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해로운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습관(술, 담배, 과식, ㅇㄷ)처럼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라는 점이다. 특히, 가족, 오랜 연인, 오랜 친구 등 너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인간관계라면 더욱 끊기 힘들다.
성격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다. 성격이 유하고 착하면 관계 정리가 어렵다. 그러나 이성적이고 칼 같은 성격에도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어려워한다.
그렇다면 성격 말고 다른 2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진화적 관점 - 유전자 오작동
선사시대에는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 죽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피하고 두려워했다. 이러한 습성이 유전이 되어 오늘날에도 새롭고 도전적인 것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을 더 선호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익숙하고 편하다. 이를 끊어버리면 그 자리에 새로운 관계를 채워 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0부터 다시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유전자가 싫어하는 새로움이 너무 많기에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없다.' '이런 점 빼고는 다 괜찮잖아.' 등의 자기 합리화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2. 매몰비용의 오류
매몰비용이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여기서 이미 실패한 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에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하는 것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오픈런해서 마음에 드는 ㄷㅇ 구두를 샀다고 하자. 가격도 140만 원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새 구두라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발에 잘 맞지 않는 구두였다. 과연 불편해서 신발장 안에 고이 모셔놓을까? 아니다. 뒤꿈치가 까지고 발등에 상처가 나도 신을 것이다. 왜냐면 오픈런해서 시간, 노력,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때까지 그 사람과 함께 웃고, 울고, 화내고 맛있는 거 먹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갔을 것이다. 많은 시간과 돈, 서로 맞추려는 노력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초코파이(정)가 쌓인다. 그리고 관계를 끊으려고 하면 그 사람과의 함께했음이 발목을 잡고 실패하게 된다.
나쁜 습관도 오래될수록 더욱 끊기 어려워진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나쁘고 나에게 해가 된다면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나를 성장시켜 주고 귀하게 생각해 주는 많은 관계들이 있다. 굳이 나를 힘들게 하고 나 자신을 무너뜨리는 관계에 시간, 돈, 노력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질 거야' '바뀔 거야' 이런 식의 자기 위로는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내 안에 암이 있는데 그걸 예방하거나 치료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관계에 정답은 없지만 세상에는 나를 소중하게 그리고 나를 존중해 주는 좋은 관계가 많다는 것을 알고 꼭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