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초행자를 위한 쌩기초
며칠전 반가운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진 몰라도 어디서 보냈는진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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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BY SOUTHWEST
SXSW(a.k.a. 사우스바이, 싸바싸)에 다녀온지도 어느새 세달이 훌쩍 지나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스틴에서 받은 영감과 지혜를 한국에 가면 동료, 친구들과 자주 나누고 멋진 프로젝트로 발전시켜야지' 했던 다짐이 슬그머니 사라지려고 할 즈음, 떼먹지말라는 듯 기막힌 타이밍에 선물이 날아온 것. (내용물은 역시나(?) 별 것 아니었다. 올해 SXSW를 Recap하는 인터뷰와 내년에도 또 오라는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담긴 SXWorld라는 잡지였다.)
그래서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지만, 2016 SXSW INTERACTIVE 참관기를 몇개의 글로 나눠 남겨보고자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일 예정!
SXSW 초보자를 위한 쌩기초, SXSW가 뭔디? 뭣이 중헌디?
지극히 주관적이고 또 주관적인 2016 SXSW 인터랙티브 참관기 (coming soon)
나를 울리고 웃긴 장면들 다섯개 아니 여섯개 (coming soon)
+ 중간중간 SXSW 쌩초보가 경험한 온갖 실수와 삽질을 토대로 한 Tips
본 글은 SXSW 초행자를 위한 아주아주 기초적인 내용일테니, 이미 다녀오신 분들은 과감히 스킵하셔도 좋다! 다만, 함께 추억은 방울방울을 즐기고 싶으시다면야, 준비하시고, 쏘세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SXSW(링크), 지금은 넘사벽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루키였던 Twitter, Foursquare, Airbnb가 SXSW에서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누구나 평생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컨퍼런스라고 알려져있다.
위키피디아에서 SXSW를 검색하면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영어: South by Southwest, SXSW)는 미국의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매년 봄(보통 3월)에 개최되는 일련의 영화, 인터랙티브, 음악 페스티벌, 컨퍼런스이다. SXSW는 1987년에 시작하였고, 매년 규모가 커져왔으며 평균 50여 개국 2만여 명의 음악관계자들과 2천여 팀의 뮤지션이 참여한다.'라고 나온다. 우리야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중심의 인터랙티브에 주목하지만 사실 SXSW는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가 따로 또 같이 열리는 융복합 컨퍼런스이자 페스티벌이라 뭐라고 한마디로 딱!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겁나게 크고 겁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겁나 후덜덜한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게 나을 정도.
매년 다르겠지만 SXSW MUSIC, FILM, INTERACTIVE가 열리는 열흘간 공식 참가자 수만 7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이게 정확한건지, 많은건지 적은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를 상상하든 사람이 겁나 많다). 이런 엄청난 컨퍼런스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시카고같은 알만한 대도시가 아닌 이 시골(이라 쓰고 깡촌이라 읽는다), 오스틴에서 열리는 이유가 뭘까?
오스틴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정말 많다.
#TEXAS주의 주도
#오스틴 시민의 자랑 University of Texas가 있는 도시
#공화당 지지자로 넘실대는 텍사스 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진보적인 도시
#SXSW, F1, ACL 등 일년 내내 축제가 끊이질 않는 흥 많은 도시
#거리 하나가 통째로 Music Bar일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도시
#한국 사람이 보면 대전과 닮은 도시
#Book People이라는 엄청나게 멋진 서점이 있는 도시
#유기농 식품 전문인 홀푸드 마켓이 시작된 도시
#거리 곳곳이 히피스러운 예술로 물든 도시
#마지막으로 총기 소유가 가능한 도시
Lyft(링크)를 탈때마다 드라이버들에게 오스틴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물었는데 그 답이 한결같았다. 도로가 노후되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것 빼곤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때맞춰 알아서 척척척 축제가 열리니 대도시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문화적 자본을 누릴 수 있는데다, 페스티벌 철이면 Airbnb Host나 Lyft Driver로 꽤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자랑스러운 고향일거다.
다시 말해, 대도시는 아니지만 있을건 다 있고,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데다 결정적으로 오스틴을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시민들이 많기에 30년 가까이 이 도시에서 이런 멋진 컨퍼런스가 계속 열리는 이유가 아닐까.
SXSW에 다녀왔다고 하면 '헐 대박 쩐다!'라는 반응과 함께 '어떤 컨퍼런스야?'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이게 가기 전부터 나 역시도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SXSW INTERACTIVE(이하 인터랙티브)가 열리기 전날 Registration에 가면 매년 디자인이 바뀌어 나오는 SXSW 공식 에코백에 큰 책 한권과 작은 책 한권, 그리고 뱃지(명찰)를 준다. 큰 책과 작은 책의 내용은 거의 똑같다. 5일간 열리는 인터랙티브 세션이 카테고리별/시간대별로 나와있는 시간표이다. 광고도 몇개 들어가있지만 시간표만으로 이렇게 두꺼운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컨퍼런스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세션들이 오스틴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9개의 인터랙티브 트랙이 있고, 매해 달라지는 10개의 컨버전스 트랙이 있다.
