament, 2009>이다. 이 작품은 2009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설치되어 사람들이 직접 2m의 체스 말들을 움직여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관객 참여형으로 전시되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Hayon Shadow Theater: 아욘의 그림자 극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빛에 의해 설치된 작품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공간은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 같았다. 특히 관객들이 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연출하는 그림자 또한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져서 색다른 인상을 자아냈다. 아마도 관객들은 공간을 누비며 각자 나름의 공상에 빠지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하이메 아욘은 자신의 디자인을 ‘진지한 즐거움(Serious Fun)’이라 표현한다. 작품들은 하나하나 통통 튀는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구현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브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진지한 열정이 담겨있다고 해석된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결국 디자인은 사람을 웃게 해야 한다. 그래야 디자이너인 나도 행복해진다.”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태양처럼 밝고 발랄한 기운을 작품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작가. 밋밋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의 판타지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다.
너의 상상 속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잊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우린 항상 그 자리에서 계속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거든.
그걸 기억하는 게 중요해.
전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기간: 2019. 04. 27 (토) ~ 2019. 11. 17 (일)
장소: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