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바라보는데 KPT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것과 상반되는 느낌이지만 내 경우 개인 회고는 어떤 구조나 방법론보다는 스스로를 생각하고 주변의 평가를 통해 돌아보는 형태로 진행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회고의 목적에 있어서도 어느 순간부터 반성이나 다짐보다는 나에 대한 증명을 찾는데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증명의 의미는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나의 기준과 일에 대한 접근, 태도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결과물을 돌아봤을 때 유효했고 유의미했는지를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조금 더 연차가 낮았을 때 내가 무엇을 이루고 달성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일에 대한 내 가치관과 사고방식, 접근과 태도가 성과를 내는데 결과물을 만드는데 얼마나 유효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을 던지고 답변할 수 있는가로 2023년 그리고 현재, 내 일하는 방식과 태도, 접근이 유효했는가를 돌아봤다.
개별 업무에 대한 아웃풋보다는 회사와 비즈니스 목표에 있어서 얼마나 기여했는지
조직이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내가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팀원들의 성과와 성장에 있어서 내가 긍정적인 사람인지
1. 회사와 비즈니스 목표에 기여했는가
일 하는 방식과 태도가 유효했는가 또는 유의미한가에 대한 명확한 증명은 바로 비즈니스 목표에 대한 기여라고 본다. 단순히 단일 업무의 효율이나 성과가 아니라 조직이 수립한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아웃컴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거기에 대한 기여도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나로 인해 만든 지표를 구분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해 볼 수 있다.
23년 하반기 조직을 맡아 기존 오픈된 서비스에 대해서 지표부터 해온 일,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고 결과적으로 연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데이터와 사용자 플로우(퍼널)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정의하여 지표 중심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의해 왔던 것이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덕트의 우선순위를 수립하고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경험을 더 갖추고 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성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은 있다.
2. 조직이 성과를 내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
조직이 함께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몰입했을 때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장으로서 조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수립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비즈니스 목표의 달성은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서 달성한 결과이다.
지난 글에서 KPT 회고를 통해 조직을 다시 바라보고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세웠고 결과적으로 조직으로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KPT 회고 외에도 프로덕트 우선순위 수립을 위한 ICE 프레임워크 시도, 비즈니스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과 산출식에 대한 공유, 데이터 및 진행하는 업무에 대한 피드백, 외부 아티클의 공유 그리고 네트워킹을 통한 연결 등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어떤 것은 유효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았다.
유효하지 않았던 시도를 반성하기보다는 우리 조직에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적으로 공통된 이야기를 취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3. 팀원들의 성과와 성장에 있어서 내가 긍정적인 사람인가
조직을 바라보는 것 외에도 각 개인이 일 해온 방식과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1 on 1은 늘 중요하다. 지난해 조직을 맡으면서 초기에는 상호 이해를 위해 중간중간에는 더 일을 잘하는데 필요한 환경과 시스템을 캐치하기 위해 그리고 고민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내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었다.
1, 2와는 다르게 구성원 개인에게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영향을 주었는가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경우 동료 평가를 통해 팀원들이 나에게 어떤 코멘트를 하는지를 확인하거나 업무 피드백에 있어서 팀원들의 수용도와 적극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통해 유추가 가능하다.
우리 조직은 평가 시스템의 동료 평가 외에도 월 별로 감사한 동료를 익명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최근 내가 받은 내용을 볼 때 나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 타 팀과 논의가 필요할 때나,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 먼저 손 내밀어 주시니 든든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배려 있게 짚어주시니 배울 점이 많습니다.
. 말일에 예상치도 못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점심식사를 했어요! 다음엔 덜 매운 음식으로 다시 한번 먹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 항상 업무적으로 저에게 꼭 필요한 좋은 피드백을 주셔서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도 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시는 것 같아 늘 감사합니다.
. 구성원의 성과뿐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을 고민해 주시고,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과 처방도 주시는 점이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일을 한 지 12년 차, 그리고 4년 차 팀장으로서 여러 조직을 거쳤고 보안, 플랫폼, HR, O2O까지 다양한 업과 규모에서 여러 사업을 담당했다. 전략기획과 사업개발, 사업기획 및 운영 그리고 최근에는 프로덕트 매니저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가고 있다.
2023년의 회고를 넘어 걸어온 커리어 전체를 생각했을 때, 결과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커리어에서 나의 가치가 증명된다는 점에서 열정을 태우는 동인이 되는 것 같다. 또 그보다 근간에서 나를 움직이는 것은 함께 하고 따르는 동료의 존재인 것 같다.
올해에도 결과와 동료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밸런스를 계속 찾아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