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Ⅱ>(리들리 스콧, 2024) 리뷰
본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개인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 Ⅱ>를 특별히 IMAX관까지 찾아가 본 이유는 당연히 리들리 스콧 감독이 무려 24년 만에 선보인 속편이기 때문이었다. ‘리들리 스콧 옹’을 거의 추종하는 남편은(남편의 최애 영화 중 하나가 <프로메테우스>(2012)다) 과연 전편의 명성에 걸맞은 영화가 탄생했을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내겐 비밀스러운 이유가 또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주연을 맡은 폴 메스칼 배우를 향한 반가움이었다. <애프터썬>(샬롯 웰스, 2023)에서 아련한 기억을 남긴 그가 강인한 투사 글래디에이터로 변신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전반적으로 즐겁게 관람한 반면에 남편은 무척 실망하고 말았다. 사실 영화는 전편과의 연결성 있는 인물 설정이나 콜로세움에서의 해상 전투 신 등 대담한 연출이 두드러졌지만, 서사적인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검투사 ‘하노’가 되어 로마로 돌아온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어머니 루실라를 갑작스럽게 용서하는 장면이라든가, 권력의 꼭대기까지 오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가 너무나 허술하게 죽음을 맞는 결말 등이 특히 그랬다. 스펙터클 하게 연출된 장면에서도 어색한 CG가 몰입을 방해했다. 전투 신에서 개코원숭이나 상어가 등장하는 장면은 CG 티가 많이 나서 당황스러웠다. 아니,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럴 수가.
그런데 어떻게 즐거운 관람의 시간이 되었는가? 순전히 폴 메스칼 배우 때문이다. <애프터썬>에서 우울증을 감추며 딸을 위해 애쓰던 모습, 어둠 속에서 홀로 오열하던 뒷모습이 마음 한편에 안쓰럽게 남아 있었던 걸까. 별개의 두 영화를 연결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어쩐지 그가 강한 정신에 근육까지 단련해서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아 내내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았던 것이다. 여전히 어딘가 보호해주고 싶은 모습도 살짝 비치지만 영화 속에서 성장하는 캐릭터인 만큼 마지막으로 갈수록 카리스마와 여유가 돋보였다. 그리스 로마 조각 같은 콧날과 턱선이 주는 미학적인 만족감은 덤이었다.
폴 메스칼 배우에겐 거장 감독과 함께 한 이 영화가 커다란 도약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부담되었을까?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을까? 영화의 서사를 떠나 촬영 장면마다 배우가 한 계단 성장한 것이 눈에 보였다. 마치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가 큰 무대에 오른 듯 괜스레 뿌듯하기까지 하다. 이런 게 편애하는 마음인가 싶지만, 아무튼 이 글은 제목부터 ‘지극히 사적인 리뷰’이니 영화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렇게 마무리 지으려 한다. 객관적인 분석을 기대했더라도 부디 실망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