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나의 첫 발리우드 영화 감상기

by 서영

발리우드(Bollywood) ; 인도의 영화 산업을 일컫는 단어로 춤과 노래가 영화 속에 어우러진 뮤지컬 같은 요소가 자주 삽입되는 특징을 보인다.

초록창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이 정도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한 번도 발리우드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세 얼간이 같이 아주 유명한 영화의 이름만 들어본 나에게 이 영화가 첫 발리우드 영화가 되리라 전혀 예상치 못 했다. 영화 제목에 이케아(IKEA)라는 북유럽 가구 브랜드 이름이 있기에 당연히 키 큰 백인의 여행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되어 주인공 파텔이 경찰서에 잡힌 소년범들에게 들려주는 자전적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혼모이자 빨래터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엄마와 단둘이 살던 어린 시절, 우연히 보게 된 이케아 카탈로그에 빠져 각 디자인 군 이름을 달달 외우고 다녔다. 마음 한편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던 그는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해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시자 두 분이 처음 만났던 파리로 떠난다. 100유로짜리 위조지폐 한 장을 들고 파리에 도착하여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이케아 매장을 거닐며 구경하다 매력적인 여인 마리에게 반해 다음 날 저녁 에펠탑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손님이 모두 돌아가고 전등마저 꺼진 이케아 매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파텔은 옷장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잠시 후, 불 꺼진 매장으로 여러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들어와 그가 잠들어 있는 옷장을 알 수 없는 트럭에 실어지고 밤새 달려 영국 국경을 넘어간다. 꿀잠을 자고 있는 파텔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매장이라면 절대 날 수 없는 소리인데... 의구심에 옷장 문을 여니 트럭 안의 여러 짐들 사이로 사람들이 숨어 있다. 소말리아에서 목숨을 걸고 배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온 난민들이다. 자신들이 받아들여질 나라로 가기 위해 트럭에 몰래 숨어들었다. 이들과 같이 영국 경찰에 잡힌 파텔은 100유로 위조 지폐로 인해 가지고 있던 여권조차 위조로 오인받아 그 자리에서 찢기고 여러 난민들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추방당한다.


영화는 중간중간 뜬금없는 노래와 춤으로 즐거운 텐션을 올리고, 코믹하게 내용 진행을 한다. 즐겁게 볼 수 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유럽으로 흘러들어오는 아프리카 인들의 생존을 위한 보트피플과 해적에 대해 언급된다. 그러나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영화 속의 일련의 사건에 대해 반응하는 인도 남성의 관점이다. 나의 가치관으로는 절대 이해될 수 없기에 내용 전개가 설득력 있지 않았다.


우선 처음 보는 금발의 백인 여성에게 뜬금없이 연기랍시고 애인인척 아내인척 나의 연인인양 큰 소리로 대사를 치는데, 처음에는 어처구니없어 하던 여성이 여러 번 시도 끝에 그의 장난에 맞장구쳐 주다 대화를 나누고 다음 날 데이트 약속까지 하게 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 매장을 나가거나 매장 직원에게 신고하여 남자를 쫓아내지 않을까? 마음에 드는 여성에서 처음 접근하는 방식이 참 배려 없다 느껴졌다.

다음은 로마에서 만난 유명 여배우 넬리가 자신이 입고 있는 셔츠에 적은 어린 시절 일화에서 영감을 받은 글에 감동받아 유명 제작자들에게 판매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엔 마피아를 끼고 있는 제작자이자 전남편에게 라이벌의 이름을 들먹이며 비싼 가격에 셔츠를 판매한다. 글에 대해 훌륭하다, 좋다고 반응한 사람은 오직 넬리뿐이며 넬리와 전남편의 관계로 인해 사기 치다시피 글을 팔고 얻은 거액에 대해 파텔은 마치 정당하게 얻은 내 돈이라 표현하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모습에서 예전 호주 워홀러가 묘사한 인도인의 특징 떠올랐다. 남에게 민폐를 잘 끼치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거지 근성이 하늘을 찌른다. 순간 이는 서구에서 보는 인도인에 대한 묘사일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감독이 캐나다 인이다.)

마지막으로 리비아 난민촌에서 그들의 사연을 들으며 돈을 나눠주는 장면은 마치 예수께서 오병이어(五餠二魚 )로 5천 명의 군중을 배부르게 한 기적을 보는 듯하다. 거액을 든 이방인이 난민촌 한가운데 있으면 그를 죽이고 돈을 들고 도망가거나 파텔처럼 사연을 듣고 돈을 나눠주겠다고 하면 온갖 거짓사연으로 돈 받아내거나 더 많은 돈을 받은 자를 죽이고 타인의 돈을 강탈하지 않을까? 주인공을 성인화 하여 위대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내용에서 피식거렸다.


원색의 발랄한 영화 포스터에서 기대한 코믹 로드무비는 인도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일면을 안겨주며 발리우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물론 훌륭한 영화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선호에서 걸리지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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