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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ploring myself Sep 18. 2021

'소외감'에 대하여

UX 관점에서의 생각 - <Google UX 디자인> 강의를 들으며

요즈음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던 와중에 나는 어떤 일을 하던 항상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나 스스로가 경험과 감정에 민감한 소비자여서 그런 것 같다. 일련의 기분 좋고 만족스러운 경험들을 통해 한 브랜드의 팬이 된 경험부터 시작해서,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산책을 할 때, 마음에 드는 공간에 있을 때 등 느끼는 감정을 통해 삶이 풍성해지고 더욱 즐거워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날 때도 이 사람은 무엇을 먹는 것을 좋아할까? 어떤 공간에 데려가면 좋아할까? 어떤 것을 해 주면 좋아할까? 를 고민하고, 나의 제안과 선물 등에 상대방이 기뻐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나도 굉장히 행복해진다. 


또한 직장에서도 사람들이 나에게 주로 기대했던 것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기' 였던것 같다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팀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분석 관련하여 나의 강점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것이며 데이터 자체도 사람과 관련한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나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나는 결국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에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UX' 라는 단어는 익숙하며 대강의 컨셉은 이해하고 있지만 조금 더 개념과 UX관련 직무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 Coursera에서 <Google UX Design>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Coursera강의는 완료하면 기관 공식 Certificate도 발급이 가능하며, 링크드인과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강화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기회인 것 같다.


https://www.coursera.org/professional-certificates/google-ux-design



<Google UX 디자인> 강의는 다음과 같이 크게 4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1. Foundations of User Experience (UX) Design

2. Start the UX Design Process : Empathize, Define, and Ideate

3. Build Wireframes and Low-Fiedlity Prototypes

4. Conduct UX Research and Test Early Concepts



나는 여기서 2번 Chapter까지 수강하였는데, 본 강의를 통해 UX의 관점에서 내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어 이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의미한다.


어떻게 하면 궁극적인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UX 연구와 디자인의 본질적인 목적이다. 여기서 '궁극적인 사용자'는 아주 다양하고 특성이 다룰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타겟한 사용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을 통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강의의 Chapter2에서 'Design for  Accessibility'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사용자'들을 위한 UX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의 소외되었던 사용자는 젠더, 인종, 장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회적으로 소수자로 여겨져왔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채 1시간이 되지 않는 영상과 텍스트 자료이지만, 해당 부분을 학습하면서 그간 내가 너무 나 중심적으로만 살아오지 않았나, 왜 나와 비슷한 조건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살아가면서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워낙 사람과 대화하고 공감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것에서 행복과 용기를 느끼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소외감을 느끼면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매우 조용해지고는 한다. 잠깐이라도 소외되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도 힘든 경험인데, 소외감을 삶에서 지속적으로 느껴온 사람들이라면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에 대한 고통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 The Importance of Accessibility, Google UX 디자인>


세계 인구의 7% 이상이 장애를 겪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인구의 1/4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모든 것이 디자인 된 세상에서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10명 중 1명은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놓쳐왔던 '누군가가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을 떠올려 보았더니 정말 많은 기억들이 떠올라서 그 상황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예를 들어, 평소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으시던 엄마는 실내 디자인 수업에 등록하여 반년 가까이 수업을 들으셨다. 광주에서 살고 계시는 엄마는 서울에서 열리는 강의를 듣기 위해 매주 주말 서울에 오셔야 했지만 실상 엄마가 힘든 것은 물리적으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육체적 힘듦이 아닌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소외감' 이었다. 수업은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진행되는데, 바탕화면에 폴더를 만드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엄마는 수업의 속도가 따라가는 것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질문들을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이 크셨다고 한다. 왜 인테리어 강의는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들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일까? 그리고 강의에서 End-User 의미에서의 고객이 '컴퓨터에 익숙하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사람이라면 이를 왜 사전에 안내하지 않았던 것일까? 수업 전 어느 정도 컴퓨터 활용 능력이 필요한지, 또 참고할 만한 자료 등이 안내가 되었다면 수업에 대한 엄마의 경험은 더욱 만족스러웠을 것이고 소외감은 덜 했을 것이다.


또한 얼마 전 아마존 정글에 사는 원주민 여성이 코로나19로 부족의 생계 수단이던 관광 수입이 끊기자 '틱톡'에 부족의 일상을 담은 컨텐츠로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아마존 강변에 거주하는 타투요족의 일원인 쿤하포랑가가 업로드한 틱톡 컨텐츠


그러나 위성안테나로 인터넷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비용적, 지리적 어려움으로 틱톡 컨텐츠를 하나 업로드 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여성은 소외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IT기기를 활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접속부터 어려움을 겪는 환경의 사람들에게는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기가 어렵다.





이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순간에서 느껴지는 소외감들이 있으며, 같은 소외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타인이 아닌 나의 경험과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더니 그 소외감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항상 막연하게 나마 무슨 일을 하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생각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세상을 전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은연 중에 나는 강한 내집단 의식에 갇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UX를 생각 할 때, 크고 작은 '소외감'들을 해소하려 하는 노력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단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강의는 반 밖에 듣지 않았지만,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왔던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일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나라는 연못에 작은 돌덩이가 퐁당 던져져서 진동을 일으키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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