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S팩토리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 에셔 展>
You have to show
more than you can not see.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 에셔 展>은 성수동의 S팩토리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놓치고 싶지 않은 전시라 부랴부랴 다녀왔다.
건축을 전공한 M.C. 에셔(1898 – 1972)는 수학적인 정교함을 그림에 적용하여 그만의 독창적인 초현실 세계를 창조해낸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예술과 수학, 정반대일 것만 같은 분야도 어떤 경지에 이르면 만나게 되는 것일까’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세계는 고전적 범주의 예술을 벗어났다고 하여 당대 예술 평단에게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수학자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20세기 수많은 건축가와 영화감독들이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남기면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에셔의 작품에서 주로 등장하는 모티프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펜로즈의 삼각형(Penrose Triangle)’과 ‘펜로즈의 계단(Penrose Steps)’이다. ‘펜로즈의 삼각형’은 1958년 영국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가 고안해낸 것으로, 3차원의 세계를 2차원 평면에 그려 놓은 것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도형이다. ‘펜로즈의 계단’은 이의 파생형으로 2차원에서만 가능한 끝나지 않는 계단을 말한다. 에셔는 이와 같은 모티프를 활용하여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지만 지극히 실제 같은 공간을 창조해내며, 인간의 시지각과 착각을 연구했다. 그의 그림에서 위는 아래와, 안은 밖과 만나면서 공간은 무한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는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다. 테셀레이션이란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평면이나 공간을 빈틈이나 겹침 없이 완전하게 채우는 것을 말한다. 에셔는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면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형상들로 채워진 아라베스크 문양으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새, 물고기, 도마뱀 등을 기하학적으로 반복하여 독특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다.
테셀레이션과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변화를 함께 실험한 작품이 <도마뱀(Lizard)>이다. 그림에서 도마뱀은 테셀레이션으로 표현된 2차원이었지만 그림 속에서 기어 나와 3차원의 실제 도마뱀으로 변했다가 다시 그림으로 들어가며 무한 순환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했던 작가의 실험정신이 담겨있다.
그가 즐겨 다루는 주제 중 또 다른 하나는 거울이나 물방울, 유리구슬에 ‘반사된 이미지’다. 유리구슬을 손에 든 화가의 모습이 구슬에 반사되어 있고 그를 둘러싼 공간은 구의 표면을 따라 왜곡된다. 구슬 속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구슬 속 그의 시선이 실제 자신을 다시 향해 있는 양방향의 시점이 흥미롭다.
시점에 관한 그의 실험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또 다른 세상(Other World)>이다. 그림에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가 아치형 창문에 앉아 있고 창 밖 풍경으로 우주가 보인다. 독특한 건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점이 한 폭의 그림 안에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한꺼번에 볼 수 없는 다차원의 공간이 하나의 세계로 표현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판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영상과 미로 설치 작품, VR 체험 공간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일상적으로 생각했던 시공간에 대한 개념이 불확실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초현실 세계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전시: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 에셔 展
기간: 2019. 06. 15 (토) ~ 2019. 09. 15 (일)
장소: 에스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