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 좀 더 있어보이는 일이지 않나요?
마케팅과 브랜딩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느낀 것은, 점점 더 이 두가지를 명확히 구분짓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최근 6개월동안 읽은 마케팅과 브랜딩 책들을 모두 합치면 3~40권 정도는 될 것 같다. 이렇게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대충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마케팅 =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고, 구매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활동.
브랜딩 = 꼭 구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브랜드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전달시키는 모든 활동.
결국 차이는, '구매로 연결시키느냐', '구매로 연결이 안되더라도 알리느냐'인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브랜드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당장 구매전환 성과를 보고하기 어려운 활동들은 '브랜딩성의 캠페인'이라 칭했다. 브랜드의 메세지와 로고, 캐릭터를 알리는 것은 당장 구매버튼을 누르게 하는 액션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기억되게 해서 이후 구매를 고려할 때 익숙하게 느껴지기 위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브랜딩이 마케팅에 속해있는 것인지, 마케팅이 브랜딩에 속해있는 것인지는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통상적으로 두 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브랜딩을 의뢰한다'함은 브랜드의 로고나 컬러, 그래픽과 같은 시각적인 부분을 맡길 때 쓰고, '마케팅을 의뢰한다.'함은 sns 마케팅이든, 퍼포먼스 마케팅이든, 캠페인 목적에 따라 브랜드를 알리거나 제품을 알릴 때 쓴다.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브랜딩'은 '저 브랜드는 멋진 브랜드다'라고 소비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은은하게 보여주는 것이고, '마케팅'은 '지금 이런 점이 고민인가요? 저희 브랜드가 그걸 해결해줄게요.'라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구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브랜딩 = 브랜드의 가치를 내뿜는 것.
마케팅 = 브랜드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
이런 성격의 차이 때문에 '브랜딩'은 멋지고 예쁜것, 있어 보이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고고한 브랜딩 활동들에 비교하면 마케팅은 노골적으로 직접 다가가 구구절절 설득하는 것처럼 보여 사람으로 따지면 더 '절박해 보이는' 활동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속 깊은 내면까지 들어가 생각해보면, 브랜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더 멋있게 여겼던 것 같다. 뭔가 더 아티스틱(?)해보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가 막연하게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마케팅'에 더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브랜딩'은 최소한의 브랜드 핵심 가치만 수호하는 선에서,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브랜드 활동과 제품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crm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콘텐츠들을 브랜드의 목소리로 발행하거나,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거나, 전환율이 떨어지는 문제 소재를 찾아 여러 테스트를 통해 해결하거나, 정말 가치 있는 마케팅 활동들의 공통점들을 모아보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브랜딩을 하는 일들이 겉으론 멋있어보이고, 크리에이티브해 보일 수 있으나 내 성격상 먼저 다가가 문제를 공감해주고, 해결해주는 일들이 더 가치있게 다가올 것 같다. 내가 만들게 될 브랜드는 끊임없이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러 맨발의 기영이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는 결국 그 브랜드를 만든 사람을 담을 수 밖에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