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일지: 1월 11일, 두 번째 대면 모임 준비
첫 번째 대면 모임에서 한 달간 읽을 도서 장르와 책을 선정하려고 했었다. 첫 책이니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장르로 하자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고 빠른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책 선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음속에 품어둔 책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그걸 추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전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추천한다' 그 자체로 사람들이 조심했던 것 같다. 어떤 책이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유가 다수였고, 한 두 명은 조심스럽게 책 이름을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A책 들어보셨나요? 제 위시리스트에 있는 건데... 아, 근데 저도 안 읽어봐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B책도 위시리스트에 있는데.' 이런 식으로. 결국 우리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추천할 책을 찾아본 후 오후 6시까지 단톡에 추천 책을 남기고 제비 뽑기로 선정하기로 했다. 오랜 해외생활 동안 아주 작은 것도 본인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외국인들과의 대화에 더 익숙하다보니 이렇게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의 대화에 한국이 생각나 괜히 따숩고 유쾌했다.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 김서해 작가의 <라비우와 링>,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프레야 샘슨 작가의 <88번 버스의 기적>, 천선란 작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여섯 개의 책이 추천되었고 제비 뽑기 결과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이 선정되었다.
15년 전쯤에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오열하면서 읽었다. 읽는 내내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과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팅팅 부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그리고 2년 전쯤, 신경숙 작가의 <바이올렛> 작품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앉은자리에서 <엄마를 부탁해>를 다 읽어버린 그 강렬했던 독서의 추억에 설레하며 <바이올렛>을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몰입이 안 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신경숙 작가의 책을 읽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외딴방>은 신경숙 작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바꿔놓았다. 책에 대한 감상은 주제와 맞지 않으니 여기서 쓰지 않겠다. 다만,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근래에 다시 읽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텐데, 타인이 선택한 책이 이렇게까지 취향 저격일 줄이야! 내가 독서모임 운영을 시작하면서 원했던 것 중에 하나가 '나도 몰랐던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 취향의 확장'이었다. 그것을 이뤘다는 점에서 이 독서모임은 아주 의미 있어졌고, 이제 겨우 두 번째 모임인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독서모임을 이번 주 일요일에 한다.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큰 틀은 대화 주제는 미리 공유하되 도서 선정자가 해당 회차의 모임을 주도하는 것이다. 내가 모든 모임을 주도하면 일정한 틀에 갇히기 쉬울 것 같아서 피하고 싶고, 매 달 모임의 주도자가 바뀌면서 변하는 대화의 모습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도서의 대화 주제는 아래로 결정했다.
1️⃣ 외딴방을 추천한 참가자가 해당 도서를 선정한 이유 얘기해 주기
2️⃣ 책 전반에 대한 감상 나누기
3️⃣ 가장 마음에 닿았던 구절 또는 문장 공유하기
4️⃣ 책을 선정자가 등장인물 중 한 캐릭터의 특정 행동을 하나 선정하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이건 첫 모임에서 나왔던 내용이라 반영)
5️⃣ 2026년 책과 관련된 신년목표 나누기
(이건 내가 준비한 매 달 다르게 진행하는 활동)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었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 나의 감상이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