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된 첫날, 저는 팀원들 앞에 서서 이런 말을 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게 전부였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팀장이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어요. 더 명확해지거나, 더 자신감이 생기거나, 아니면 적어도 팀원들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는 알게 될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팀장이 되고 나니까 오히려 더 막막해졌어요.
업무 지시를 할 때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줄 때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팀원이 실수했을 때 어떤 톤으로 이야기해야 하는지. 1:1 미팅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팀원이 힘들어 보이는데 어디까지 물어봐야 하는지. 몰랐어요. 솔직히 아무것도 몰랐어요.
처음엔 그냥 일을 시켰어요. "이거 해주세요", "이렇게 해주세요", "언제까지 부탁드려요." 감정도 빼고 맥락도 줄이고 최대한 명확하게만 하려고 했어요. 그게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팀원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어요.
"팀장님이 왜 이 일을 요청하시는 건지, 처음엔 잘 몰랐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제가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중요한 부분이 전달되지 않았던 거예요. 일의 내용은 전달됐는데, 일의 맥락이 빠진 거였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왜 이 일이 필요한지를 함께 말하기 시작했어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이유로 그 방향을 선택했는지 공유하기 시작했고요. 잘된 것은 잘됐다고, 아쉬운 건 아쉽다고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팀원의 의견을 물어보고 실제로 반영하려고 노력했어요. 1:1 미팅에서 업무 보고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언어가 생겨났어요. 제가 팀장으로서 팀원들과 나눌 수 있는 저만의 말하는 방식이요.
결론부터 말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보고를 더 잘 듣는 법을 배웠어요. 실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팀원의 대응 방식이 달라지는 걸 봤어요. 위임이 무엇인지 함께 정의하면서 서로 기대하는 게 맞춰지는 경험을 했고요.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신뢰가 쌓이는 걸 느꼈어요.
그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말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고, 분명히 좋은 의도였는데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혼자 후회한 날도 있었어요. 그래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걸 천천히 알게 됐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모든 팀원에게 똑같이 전하진 못했어요. 어떤 분께는 직접 꺼낼 수 있었고, 어떤 분께는 끝내 속으로만 담아뒀어요. 신뢰가 충분히 쌓인 관계에서는 말할 수 있었는데, 아직 서로 낯선 시기에는 같은 말도 꺼내기가 어려웠어요.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어요.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자리가 불편해질까 봐 넘긴 날이 있었어요. 말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바빠서, 혹은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서 결국 꺼내지 못한 날도 있었고요.
그게 저의 부족함이에요.
팀장이라고 해서 모든 말을 언제나 잘할 수는 없어요. 관계마다, 상황마다, 타이밍마다 다르고,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에요. 이 책은 그 배움의 기록이에요. 잘하고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더 잘하고 싶어서 쓰는 거예요.
팀장으로 4년을 지내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있어요.
“결론부터 말해 주면 좋겠다고. 실수는 괜찮은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피드백을 방어보다 먼저 들어줬으면 한다고. 나쁜 소식은 빨리 알려주는 게 오히려 서로에게 낫다고. 위임이 마음대로가 아니라는 걸 같이 이해하고 싶다고.”
이 말들이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더 망설였어요. 하지만 잔소리가 아니에요. 팀원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에 하고 싶었던 말들이에요. 더 좋은 결과를 같이 만들고 싶어서, 더 오래 함께 일하고 싶어서 꺼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에요.
이 책은 그 말들을 모아 놓은 거예요. 팀장으로서 만들어온 언어들, 더 잘 전하고 싶었던 말들, 그리고 여전히 다 못 꺼내고 있는 속마음들이에요.
읽으시면서 '그래서 팀장이 그런 말을 했구나'라고 느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충분해요. 팀장이신 분들이 읽으신다면 '이렇게 말해 봐도 되겠다'라는 작은 용기가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