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피똥 싸면서 공부했던 기억'
매년 연말이 되면,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며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갑니다.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다 읽은 책, 심지어 받았던 선물 상자까지. 저는 정말이지, 어지간한 건 다 잘 버리는 '프로 버림러'에 가깝습니다. 사진도 잘 안 남기는 편이라, 추억은 머리에 저장하거나 아주 소중한 물건 몇 개로만 남겨두죠.
그런데 그런 제가, 정리할 때마다 수십 번을 망설이다 결국엔 다시 서랍 깊숙이 넣어두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고등학생 그리고 재수 시절, 제 손때가 묻은 낡은 노트 세 권입니다.
그 노트에는 모든 '맛'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히 이제 와서 그 노트를 다시 펴고 공부할 일은 없습니다. 특히 수학 노트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은, 지금은 훨씬 더 좋은 책과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 널려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트를 펼치기만 하면, 저는 순식간에 10여 년 전의 그 시절로 소환됩니다.
바로 '힘들게 피똥 싸면서 공부했던 기억' 속으로요.
빽빽하게 적힌 공식과 새까만 동그라미들 속에는, 한 문제를 붙잡고 몇 시간을 끙끙 앓았던 좌절의 쓴맛이, 마침내 그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짜릿한 단맛이,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 책상에 엎드려 흘렸던 눈물의 짠맛이, 그리고 '이게 맞나?' 싶은 불안감을 애써 누르던 인생의 매운맛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제 인생의 살짝 단맛, 겁나 짠맛, 겁나 쓴맛, 겁나 매운맛, 그리고 감칠맛까지, 모든 맛이 이 노트 안에 박제되어 있는 셈이죠.
(물론 뭐...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엄청 좋은 대학을 가지는 못했습니다. ㅋㅋㅋㅋㅋ 미련하게 왜 정시했지... 급 반성하게 되네요.)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웃어넘기지만, 그 시절의 치열함과 스트레스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노트를 보며 '저때 저렇게 참고 공부하고 노력했던 내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구나' 하는 위로를 받습니다.
사실, 이 노트를 버리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노트 귀퉁이마다, 가끔은 페이지 전체에 몰래 적어두었던 '일기 같은 내용들' 때문입니다. 당시의 불안감,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 짝사랑하던 그 아이의 이름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가장 날것의 제가 그 안에 살아 숨 쉬고 있거든요.
어쩌면 저는, 그 치열했던 노력의 증거와 미숙했던 청춘의 기록을 차마 버릴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 물론 이 소중한 노트를 제가 직접 들고 있기엔 부담스러워서, 현재는 본가에 쟁여두고 있습니다. 엄마는 "이 짐 좀 어떻게 하라"고 잔소리를 하시죠. ㅋㅋㅋ)
여러분의 서랍 속, '보물 1호'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무엇을 버리지 못하고, 서랍 속에 고이 쟁여두고 계신가요? 아마 그 물건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그저 낡고 평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분만이 아는 이야기가, 여러분의 한 시절이, 그리고 여러분이 결코 잊고 싶지 않은 어떤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겠죠?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단순히 오래된 물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과거와, 나의 성장과, 나의 가장 소중한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보물 1호'에 담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진득하게 들려주고 싶거나, 다른 사람의 보물 같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익스펙타클'을 찾아주세요.
서로의 가장 사적인 서랍을 열어 보여주며, 가장 깊은 유대감을 나누는 시간.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