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지: 12월 14일, 첫 대면 독서 모임 소감
2025년 12월 14일 첫 대면 독서모임을 마쳤다. 15명이 있는 오픈 채팅방(그새 2명이 늘었다?!)에서 6명이 모였다.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아직 어색하고 서로를 조심히 알아가는 분위기었다. 모임 전에 자기소개를 책문책답으로 진행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미리 자기소개 질문을 공유했었다.
-모임에서 사용할 이름이 무엇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가까워지고 싶은 분야나 장르가 있나요?
-나에게 책이란 ________(이)다.
-독서 모임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추가로 하고 싶은 아무 말 자유롭게! 없으시면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한 것이다. 아예 없다고 하신 분은 두 분이고, 다른 두 분은 '이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에요!'라기보다 '이 작가님의 책을 공감해요'의 느낌이었다. 사실 나도 저 질문에 가장 오랜 시간을 쏟았다. 없다고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누구라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으로선 000 작가님을 좋아합니다.'라고 얘기했는데 나와 비슷한 사람이 4명이나 있어서 상당히 놀랐다.
그리고 창피하게도 내가 책과 제일 먼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이미 독서모임을 해보셨던 분들도 계셨고, 도서관 사서였던 분도 계셨고, 책을 정말 많이 읽어왔던 분들도 계셨다. 한 분은 책을 생명과도 같은, 숨 쉬는 것에 표현하시기도 했다. (반면에 나에게 책이란 영원히 끝내지 못하는 숙제 같은 기분이라 죄책감이라고 소개했는데...;). 나 혼자 여집합으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문학 증진을 위해 문학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 왔던 커리어가 남부끄러워서 비밀로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앞으로 발전해 나가면 되는 거지!라고 긍정회로 돌리며 남은 2025년을 4개월째 붙잡고 있는 데미안을 끝장내보기로 다짐한다. (이 글을 연재하는 시점인 26년 1월, 데미안은 12월에 완독했습니다!! 캬캬)
내가 독서모임을 시작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말로 하는 상호작용이 너무 없어서 모국어로 하는 나의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리고 스스로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하기도 했다. (사실 자기소개하는데 땀이 삐질 났었다. 스크립트 써온 걸 읽으면서 이야기하는데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기분 때문에 긴장되고 정신이 약간 아득해졌다. 계속 독서모임 하다 보면 극복하게 되겠지...?) 그런데 모임에서 만난 일부 사람들도 '소통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참석했다는 것을 듣고 공감과 안도가 됐다. 해외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끼리 공감하는 특유의 주파수가 있다. 흔히 0개 국어가 된다고 표현하는 모국어를 비롯한 모든 언어 능력이 하향평준화가 되는 것을 느낀다거나, 모국어로 대화하는 것에 대한 갈증,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살면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생활의 불편함 같은 것들이다. 책이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서로의 비슷한 주파수를 감지하기 시작하니 봇물이 터지듯 이야기는 흘러갔다. 그렇게 1시간으로 예정했던 모임은 2시간 2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정말 신기하게도 6명 모두가 한국 사람들과의 모임이 처음이었다. 다들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아왔는데 학교든 직장이든 사는 동네든 생활반경에 한국인을 만날 일이 없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살게 된 이유도 살아온 시간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독서를 습관화하고 싶은 소망과 여러 장르를 편식 없이 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았다. 독서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찰나에 독서모임이 만들어져서 모두들 기뻤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이 모임이 오래가길 바라보며, 28일에 있을 온라인 모임을 열심히 준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