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브랜딩,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을 공부하면 할수록 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기르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주관적인)
1) 브랜드 기획과 임신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일정시간 기획하고 준비한다. 세상에 내놓기전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면 좋을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아이가 나왔을 때 눕게될 침대, 유모차, 기저귀들을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아이가 어떻게 크면 좋을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소중히 품고 있는다.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 임신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이유는, 오래 품고 오래 고민한다고 내가 생각한대로 만족한 결과가 나올거란 보장이 없다는 것. (아이가 내 생각한대로 나와야할 이유는 절대 없음) 10개월정도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가, 이 아이가 건강한 아이일지 어떤 모습일지 세상과 어떤식으로 상호작용하게 될지는 나와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 또한 세상에 내놔봐야 알 수 있다. 정말 소비자들이 반응해줄지, 내가 기획했던 대로 받아들여질지.
더 오래 품고 있는다고 내가 생각했던 아이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브랜드도 더 오래 고민하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어느정도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면, 일단 세상에 내놔야 한다. 완벽주의를 버리지 못한다면, 브랜드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채 그저 기억속 한 조각으로 남아버린다.
2) 브랜드 운영과 양육
브랜드를 운영한다는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초반엔 안정적인 상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수 밖에 없다. 엄마가 처음인 엄마들과, 아빠가 처음인 아빠들이 여러 실수와 좌절을 겪기도 하며 아이를 기른다. 브랜드를 처음 운영해보는 사람에게도 같을 것. 몇번 해본 이에게는 기술적인 면에선 능숙할 순 있으나, 아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브랜드들은 다른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힘든 시간들을 겪는건 매한가지다. 세번째 아이라고 해서 키우는게 안힘들지 않듯이, 브랜드를 몇번 운영해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브랜드는 또 다르다. 또 다른 이슈가 생기고 고민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과 뿌듯함, 내가 이걸 만들어냈다고? 이게 내 손에서 나온거라고? 믿기 어려운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를 기를 때 아이 그 자체의 개성과 가치를 만들어가게끔 하기 위해선 사회적 시선과 남들이 옳다고 성공했다 여기는 것들을 똑같이 주입해선 안된다. 그럼 그저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인생이 되기 위해 영혼없이 쫓다가 평생을 혼란 속에 살 수 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브랜드들을 끊임없이 벤치마킹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내지 못한 채 트렌드라는 명목 하에 쉴새 없이 바뀌는 대중들의 취향에 휩쓸리다간 결국엔 정체 모를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브랜드라 여기기도 애매해지는 여러 브랜드의 특성과 트렌드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무언가.
아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고유한 재능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이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지켜줘야 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성공한 누군가에 초조해하며 본질을 잊어선 안된다.
3) 브랜드 시스템 구축과 독립
브랜드든 아이든, 내가 평생 안고있을 순 없다. 물론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설립자와 브랜드, 부모와 아이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독립시켜야 한다. 그리고 독립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때 ‘스스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전부터 준비를 해둬야 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생을 갖고 있는다고 더 성장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는게 아니다. 결국엔 시스템을 잘 구축해 내가 없어도 생명력을 가지고 고유한 가치를 유지하며 세상과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온다고, 자동화를 시켰다고 갑자기 A브랜드에서 B브랜드가 되면 안된다.
더 오래 품고 있는다고 내가 원하던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는 것, 남들에 휘둘리지 않고 고유한 개성을 지켜줘야한다는 것, 결국엔 독립을 시켜야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브랜드가 자식과도 같단 생각이 들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