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나'를 연기하는 것이 최악인 이유
"첫인상이 전부다", "만나서 3초 안에 모든 게 결정된다"… 우리는 관계의 시작점에서, 특히 썸을 탈 때, 나 자신을 얼마나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합니다. 혹시 내 단점이 보일까, 상대가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우리는 종종 '완벽에 가까운 나'를 연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그 전략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진정한 관계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히려 그 반대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겉모습과 내면의 차이가 꽤 큰 사람입니다. 이 '괴리감' 때문에 과거의 관계들이 어색해지거나 멀어졌던 경험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반대로, 제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사람들이 한참 뒤에야 제 진짜 모습을 알고 가까워진 경우도 부지기수였죠.
그래서 저는 이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제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저의 단점이나 빈틈을 숨기기 위해 '완벽한 나'를 연기하는 것이 아닌,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함한 '온전한 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꾸며낸 '나'는 언젠가, 반드시 들키게 되어있습니다.
특히 썸을 타던 사이라면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그때 가서 연기하던 나의 모습이 거짓이었다는 게 들통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방이 인식하던 '나'라는 사람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그 실망감은 관계를 끝내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혹은 그 관계를 위태롭게 이어가더라도, 나는 상대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죄책감에 전전긍긍하며 '을'이 될 수밖에 없죠.
아니, 어쩌면 나를 숨긴 그 시점부터, 이미 나는 '을'로서 그 관계를 시작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의 사용설명서'를 먼저 건넵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가장 나의 '빈틈'이 잘 보이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려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누군가를 만나면 저의 '지독한 효율주의'나 '걱정 많은 성격'에 대한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먼저 꺼내놓곤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절대 그 이야기 때문에 기가 죽거나 위축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는 거죠. "저는 제 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고, 이걸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저의 일부인 건 사실이에요. 저는 이런 사람인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렇게 나를 솔직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본모습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겁니다.
이 방법은, 서로의 '인내심의 역치'를 키우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빈틈과 결함을 알고 관계를 시작했기 때문이죠. 상대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번 만큼, 나도 상대를 이해할 시간을 벌게 됩니다.
심지어는 '실망감에 대한 역치'도 굉장히 낮아집니다. 나중에 내가 좀 빈틈 있는 모습을 보여도, 상대는 "아, 원래 말했던 그 모습이구나" 하며 귀엽게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겁니다. 오해는 최소화되고, 가까워지는 속도는 빨라집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관계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노력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그러지 못해서, 오늘 제 글에서 정답을 찾은 기분이신가요?
나의 서툰 부분까지도 '나다움'으로 인정하고, 상대의 빈틈마저 '그 사람다움'으로 이해해주는 대화. 그런 대화가 오가는 관계야말로, 진짜 '갑'과 '을'이 없는 평등하고 건강한 관계가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의 '사용설명서'를 누구에게 어떻게 건네야 할지 막막하다면, '익스펙타클'을 찾아주세요. 그곳은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사용설명서'를 편견 없이, 그리고 존중하며 함께 읽어 내려가는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