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킨 것만 하면 시킨 것만 하는 사람이 돼요

by 보통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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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회의였어요. 지난주에 요청했던 자료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죠.


"OO님, 지난주에 부탁드린 고객 데이터 분석 자료 준비하셨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자료를 받아봤어요. 요청한 내용은 정확히 들어있었어요. 로우 데이터, 전환율, 주요 코멘트까지 딱 제가 말씀드린 것들이요. 그런데 뭔가 아쉬웠어요.


"혹시 작년 동기 대비 변화는 보셨나요? 아니면 경쟁사 데이터와의 비교는요?"

"아... 그건 말씀 안 하셔서 안 봤는데요. 필요하시면 다시 해올까요?"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데이터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시킨 것만 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요?


팀원 시절의 저도 그랬어요. 팀장님이 A를 요청하면 A를 정확히 했죠. 빠뜨린 것도 없고, 실수도 없이요. 그게 책임감 있게 일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 깨달았어요. 시킨 것만 하는 건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걸요.


리더가 업무를 줄 때 사실 모든 디테일을 다 설명하지 못해요. 큰 흐름에서 필요한 요청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리더도 정확히 뭐가 필요할지 모를 때도 있어요. 그래서 큰 방향만 얘기하고 "이 정도면 이해하셨겠지" 하고 기대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시킨 것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 설문 분석해 주세요" → 설문 결과만 정리

"경쟁사 자료 찾아주세요" → 자료만 찾아옴

"회의록 작성해 주세요" → 말한 것만 기록


개념적으로는 완벽해요. 하지만 일의 가치는 부족해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들


반대로 어떤 분들은 이렇게 일해요.


"고객 설문 분석해 달라"라고 하면, 설문 결과뿐 아니라 작년 대비 변화, 주요 인사이트 그리고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까지 가져와요.

"경쟁사 자료 찾아달라"라고 하면, 자료와 함께 "우리와의 차이점", "배울 점"을 정리해서 가져와요.

"회의록 작성해 달라"라고 하면, 회의 내용뿐 아니라 "다음 액션 아이템", "담당자", "마감일"까지 정리해서 공유해요.


똑같은 업무를 받았는데, 결과물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제가 다음에 중요한 일을 맡길 때, 누구에게 먼저 기회를 줄까요? 당연히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이에요.


"그건 시키지 않으셨잖아요"


가끔 이런 대화를 나눠요.


"OO님, 이 자료에 왜 예산 영향도는 없나요?"

"그건 말씀 안 하셔서요."


"왜 이 부분은 확인 안 하셨어요?"

"시키신 것만 했는데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쉬워요.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실제로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이라는 건 그렇게 딱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움직이지 않아요. 상황을 보고, 맥락을 이해하고, 뭐가 필요할지 한 발 앞서 생각하는 게 필요해요.


"시키신 것만 했는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여러분은 스스로를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거예요.


그리고 리더는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이 분한테는 정말 세세하게 다 설명해야겠구나.'

'중요한 일은 못 맡기겠구나.'

'성장이 더딘 것 같은데...'


주도성은 작은 것에서 시작돼요


"그럼 팀장님 마음을 읽어야 하나요? 그것도 힘든데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마음을 읽으라는 게 아니에요. 한 발만 더 생각해 보라는 거예요. 업무를 받았을 때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이 일의 목적이 뭐지?"

"이걸 받는 사람이 뭘 원할까?"

"비슷한 사례에서는 뭐가 필요했지?"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뭘 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만 해도, 시킨 것 이상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고객 설문 분석해 주세요"를 받았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다를 거예요.

목적: 아마 의사결정을 위한 자료겠지?

원하는 것: 설문 결과뿐 아니라 인사이트도 필요할 거야

이전 사례: 작년에는 전년 대비 비교도 했었어

더 나아가기: 경쟁사 데이터도 간단히 찾아볼까?


이렇게 생각하고 준비하면, 똑같은 시간에 훨씬 가치 있는 결과물이 나와요.


리더는 정말 이런 사람을 원해요


리더가 정말 원하는 건 '시킨 것만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시킨 것 +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이에요. 주어진 업무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에요. "이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먼저 제안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가요. 중요한 프로젝트, 의미 있는 역할, 성장할 수 있는 경험들이요. 왜냐하면 리더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거든요. '이 사람한테 맡기면 알아서 잘할 거야'라는 믿음이 생겨요.


반대로 시킨 것만 하는 사람에게는 점점 더 단순한 일만 주게 돼요. 왜냐하면 복잡하고 중요한 일을 맡기면 제가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럼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간단해요. 다음 업무를 받을 때, 이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이 업무의 최종 목적이 정확히 뭔가요?"

"혹시 추가로 준비하면 좋을 것이 있을까요?"

"비슷한 이전 사례가 있다면 참고하고 싶은데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시킨 것 외에 한 가지만 더 해보자."


처음엔 작은 것부터요. 데이터에 간단한 해석 한 줄, 자료에 출처 링크 하나, 회의록에 다음 할 일까지요. 이런 작은 것들이 쌓이면 어느새 여러분은 '생각하는 사람', '주도적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시킨 것만 하면, 시킨 것만 하는 사람으로 남아요


팀장이 팀원분들을 평가할 때 경험만 보는 게 아니에요. '이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가'도 중요하게 봐요.


시킨 것만 하는 사람은 시킨 것만 하는 자리에 머물러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은 더 큰 기회를 얻어요. 그리고 이건 능력의 차이가 아니에요. 태도의 차이예요.


"이 일의 의미가 뭘까?"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게 만들까?"


이런 질문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예요. 여러분이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성장하고 싶다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럼 지금 주어진 업무에서부터 시작하세요. 시킨 것에 +1을 더하는 연습을요.


그게 주도성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에요. 그게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 보통 팀장의 속마음

"OO님이 시킨 것만 하시는 게 아니라 한 발 더 생각해서 일하시면, 저도 더 많은 기회를 드릴 수 있어요. 작은 것부터라도 '이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하고 제안해 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 조금 더 솔직한 속마음

"시킨 것만 하면 시킨 것만 하는 사람으로 남아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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