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관점의 재구성
지난번 '심청이는 정말 효녀일까?'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또 다른 고전 '흥부와 놀부'의 주인공, 흥부에 대해 관점을 재구성해보고자 합니다.
흥부와 놀부를 읽고 흥부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적어본 후에 아래 글을 읽으시길 매우 매우 추천합니다.
선행 활동이 끝났다면 이제 흥부와 놀부 관점의 재구성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어릴 적 동화책을 통해 우리는 흥부를 착하고 좋은 사람, 놀부를 악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배웠습니다. 동화책 표지에도 흥부는 마음씨가 착한 사람, 놀부는 딱 봐도 고약한 심보를 갖게 표현되어 있었죠. 그렇기에 우리는 흥부=착한 사람, 놀부=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자랐습니다. 오죽하면 욕심 많고 심술궂고 나쁜 사람에게 놀부심보라고 말하겠어요.
하지만 '착함'과 '나쁨'의 경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입니다.
과연 흥부는 모든 면에서 '착하고 좋은 사람'일까요?
두 가지 관점에서 흥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흥부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근거는 주로 선량한 심성과 이타적인 행동에 초점이 맞춰서 이야기합니다.
1. 형제간의 우애와 관용의 관점
흥부는 놀부가 아버지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자신을 내쫓았음에도 불구하고 놀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중요시되는 형제간의 우애와 더불어, 자신의 권리(재산 분할)를 주장하기보다 평화와 인정을 택하는 관용적인 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생명 존중과 동물 사랑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다친 제비의 다리를 정성껏 치료해 주는 모습입니다. 이 모습에서 흥부의 생각은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귀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를 심성이 곱고 착한 사람으로 각인시킵니다.
흥부는 많은 식구를 거느린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흥부의 '착함'은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오히려 무책임함과 무능력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1. 가족을 굶긴 무능함
흥부 가족은 항상 굶주림에 시달립니다. 동화 속에는 흥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선택지보다 의아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일하지 않고 놀부 집에 가서 동냥을 하거나, '매품팔이(돈을 받고 대신 매를 맞는 일)'를 하려는 모습 등에서 가장의 책임감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2. 자기 권리 포기
형 놀부가 재산을 독차지했을 때, 흥부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순순히 물러납니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가 형제간의 우애와 자신만의 '착함'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는 있으나, 이는 곧 가족이 굶주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제적 무책임으로 이어집니다.
3. 시대적 배경과 한계
흥부는 몰락한 양반을 투영하는 인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양반이 농사나 상업 같은 천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시대적 상황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글공부를 통해 관직을 얻으려 노력하는 모습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본업을 뒤로하고 그저 태어났으니 사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한량으로 보입니다.
흥부를 두 가지 관점에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관점 1의 흥부는 우애를 소중히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심성이 매우 곱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관점 2의 흥부는 밥을 먹여주지 못하는 무능한 나쁜 가장 일 수 있습니다. 제비를 치료해 주는 '착한 사람'이라는 명성보다, 당장 가족을 굶기고 있는 책임감 없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흥부는 착하고 좋은 사람일까?'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관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착한 심성(개인의 선의)이 우선이냐 가장의 책임감(사회적 의무)이 우선이냐
흥부의 입장에서 보면, 가난 속에서도 심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착한 심성을 유지하려는 이상만 좇는 무능력한 가장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흥부를 어떤 관점에서 '좋은 사람' 혹은 '좋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하시겠습니까?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과연 무엇일까요?
다음 관점의 재구성은 '행복한 왕자'입니다.
행복한 왕자가 어떤 사람인지, 기존의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 함께 행복한 왕자의 재구성 시간으로 떠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