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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Nov 20. 2020

논문을 보는 관점

회사에서는 논문을 어떻게 보는가?

대학원생일 때나 포닥일 때 중요한 매일 같이 했던 것은 논문을 읽는 것이었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다른 사람이 먼저 보고하지 않았나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최신의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pubmed 와 구글에서 검색하기도 했다.

내 연구 분야가 아니더라도 Cell, Nature와 같은 주요 저널은 출간 날에 맞춰 웹사이트를 방문해 각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따라가려고 했다.


회사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지금 새로운 업무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관련 논문들을 읽기 시작했다. 생물학이라는 분야를 꽤 오래 했고 그 가운데에서도 생소한 분야가 아닌 일을 맡았음에도 역시나 모르는 것들 투성이이고 아는 것 역시 깊이가 얕았다.


논문을 쭉 읽다 보니 나의 관점이 학교에 있을 때랑은 달라졌음이 느껴졌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자 목표였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면 기존의 것들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논문은 생체내의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중점으로 읽어나갔다. 세포나 동물실험에서는 knock down이나 knock out 등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거의 소멸시키는 방식의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주로 봤었다. 약물을 사용한 실험은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저해하거나 활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조적인 수단이나 편의성을 위해 쓰는 실험 방법이었다. 


회사를 다니고 나서 어느 날 문득, 논문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기존의 관점 외에도 약의 개발이라는 관점이 더해졌다.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하거나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했는지, 동물실험이나 세포 실험에서 투여 방법 및 투여량은 어땠는지, 평가는 어떻게 했는지 등 실제 약물 개발을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약물 개발에서는 실험 방법과 과정에 따라 해석의 큰 차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디테일을 그런 부분에서 찾기 시작한 것 같다.


눈여겨보고 고려해야 할 점들이 더 늘어났다. 이제 더 이상 학계에서 순수 연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느껴졌던 아쉬움들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프로세스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의 연구를 이제 조금씩 부러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않게 되는 것 같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목표로 신약개발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먼 나라의 이야기,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나 일어날 일이라며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바이오 벤처는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부흥기이고 그중 일부는 실제로 성공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나 역시 신약 개발이라는 것이 작은 시작이지만 막연하거나 뜬구름 잡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날은 누구나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신약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지나 막연한 희망이 아닌 실제 가능성을 생각해보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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