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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Oct 19. 2020

바이오 벤처 취업기

좋은 바이오 벤처를 알아볼 수 있을까?

11개월. 내가 이직을 결심하고 최종 오퍼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년 에 몇 번 있지 않는 대기업 채용과는 달리 수시로 채용이 열리는 바이오 벤처를 그동안 부지런히 알아보고 지원해왔으니 11개월이라는 기간은 짧지는 않은 시간이다.


그만큼 신중했고 고민했다. 셀 수 없는 바이오벤처들을 살펴봤고 십 수 군데 이상을 지원해 서류 탈락부터 오퍼 거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들을 통해 어떤 회사에 어느 포지션을 지원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고 얼마 후 이직할 곳에 지원하였고 최종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바이오 벤처가 범람하는 시대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을 급여와 복지 등이 충실한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겠지만 개인적인 선호로 혹은 대기업 취업이 쉽지 않아 바이오 벤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대기업이야 워낙 알려진 내용들도 많고 건너서라도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접촉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회사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벤처회사라면, 더욱이 창립되지 않은 벤처회사라면 구글링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잘 모르고 들어간 회사는 곧 당황 속에서 후회를 느끼게 되고 평생 아껴 써야 하는 이직 기회를 바로 써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벤처에 지원해야 후회가 없을까?


첫 번째 취업기

2년 간의 해외 포닥(post-doctoral fellow,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기관에서 독립적 연구자로서 트레이닝을 받는 박사 후 연구원을 흔히 줄여 부르는 말.) 후 한국에 급하게 자리를 잡아야 했을 때 내가 알아본 조건은 단 두 가지였다.  급여, 전공 연관성.


한국에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급여는 중요한 문제였고 대단한 금액은 아니더라도 이제 막 태어난 아기 기저귀 값은 충분할 정도는 돼야 했다. 

부득이하게 회사로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포닥까지 한 상황에서 최대한 연구 전공은 살리고 싶었고 그래야 나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두 개를 어느 정도 만족했을 뿐 아니라 운 좋게도 아파트를 2년간 지원해 준다는 조건까지 생겨 경기도의 한 바이오 벤처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적었다시피 그 회사는 회사원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근무하기에는 최악의 회사였고 난 입사 7개월 만에 이직을 결심했다.


어떤 회사에 가야 하나?


월급과 전공 유사성만으로는 근무하기 좋은 바이오벤처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깨달았으니 이제 뭐가 더 필요할까?


1. 하고자 하는 일을 경험해 본 전문가가 있는가?


                                         항암제 개발회사인데 암 연구, 항암제 개발 경험자가 없다!!


내가 첫 번째 다녔던 회사에서 겪었던 일이다. 항암제만 십 수년째인데 여태껏 항암제 개발을 해 본 사람도 암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본 사람이 회사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항암제뿐 아니었다.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하는 다른 질병에 대한 전문가도 역시 하나도 없었다. 이런 회사에서 하는 연구들은 학교의 연구실보다 못한 수준이었고 소꿉장난처럼 보였다.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져 바이오 벤처라기보다는 중소기업에 가까웠지만 내부적으로 연구, 개발 등의 전문가는 하나도 없었다.


이와 반대로 공격적으로 전문가를 영입하는 회사들도 많다. 대기업에서 약물 개발을 이끌고 임원까지 한 사람을 영입해 치고 나가는 벤처회사도 볼 수 있었고 이미 약물 개발을 경험한 사람들을 각 제약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회사들도 볼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바닥부터 올라가야 하는 바이오벤처는 한 명 한 명이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일당백으로 싸워야 한다. 창업자가 경험이 부족하면 경험 많은 사람들을 큰돈 들여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회사는 갈피도 잡지 못하고 직원들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체 돈과 시간만 쓰게 된다.


홈페이지에 임원급의 이력을 써놓는 회사들이 많다. 인터넷에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면 창업자의 배경을 소개한 기사들도 잘 찾아볼 수 있다. 창업자가 경험이 풍부한가? 아니면 임원진들의 경험이 회사의 방향과 일치하는가? 이것이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이다.


2. 면접은 나도 회사를 판단하는 시간이다.


                                                          결혼식에는 몇 명이나 왔나요?


내가 면접을 봤던 어느 회사에서 관리 이사라는 직책을 가진 분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딴에는 나의 사회성을 평가하기 위해 던졌던 질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이 아주 예전에는 통용되었는지 모르겠다. 결혼식 하객 수로 사회성을 판단하려는 이 적나라한,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 질문을 받고 속으로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대기업에선 이런 질문을 받더라도 전체의 한 일원의 개인적 성향이라 치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원과 구성원이 몇 안 되는 바이오벤처에서는 임원과 경영진의 성향이 곧 회사의 경영으로 바로 반영된다. 여차저차에서 그 회사에 다행히(?) 입사하지는 않았다.  한참 후 호기심이 발동하여 잡플래닛이나 크레디트 잡을 통해 그 회사를 검색해 봤을 때 악평이 가득하고 입사율과 동등한 퇴사율을 기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탐색을 통해 회사를 지원했고 서류를 통과할 수 있다면 면접을 통해서 그 회사의 속살을 좀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몇 번의 면접을 통해 이제 면접의 질문이나 분위기를 통해서 지원한 회사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과거 이력에 대한 기술적 질문이 얼마나 집요하기 이루어지는가?


대부분의 경우 기술과 인성 질문이 골고루 오게 마련이지만 기술적 질문의 경우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상 깊었던 회사의 경우 내가 했던 일에 대해 그 분야 전문가들이 했던 질문과 비슷한 수준의 질문을 하게 되어 질문을 받는 내 입장에서 오히려 반색했던 경험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아는 척하며 질문을 하거나 분자 현상 등을 단수누히 이분법적으로 분류하여 한 가지 선택을 강요하는 등 다소 수준이 낮은 질문들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바이오벤처는 기본적으로 과학을 기반으로 한다. 면접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회사의 결정과 경영에 중요한 역하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의 과학적 역량은 핵심중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에서 나오는 기술적 질문들은 그것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누가 질문을 하는가? 

면접장에는 다수의 면접자가 들어온다. 바이오 벤처에는 보통 한 번의 면접이 이루어지고 거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표를 포함하는 임원급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예비 팀원 혹은 동료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요인은 누가 질문을 하는가인가? 어떤 회사는 면접에 들어온 사람만 5명 이상이 넘음에도 대표 혼자서 질문을 다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대표가 독단적이고 상명하복식 의사결정구조가 지배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내가 전에 다녔던 회사도 그러하였는데 한 연구원을 뽑는 자리에 8명이나 들어갔지만 대표 혼자 한 시간 반 동안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도대체 자기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내가 경험했던 또 다른 회사는 대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질문도 자유롭게 이루어졌고 분위기 역시 자유로움이 느껴졌었다. 그런 분위기가 실제 회사에서도 유지된다면 상하관계가 특징인 회사에서도 수평적 구조를 어느 정도 유지한 체 건강한 조직문화가 발현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직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많은 회사를 경험해본 것이 아니지만 위의 판단기준들을 통해 좋은 회사를 고르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해야 할 회사는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긴 글이 아님에도 그전에 썼던 글들에 비해 호흡이 길다 보니 글의 중간에 힘이 빠지는 것 같다. 필력이 늘어날 때까지 글의 호흡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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