Original Tracks
Art, Science and Inspiration
Branding and Marketing
Content and Distribution
Design and Development
Government and Policy
Health & MedTech
Intelligent Future
Startup Village®
Work and Career
Convergence Tracks
SXSW Comedy
CLE (Continuing Legal Education)
Future of Entertainment
Networking Meet Ups
Online Harassment Summit
SouthBites™
SXgood
SXsports®
SXstyle
VR/AR Track
아직 9개월 남짓 남았건만 벌써부터 2017 SXSW 인터랙티브 트랙이 발표되었는데 'Development & Code' 'Tech Industry' 등 Original Track들도 몇몇 바뀌었고 Convergence Track에는 'Experiential Storytelling', 'Food', 'Journalism', 'Social Impact' 등이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링크)
트랙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엄청나게 많은 세션이 오스틴컨벤션센터(이하 ACC)를 포함한 시내 곳곳의 호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가령, 프로그램북을 열어 3월 12일 토요일에 열렸던 세션만 세어봤더니, 286개였다. 하루에 6타임씩(9시 30분, 11시, 12시 30분, 2시(keynote), 3시 30분, 5시) 진행되니 1타임당 어림잡아 4~50개의 세션이 동시에 열리는 것. 즉, 참가자들은 매일 매일 2백여개의 세션 중에서 참석할 세션 최대 6개를 선택할 수 있다. 호스트는 자기 세션 참가자들에게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최소 40:1의 경쟁률을 뚫고 자기 세션이 선택받은 것 아닌가!
Tip #1. 재미없으면 중간에 뛰쳐나와도 된다!
엄청난 고민 끝에 고른 세션인데, 내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면? 세션 중간에 나가도 된다. 우리네 정서와 다르게 얘네들은 칼같다, 아닌건 아닌거다. 그도 그럴 것이 최소 몇십에서 몇백만원 들여서 왔는데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을 듣느라 시간을 쓰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어디가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거나, ACC나 호텔 안팎에서 열리는 다른 이벤트에 가는게 훨씬 남는 장사다. SXSW 참가자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시간활용이다. 그리고 호스트도 속으로 마음은 엄청 쓰릴지언정 신경은 별로 안쓰는 것 같더라.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떤 세션에 참여할지 고르는 작업(!)은 SXSW 참가자들이 매일 수행해야할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다. 나는 매일 밤 숙소에 들어와 반신욕을 하며 내일 들을 세션 후보만 빼고 모두 숙청하는 경건한 시간을 갖곤했다. 여기서 잠깐! 세션 주제만 다르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포맷도 각기 달랐다.
Session Formats
Book Readings
Book Signings
Duals
Featured Sessions
Keynotes
Meet Ups
Mentor Sessions
Panels
Pitch Events
Solos
Workshops
정말 다행인건, 등록한 모든 참가자들은 SXSW GO라는 app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검색 조건을 잘 설정하면 관심있는 세션 리스트만 확인할 수 있고, 일시 및 장소부터 연사와 세션의 기본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북마크와 캘린더 연동 기능도 있어 무척 편리했다.
Tip #2. Workshop은 미리미리 신청해둬라!
Book Signings, Meet Ups, Mentor Sessions, Workshops를 제외하곤 일반 강연이나 포럼 형태라 큰 부담이 없는 편이다. 단, Workshops는 미리 신청을 해둬야 하고 자리가 없는 경우 Waiting List에 올려두고 현장에 가서 기다리면 지구촌 어디나 No show는 존재하기에 거의 문제없이 참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DEO에서 진행하는 Design Workshop같은 경우 Waiting List 마저도 꽉 차서 도저히 참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뱃지 결제를 하고 SXSW GO app이 활성화되면 Workshop으로 미리 검색해서 관심있는 세션은 미리 신청해두는게 좋다.
SXSW 내내 ACC가 중심이긴 하지만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에서 세션이 진행된다. JW MARRIOTT, HILTON, WESTIN, FOUR SEASONS, HYATT 등 숙박은 못해도 뱃지만 목에 걸면 마음껏 드나들며 원하는 세션은 모두 들을 수 있다.
ACC도 규모가 큰 편이고 입구가 여러개라 이틀째까지는 세션 사이사이 주어지는 30분 동안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데만 대부분의 시간을 쓰지만, 어느 정도 길이 눈에 익고나면 30분 동안 피자도 한조각 먹고, 삼성, 맥도날드같은 스폰서 기업이 빌딩을 통째로 빌려 이벤트 스팟으로 바꿔놓은데도 중간중간 들를 수 있게 된다.
