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400개의 개발자 포트폴리오를 보며 느낀 점

스펙 인플레와 AI 시대, 개발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by 닉 nick




저는 지난 20년 가까이 개발자로 일했고, 그중 8년은 CTO, 최근 3년은 IT 개발팀 리더로 지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이력서를 직접 써보기도 했고, 또 다른 개발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수백 개 넘게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요즘 개발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기업들이 개발자에게 어떤 역량을 요구해왔는지를 돌아보니, 결국 AI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AI와 인간, 개발자.jpg

AI가 개발을 정복해 버렸다.


사실 저는 2년 전만 해도 AI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GPT-4가 공개되던 2023년,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AI를 실무에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저는 반대 입장이었죠. “AI가 대신 써주는 코드는 결과만 얻을 뿐,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응용력도 떨어진다.” 이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도구를 넘어, 코드의 검증까지 맡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AI의 장점은 뚜렷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서치 시간을 줄이고, 깔끔한 코드를 빠르게 제안하며, 심지어 장애가 발생했을 때 복구 시간(MTTR)까지 단축시켜 줍니다.


이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느냐”를 인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희 팀도 개발자의 코드 패턴을 분석하고, 여덟 가지 유형으로 추천해주는 AI 기능을 넣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솔직히 말해, 지금 IT 스타트업 중에 AI 기능이 없는 서비스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A4.jpg


2001년의 면접장 풍경

제가 막 졸업하던 2001년에는 면접장에서 A4 용지에 펜으로 코드를 적는 시험을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원시적이죠. 이후 IDE(통합 개발 환경)가 등장하면서 자동완성과 문법 검사가 가능해졌고, 개발 생산성은 크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건 진짜 실력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는 개발자들이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지금도 듣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니어 개발자분들이 멘토링 자리에서 이렇게 물었어요. " 실무에서 AI를 써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AI는 너무 당연한 도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AI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1. 신입 개발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습니다.
기업들은 “3년 차 이상”을 우대 조건으로 걸고, 당장 신입을 키우기보다는 AI를 잘 다루는 인재를 선호합니다. 스타트업은 투자 위축 속에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식을 찾으려 합니다. 그 결과, 과거에는 신입이 맡던 반복적인 작업마저 점점 AI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2. 풀스택·제너럴리스트 개발자가 늘어났습니다.
프론트엔드(React, Vue), 백엔드(Spring, Node), 데이터베이스(SQL, NoSQL), 클라우드(AWS, GCP), 도커와 쿠버네티스, 심지어 모바일 앱까지. 요즘 주니어 개발자들은 “이 정도는 기본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AI를 곁에 두고 학습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스펙 인플레 현상도 뚜렷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부트캠프 출신이나 비전공자의 대기업 합격 사례가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학위, 전공, 학벌이 중요한 평가 지표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개발자 평가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새로운 지표를 찾지 못한 공백을 차리한 과거 회귀라고 생각합니다.






도메인.png



AI 개발 시대에 지금 가장 중요한 역량


그렇다면 지금,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두 가지를 꼽습니다.


AI 활용 능력

도메인 경험


AI는 분명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도메인 특수성은 AI가 알려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은행에서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개발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PK(기본 키)로 쓰려다 선배에게 제지당한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제도적 한계 때문에 주민번호가 중복된 사례가 약 2,000명이나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또 축산 유통 시스템을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도 있습니다. 송아지는 생후 6개월 동안 건초를 섞어 먹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숫소와 암소의 고기 맛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런 지식은 책에도, 구글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협업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였죠.






협업에서 얻는 배움은 더욱 가치가 높아집니다.


개발자는 혼자 배우는 것보다 팀으로 일할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코드 한 줄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과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는 일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저는 회사를 나와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을 때, 협업을 돕는 도구를 고민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될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Git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업 패턴을 분석하고 칸반 보드, 문서화, 티켓 발급까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BCTO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일이 동료의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협업은 도메인 경험을 더 빠르고 명확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이런 기반은 더 소중해진다고 믿습니다.







옛날 개발자들이 쓰는 컴퓨터.jpg



기계의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의 일은 인간에게서 배우세요


AI는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대신할 겁니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힘, 동료와 협업하며 얻게 되는 경험은 여전히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가치입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시스템을 경험하고, 이후 스타트업에서 협업의 진짜 의미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개발자 여러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하지만 동시에 사람과 부딪히며 배우는 경험도 놓치지 마세요.


실패도, 비효율도 모두 다음 단계에서의 밑거름이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며 함께 성장합시다.



- 더 많은 IT 관련 인사이트 받아보기

- BCTO 개발자 협업 툴 사용하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게임 회사는 왜 15분 비활동 시 근무시간을 제외할까?