재밌는게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참가자들 사이에 어느 호텔 시설이 제일 좋은지, 어디가 콘센트가 많은지, 또 잠깐 졸기 좋은 쇼파가 어디있는지 소문이 파다해진다(개인적으로 JW MARRIOT 4층을 추천한다, 푹신한 쇼파가 즐비한데다 조용하다).
Tip #3. 동선을 잘 짜라.
나 같은 경우 첫 이틀 정도는 듣고 싶은 세션 주제에 따라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녔지만 매 세션마다 그러고 다니자니 엄청 피곤해졌다(대학 졸업한지 너무 오래됐나... 먼산). 가만 살펴보면 어떤 트랙은 주로 ACC에서 열리고 어떤 트랙은 Hilton에서 주로 열리는 패턴이 있었다. 내가 많이 들었던 트랙은 Startup Village® , Work and Career, SXgood 이었는데 주로 JW MARRIOT와 WESTIN DOWNTOWN에서 열려서 꼭 가야하는 것 아니면 되도록 같은 곳에서 2-3개의 세션을 들으며 체력을 유지했다. 그래서 가든이 그렇게 근사하고 샴페인을 마구 뿌린다는 FOUR SEASONS는 아예 구경도 못했지만.. SXCreate가 열린 Palmer Event Center는 강 건너 저쪼 아래였기에 아예 오후 늦게 움직이는 동선을 짰다.
얼리버드로 시작해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4-5번으로 기간을 나눠 뱃지를 판매하는데 MUSIC, FILM, INTERACTIVE를 각각 구매하거나 2가지 또는 3가지를 모두 들을 수 있는 GOLD, PLATINUM까지 5개 중 일정과 예산에 맞춰 결제하면 된다. 나는 두달전쯤 참가하기로 결정한지라 두번째로 비싼 가격에 샀는데 당시 인터랙티브만 1,150달러, 우리 돈으로 1백3십만원 정도. 누군가는 TED나 Summit Series보다는 저렴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후덜덜한 티켓값이다. 여기에 항공, 숙박, 여비까지 더해야하는데 호텔, 에어비앤비 모두 이 시즌이 되면 값이 최소 2배 이상 뛴다. 다행인건, 내년에 가기로 지금 결정한다면 8월 1일부터 뱃지를 구입할 수 있는데 보통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빨리 결정하면 돈이 굳는다.
혹시 교육과 환경에 관심있다면 SXSWedu와 SXSWeco도 추천한다, 게다가 티켓값도 훨씬 싸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히 좀 다를거다. 에듀에 참석한 지인에 따르면 그야말로 '교육교육한' 분위기라 에듀가 끝나고 인터랙티브가 처음 시작하던 날 오스틴이 발칵 뒤집어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 인터랙티브 마지막날 즉, 뮤직이 시작되기 전날 이 도시가 제대로 뒤집어질 준비를 하고 있구나 실감했다.
교사나 교육업계 종사자들의 착하고 성실한 분위기의 에듀가 끝나면 미드 실리콘밸리 배우들이랑 똑같이 생긴 개발자들과 네트워킹의 천재들인 비즈니스맨으로 오스틴이 꽉 찼다가, 뮤직이 시작하는 순간 똘끼충만한 히피들의 세상으로 한순간에 탈바꿈한다. 이들이 썰물처럼 싹 빠져나간 오스틴은 또 어떤 모습일까?
SXSW는 위에서 말한 세션만 있는 건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시어스랩과 아카가 결승 진출한 SXSW 엑셀러레이터같은 대회도 열리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Trade Show, 애플부터 넷플릭스, 아마존 등 유수의 IT 기업들이 모두 참여한 Job Market, 덕후와 아이들의 천국 SXCreate까지 굉장히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열린다.
본 글에서는 세달전만 해도 똑같이 쌩초보였던 내가 SXSW에 가기 전 궁금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했다면, 다음 글에서는 올해 내가 보고 듣고 온, 지극히 주관적인 2016 SXSW INTERACTIVE 참관기다. 올해 누가 왔었는지, 어떤 이벤트들이 성황리에 열렸는지, 그래서 닷새간의 컨퍼런스 기간 동안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은 무엇인지를 부끄럽지만 공유할 예정이다.
혹시 SXSW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궁금하다면 더 기어 정보라 기자의 브런치(링크)를 추천한다. 나 역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초행자를 위한 팁부터, 뭘 입고 가야하는지도 정말 상세히! 나와있다! (아- 정기자님의 글을 다시 훑어보니... 내 글은 정말 미천하구나, 흙ㅠㅠ)
그럼, 다음 글을 (너무 많이는 말고 쪼끔만)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